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과 비구상의 다채롭고 아슬아슬한 경계를 채색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율동하는 색들이 가장 화려한 상상력을 담는다”
- 추상화가 성낙주 화가

무의식이 그리는 예술작품인 꿈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흑백의 꿈만을, 다른 사람들은 컬러링된 꿈을 꾸기도 한다. 흑백 꿈은 무의식 속에서 동공의 움직임 속에 재생되는 것이지만, 반면 컬러로 된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들은 꿈의 각본을 쓰고 인간이 갈 수 없는 과거와 미래로 여행할 티켓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하물며 찰나의 색상을 캔버스 공간 안에 가두고 감성과 예술적 충실도를 색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성낙주 화가의 작품 세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색색으로 물든 무의식을 품고 화가로 살아가는 현실은 그렇게나 행복할지니.

색에 대한 열정, 추상이란 이름으로 표현 영역을 허물다
규방의 예술이란 종종 단순함이라는 단어를 초월할 만큼 강렬하고 선명하다. 두 여인이 머리를 맞대고 내는 다듬이질의 소리는 노동요의 가락과 구분되는 토속적 리듬 듀엣을 만들었고, 노란 저고리를 입은 아씨들은 이름 모를 들꽃이 아름다워 마음에 새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아끼는 치맛단에 한 땀씩 새겨 영원히 남기기도 했다. 갇힌 공간, 지극히 일상적인 환경에서의 상상력은 현실의 ‘규중칠우’가 열어준 통로를 따라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성 예술인들의 생각지도 못한 메이저 급 등단 장소들은 바로 가정이고, 생활 작품 안에서였다. 성 화가의 출발은 우리 여인들이 손재주로 생활용품들을 멋들어지게 장식하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을 예술품 수집애호가 아버지 슬하에서 보냈고 멋쟁이들이 최신 유행에 따라 패션을 가봉하던 시대에, 빛과 색채의 아름다움을 일찍이 터득한 성낙주 화가는 붓이 아닌 바늘로 예술을 표현하고 있었다.

현대자수에서도 사물과 동물의 아름다운 자태를 선과 점으로 채우던 것과 달리, 선이 원을 이루고 곡선이 점을 감싸는 발상으로 면을 채우던 성 화가의 작품은 국전(현 대한민국미술대전) 공예부 현대자수부문에 입선하며 새로운 예술가의 탄생을 알렸다. 당시 동덕여대에서 최초로 국전에 입선할 만큼 은사의 인정을 받은 성 화가가 표현하는 평면의 색은 바늘을 놓고 붓을 들어도 다채로웠다. 그리고 다시 규방의 예술은 선택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의무와 열망 사이, 의무를 택한 성 화가는 현실을 착실히 살아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삶을 표현하는 방식은 붓이 아닌, 가슴과 머리로 그리는 의식과 무의식의 착실한 다듬이질로 변해갔다. 영혼을 두드리는 색채의 자극은 평생토록 예술을 추구하던 성 화가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성 화가가 살아가는 현재의 시간까지 관통하며 200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Contrast>시리즈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인사동의 추상 예술작품들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추구한 현대자수와 염색 공예, 실크스크린과 같은 방식을 떠나 캔버스와 물감이 합일하는 다른 수단을 떠올렸다” 성 화가의 추상화는 색과 색이 자유롭게 얽히고 퍼져나가는 번짐과 흘림 기법으로 이루어져 평면 위를 자유롭게 율동한다. 그 율동의 형태는 무의식을 타고 나와 색들의 조화를 보여주며 고정되기까지 긴 발자취를 남긴다.

