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운경 임일호 작가
자연의 미를 돌에 새기며 불상․성모상 등 작업해
작년 11월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첫 개인전 가져

커다란 돌을 깎아 예술 작품을 만드는 석공예는 오랜 세월에 걸쳐 미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돌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국보로 지정된 불국사 다보탑을 비롯해 석조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이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다. 최근에는 그 중에서도 불교와 천주교 등 종교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들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쉽게 변하지 않는 돌이라는 소재가 종교의 색채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의정부에서 호경석재공예사를 운영하며 30여년 석공예 작가로 활동한 운경 임일호 작가는 빼어난 조형미와 돌에 대한 애정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 오고 있다.

석공예에 대한 애정으로 30년 이어온 호경석재공예사
불상과 성모상, 사자상 등 큰 호평 얻어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나 청소년기까지 서천을 떠나지 않은 임일호 작가가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선택한 진로는 비닐하우스 농장 일을 돕는 것이었다. 졸업 후 부모님의 일을 돕기 위해 취직하여 3년 간 비닐하우스 일을 도왔으나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 일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통 3개월 정도면 지쳐서 떨어져나가는 하우스 일을 3년 내내 묵묵히 해내는 것을 지켜본 지인들이 서울에서 석공 일을 배워보는 것이 어떠냐고 추천해줬던 것이 석공예 작가로서의 경력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임 작가는 상경 후 서울 망우리에서 고 김진봉 씨를 스승으로 모시고 석공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을 배우는 과정은 매일이 고됐지만 그럼에도 싫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돌을 다루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3년 간 돌과 함께 지내오던 임 작가는 진흥석재, 태황석재 등 다양한 공예사에서 일을 해오다 1977년 제1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동상에 입상하기도 했다. 그의 경력이 막 꽃피고 있었던 1984년, 임 작가는 호경석재공예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4대 째를 이어오고 있는 임 작가는 처음 공예사를 세웠을 때 성당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보수를 바랄 수도 없었고 작업량도 얼마 되지 않아 성당 작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생계를 꾸려 나가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때부터 불상을 제작하는 등 불교의 일도 병행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른 것이다. 임 작가는 곧 일본 신사 주위에 놓여있는 사자상(고마이노)을 제작 수출하기 시작해 바이어들로부터 "임 작가의 작품이 아니면 안 가져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품질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돌의 결과 성질을 느끼는 과정이 가장 중요"
작년 11월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첫 개인전 가져
임일호 작가의 석조 작품들은 현대적인 예술성보다는 고전적이고 사실적인 미학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석조 예술이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을 주로 전달하는 것과 달리 임 작가는 그 중에서도 사실성과 진실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현대 작품을 많이 좋아하시는데 오히려 사실적인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돌의 쓰임에 따라 현대작, 동물작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말 그대로 기본에 충실해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불상과 성모상 등 종교적인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던 작가이기에 어쩌면 그의 '사실성'에 대한 지론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임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돌의 결을 느끼는 것"을 중시한다. 돌의 성질과 결을 느끼는 과정이야말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임 작가는 "우리나라 국보 중 석탑만 보아도 똑같은 돌을 썼는데 어떤 것은 오래 가고 어떤 것은 금방 마모가 되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탑을 세운 장인이 결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을 경우, 결을 제대로 잡으면 돌이 옆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하지 않고 천년 이상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1987년부터 수십 개의 감사패와 공로장을 받고 20여회의 종합 전시회에 참여해온 임 작가는 작년 11월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자연의 미를 돌에 새기며 꾸준히 외길을 걸어온 경력에 비하면 이제 첫 개인 전시회는 다소 늦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정과 동반자 정신 등을 주제로 한 임 작가의 작품 세계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만개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를 가진 여인', '행복한 가정', '물 긷는 여인' 등 그의 작품에서는 유독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다루는 것들이 많다. 그 뿐 아니라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가는 것'에서는 널리 알려진 고전 설화를 비틀어 "누가 빨리 가는 것보다는 조금 부족하면 안고 가고 같이 가야 한다"는 동반자 정신이 깊은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성취감이 가장 커
작품 활동을 하는 임 작가의 가장 보람된 순간은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것을 이루어 줬을 때"라고 한다. 오직 그 성취감 하나로 오랜 세월 돌을 만져 왔지만 항상 이 일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금전적인 문제는 나중에 따져보기로 하고 묵묵히 일만 하던 그에게 돈을 주지 않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었고 주문한 제품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해 그를 허탈하게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그를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작품을 보면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한 공간의 상징을 만드는 일에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쏟아 부을 수 있다는 기쁨이 그를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임 작가는 현재 석공 분야의 인력 부족에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는 "비단 기술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수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심지어 전국에서 얼마 되지 않는 평가 과정의 하나인 전국기능대회마저 기능공들이 잘 찾지 않고 고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자체나 정부 측에서도 꺼려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 작가는 한국석조각 서울, 경기지회 지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이 분야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석공의 길을 걸을 후배들에 대한 지원과 조언 아끼지 않아
임 작가는 석공인들이 모여 작업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몇 해 전부터 폐교를 사들여 전시장을 만들기 위해 알아보기도 했으며 임야에 조각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장소를 물색해 보고, 지역의 평생교육원 등에서 석공 관련 과목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등 다양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비용 등 제반 문제에 부딪혀 아직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전국의 석공에 대한 꿈을 이어가고 있는 여러 후배와 제자들을 위해 언제라도 맨 앞에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임 작가는 "배울 때도 천직으로 생각해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서 배우느냐도 중요하며, 모든 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배울 때 정성을 갖고 곱게 배우면 일이 고운데, 어떤 사람들은 배울 때 잘못 배우면 일이 거칠다. 후배들에게도 '기술을 연마하려면 그 선생의 마음을 뺏어라' 하며 이야기한다. 석공 일만 배우려고 하지 말고 선생의 마음 자세, 인간성까지 다 배우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석공의 길을 함께 걸어가게 될 후배들에 대한 조언 역시 아끼지 않았다. 누구보다 돌을 사랑하고 한 몸 바쳐 이 분야를 일궈가는 임 작가의 열정으로 인해 흔히 3D 업종 중 하나라고 불리는 석공 예술 분야에도 빛이 비출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Cover Story] Master stonemason Im Il-ho (nickname: Un Kyeung)
Statues of the Buddha and Virgin Mary expressed in natural beauty
Holding first solo exhibition at Uijeongbu Arts Center last November

