증명사진에서 착안한 가장 사람다운 단면 부조의 세계
“마음의 창인 눈을 감았을 때 사람의 내면 심리가 더 잘 보이는 느낌에 주목했다”
조각가 장준혁 작가

마음의 창인 눈,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코와 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입이 얼굴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동전과 메달에 자신을 상징하기 위해 얼굴을 새겼고, 이전의 자신을 버리기 위해 사람들은 성격보다는 얼굴을 먼저 바꾼다. 그런 노골적 상징물에 내면의 반영, 이니셜로 설명하며 한 발짝 물러난 조각가 장준혁 작가. 그가 보는 얼굴 관념의 모음, ‘면(面)’이라는 조심스런 반론은 우리의 흥미를 자아낸다. 

동전과 메달마스크의 장엄한 함의에 묻혔던 정면 저부조 얼굴의 재발견
한때 금속을 두드려 작업했던 장준혁 작가의 조각은 흙으로 정형하여 캐스팅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베토벤의 청각 손상이, 르느와르의 노년기 수전증이 작품 창작법에 영향을 끼쳤듯 강렬한 장 작가의 조각들은 체력 소모를 줄이고자 사각 프레임이라는 정적인 소조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동적인 움직임을 벗어난 생각의 프레임은 범위가 작다는 이유로 안일한 길에 올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모름지기 더 많은 해석 여지를 두고 개입하는 작가의 ‘창작자로서의 고민’ 때문에, 형태를 구성하는 의도를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에 이르러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어려운 지점에 몰리기 때문이다. 장 작가는 자신의 새로운 페르소나를 구상하며 ‘얼굴 – 저부조(바릴리프)’를 선택했다.

얼굴은 대상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내면 심리를 표현한다. 권력자의 위엄을 메달 표면에 담은 고대 유물의 얼굴들과 달리, 이목구비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남녀노소의 둥근 얼굴이 사각 공간 안에서 단 한 개의 알파벳(P, M, B)을 작품명으로 달고 있는 장 작가의 페르소나들은 극사실적인 단색 저부조로 표현되어 있으며, 주름과 곡선으로 연령과 성별을 분명히 보여주되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의 부분을 가려 표정을 일부 숨긴다. 투탕카멘의 마스크가 눈을 선명히 뜨고 있어도 데드마스크의 느낌이 강하지만, 손이 개입해 있거나 눈꺼풀, 눈썹뼈의 굴곡, 피부 결까지 현실적으로 구현한 장 작가의 작품들은 죽음보다는 가사 상태나 수면, 혹은 수면보다는 명상을 하는 듯 여러 종류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 마치 SNS의 스티커 기능처럼 특정 부분만을 가린 손은 신체보다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얼굴 형태에서 내재된 의도는 부조와 알파벳에 담겨 있다. 부조의 눈을 감은 모습은 눈을 떴을 때보다 인물의 내면을 잘 보여준다는 느낌을 준다. 외부형태보다는 대상의 심리적인 상황을 작업에 담는다.

특히, 표정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기에 같은 작품을 보면서 기쁨, 수면상태, 심각한 고민 등,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작품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직설적인 정면 얼굴에 표현한 정적인 요소라는 서로 다른 의외성을 밑바닥에 깔고, 사람들은 작품의 관상을 볼 자유로운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한 글자 이니셜에 압축된 여러 의미와 열린 해석의 가능성들
장 작가는 일반 사진, 주변의 인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인물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각각의 요소들을 겹쳐서 하나의 인물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익명성일 수도, 여러 요소를 모아 탄생시킨 피조물의 상징성을 극대화한 것일 수도 있다. 더욱이 작품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의 거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관객들에 대한 소극적이지만 분명한 배려 덕분에 장 작가의 작품에서 ‘얼굴의 사실적 재현’ 이상의 열린 해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장 작가는 결혼과 아이 탄생, 가정생활을 거치면서 가족의 초상을 보는 관점이 더 넓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캐스팅 작업에 붙은 P라는 단어는 ‘아빠’, ‘피에로’의 머리글자이자 형용사, 동사, 서술어의 약자가 될 수도 있다.