파격이되 편안함을 주는 파격, 그리고 삶에 선명하게 각인된 색채들
화려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성 화가의 작품들은 주로 강렬한 기쁨, 시간의 흐름을 표현할 율동감 등으로 규정지어지곤 한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한 성과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민전 제 1회 입선, 한성백제미술대전 대상, 구상전 특선, 뉴아트 미술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으로 입증되고 있다.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내재된 자기표현의 수단인 그 화려한 색감, 사물의 유쾌한 왜곡과 과감한 생략은 대자연 정글 속 화려한 새들의 색과 유사함에도 흥분과 도발 대신 희망과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아름다운 색감에 담긴 초자연적인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성 화가의 작품들은 존슨 대통령 시절 백악관, 박정희 전 대통령 전속실인 유성 만년장 호텔, 송파여성회관, 모란미술관 등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또한 SBS 드라마 소품 담당들은 <당신의 여자>, <원더풀 마마>, <두 여자의 방>등 여성의 인간관계와 내면세계를 드러난 작품에 기꺼이 성 화가의 그림들을 선택했다. 추상화란 모름지기 직관이나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비구상의 세계와 맞닿아 있게 마련인데, 성 화가는 급격하게 대비를 이루는 색조를 화면에 채우는 방식에 대해 “계획하거나 어떤 틀에 사로잡히지 않고서 시간의 흐름을 강렬한 색조로 표현하여 비구상의 형태로 만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성 화가가 표현하는 꽃은 꽃과 잎의 경계만 확실할 뿐, 꽃 자체로는 현실 속의 꽃처럼 단순하지도, 정형화되지도 않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것이 성 화가가 색을 쓰는 방식의 내공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증거라 말할 수 있겠다. 배경은 어디까지나 정물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성 화가의 경우 배경이 오히려 사물보다 더 돋보이는 코발트색이나 사물의 보색을 골라 채우거나 배경을 불규칙적인 문양으로 채워 시선을 강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내와 해외에서 성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이야기한다. “추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풍경과 사물이 규정하는 어떤 영역 밖에서 보여주는 무의식의 세계로부터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이다” 성 화가의 그림에서는 세상의 삼라만상과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색 이상의 마블링을 볼 수 있다. 볼 수 없는 단 하나는 바로 ‘한계’일 것이다. 현실에서도 성 화가는 한계를 생각하지 않는다. “뛰어난 작가들이 발굴될 수 있도록 협회와 미술대전이 활기를 띠고 좋은 작품들이 국위 선양하는 긍정적인 미래를 떠올리곤 한다” 어쩌면 성 화가의 작품에서 파격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이유는 이러한 성 화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표현하는 예술과 공존해 온 성 화가의 인생이 화려함을 넘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Coloring the border between abstraction and nonrepresentationalism
"Colors in a limited space creates the most splendid imagination"
Abstract painter Lacju Sung

The passion in color expressed in abstraction
The art works produced in women's quarter are often very powerful and vivid. The sound of fulling cloth, for example, created a folksy rhythm duet and some ladies embroidered the beauty of nameless wild flowers on their skirts. Traditionally, women artists created art works by using thread, needle, scissors, flatiron, iron, measure and thimble. For this reason, they naturally made their debut as artists in their own houses. 

An abstract painter Lacju Sung also started her career as an artist in the 1960s , the period where females artists produced beautiful household items with their hands. Sung grew up under the influence of her art collector father. She learned to express the beauty of light and color with needle and thread in her early age. Sung made the lines into circles and covered the dots with curved lines to fill up the surface of her work. 

Her works were selected by Grand Art Exhibition of Korea in the modern embroidery category. Sung was the first graduate of Dongduk Women's University whose work was selected by the grand exhibition. 

However, a change came and knocked the door of her artistic style. Sung visited a gallery in Insa-dong, Seoul, one day, and was inspired by the abstract art works. Sung says "When I saw the abstract art works in a gallery in Insa-dong, a desire came up from my heat that told me to shift my artistic style to painting from modern embroidery, dyeing and silkscreen.

Vivid color and unconventionality painted onto canvas
Sung's vivid and splendid works express intense pleasure and lapse of time. 
Sung won numerous prizes including Grand Art Exhibition of Korea (special selection), The 1st Minjun (selected), grand prize at Hanseong Baekje Cultural Festival, Representational Painting Festival (special selection) and New Art Awards. Sung's use of splendid color and distorted or omitted objects deliver a hope and positive message to the colorful birds in the jungle in her work. Some of her mysterious and wonderful works are hanging on the wall of the White House (in time of Lyndon B. Johnson), Mannyonjang Hotel (the exclusive office of former President Park Chung-hee), Songpa Women's Culture Center and Moran Museum of Art. Sung's works were also appeared on SBS's dramas 'Your Woman', 'Wonderful Mama' and 'The Room of Two Women'. Abstract art is closely related to nonrepresentational art that expresses intuition and imagination freely. When asked about filling up a canvas with two different colors, Sung said "I make them into a form of nonrepresentationalism by expressing the lapse of time with strong hue freely and extemporaneously." For this reason, the flowers in Sung's works only make it clear the border between the flower and the leaves without realistic form of flower. Sung has a remarkable talent in doing this. Sung emphasizes the background more than the objects by using cobalt blue or complementary color or irregular patterns. Many people who have appreciated Sung's works said that they felt pleasure and comfort in her works. Sung says "The biggest charm of abstract art is to draw sympathy from unconsciousness located out of the zone that is defined by scenery and objects. We can see the world beyond the reality in Sung's works. If there is one thing we cannot see in her works, that is a 'limit'. And Sung does not concern about the limit. Sung says "I wish to foster talented young artists and to take part in spreading Korean art to the world." Sung's works expressed in unconventionality and comfort are closely related to her own personality and characters which makes her unique and beautiful in her own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