기쁨과 책임감, 희로애락의 여러 감정 중 희, 락만을 표현해야 하는 피에로의 역할이 아버지라는 단어의 중압감과 기쁨을 동시구현할 수도 있다. 그래서 M이라는 단어에도 ‘엄마’, ‘주인’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얼굴은 작품을 표현하는 베이스 역할이다. 눈을 감은 사람얼굴이 기본형이지만, 작품에는 그때그때 느끼는 표정과 감성이 다양하게 담긴다. 최근작에서 표현했듯 입을 가리고 한쪽 눈을 뜨는 행동은 스스로 차단하는 것, 주변의 강요로 차단당한 것 모두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 캐스팅 작업에 흥미를 느끼고 계속하는 중이다. 무엇을 표현할지 결정했기 때문에 나무로 조각할 수도 있고, 작품을 만들 소재는 언제나 열려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3월 4일까지 열린 장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면․面>은 그가 만든 얼굴 7점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교류전, 페스타 형태의 단체전에서 일부만 선보였던 작품들에 대해 더 많이 접하고 싶다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여 작품 여러 개를 모았다. 평면예술인 그림은 화첩으로 쉽게 접하지만, 반대로 원본은 전시회에 갈 시간을 내야만 볼 수 있기도 하다. 거기에 비해 조각은 중량과 양감 때문에 접하기 어려운 작품일 수도 있는데, 거주지나 공공장소, 휴양지를 장식하는 대표적인 오브제가 바로 조각이기에 조각은 생각 외로 대중적인 분야다. 이러한 조각을 대중들에게 더 쉽게 어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각가로서 장 작가는 작품에 인간을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작품으로 인식시키고자 한 점 두 점 공헌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다. 

▲ 조각가 장준혁 작가

The bas relief face inspired by ID pictures
"I focus on the fact that we see our inside better with closed eyes“
Sculptor Jang Jun-hyouk
Rediscovery of face relief buried in a solemn undertone of coins and medal masks
Jang used to create works by hammering metal plates before using clay. Jang's intention through this change was to save physical energy and to create a face in a quadrangular frame. But reducing the movement by saving the physical energy does not necessarily mean that Jang's thoughts as creator has been idle. To deliver his new ideas and intentions, Jang chose 'bas relief face'. Face expresses one's identity and inner feelings. Unlike a powerful man's solemn face on ancient coins, Jang gives realistic features of a face in a quadrangular frame. Jang only gives one alphabet (P, M, B, etc.) for each of his monotone face (bas-relief) and distinguishes the age and sex of each face with wrinkles and curves and sometimes hide part of the face with hand. This details of the face give us a feeling that the face is in a state of suspended animation or contemplation. The hand that hide part of the face seem to be a device to express the emotion. Jang explains "All my intention resides in the relief itself and the alphabet. I think that we see our inside better with closed eyes. One might think that I give more effort in shaping the face but I do more in drawing out one's inner psychological state. For this reason, the viewers can share the various emotions of the face such as joy, sadness, etc. The moment when facing the front face in stillness, the viewers are given a right to examine one's life through physiognomy."

The meaning in one alphabet and its interpretation
Jang gets inspiration from daily face photos online or his acquaintances and combines each part of them to make a one creative face. Through this process, Jang maximizes the symbolism of the face. Jang said that his view on family portrait had become wider through the events of marriage, having a baby and marriage life. For this reason, each alphabet he gives to each of his work symbolizes a certain meaning or two. P, for example, can mean the initial letter of pierrot or a related adjective, verb and predicate. A sad faced pierrot suppose to express only joy and pleasure and it might be a symbolic face of many modern fathers, while the letter 'M' might mean 'mother' or 'master' according to Jang. He continues "I basically create faces with closed eyes. But the recent work with one eye open and hand covering the mouth indicates one's desires that have been blocked by his surrounding environments and conditions. I'm also open for the materials I use for my future works as I have many ideas in my head." Meanwhile, Jang's second solo exhibition 'Surface' was held from 20 February and 3 March and he displayed 7 of his works. Jang says "This exhibition was meaningful for me as I only displayed a few of my works in various exchange exhibitions and festivals. People have more accessability to sculptures today as they are standing in many public and even residential areas. And I wish to take part in delivering the beauty of sculpture, bas relief face in my case, to more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