Walking a single path as stonemason for 30 years 
Statues of the Buddha, Virgin Mary and lions gaining great popularity
Im was born in Seocheon County, South Chungcheong Province and grew up there until his teenage years. The first job he did after graduating high school was to help his parents' greenhouse farming which he worked really hard for 3 years. However, he doubted about his career as a farmer and he took the opportunity to be a stonemason when one of Im's acquaintances was impressed by his hard work and recommended him a new career. Im then went to Seoul and started learning stonemasonry under the teaching of Kim Jin-bong (now deceased). It was more hard and difficult than farming but Im found a great pleasure to create something new with stone. After 3 years of training, Im worked for various places including Jinheung Stone and Taehwang Stone and won a bronze prize at The 12th National Skills Competition in 1977. With his much experience and proved skills, Im eventually established his own factory called Hokyeong Stones in 1984. 

As a devoted Catholic himself and his family, Im decided to do something with cathedral works at first but the pay and the amount of works were not enough for a living. Thus he added Buddhist statues to the list of his works and he started producing and exporting Lion Statues (Komainu) usually placed around Japanese shrines and his clients praised high about Im and said that they would only buy Im's works.

"Feeling the characters and texture of the stone is most important"
Holding first solo exhibition at Uijeongbu Arts Center last November
Im's works express realistic and classical esthetics rather than modernity with which most comtemporary stonemasons tend to deliver. Im said "it seems that many people have the propensity to modern works but I think I can do various try from classical to modern based on my realistic style." Im continued that feeling the characters and texture of the stone is most important for stonemason because it is vital to create unchanging value of the work, adding that "some stones get worn out quickly and some don't even among the national treasure pagodas. This is because the stonemason was not careful analysing its characters and texture. If one can choose a right stone for a right work, it can last more than a thousand years."

As his fame proves, Im has received tens of appreciation plaques and the medals for merit since 1987. He also has participated in group exhibitions for 20 times and recently held his first solo exhibition at Uijeongbu Arts Center last November. It seems like his solo exhibition is a little bit late compared to his long and prosperous career. However, with its family value and companionship as the main subject, Im held his first solo exhibition with much praise. Some of his works displayed include 'A Woman With A Baby', 'Happy Family' and 'Woman Drawing Water' and they all imply a value of harmonious family. Also present in the exhibition was Im's philosophy of 'going together rather than going faster alone'.
"My works are my tools for communicating with people"

Im finds a great sense of achievement when he did a work which other people cannot do. Despite the every turns and twists he experienced during his long careers, that achievement has been the driving force of Im. He said "we know the stonemason by appreciating his/her works", adding that "I feel really worth and happy on the fact that I can pour my energy and passion in one thing and can communicate with people through my results." For this reason, Im regrets the fact that there are not many people who know the true value and pleasure of being a stonemason. Although there are competitions and support from the central and local governments, lack of interest and the element of hard work that the job involves make all of its effort insipid. In the hope of activating the field, Im is currently working hard as Regional Head of Korea Stone Sculpture Association Seoul and Gyeonggi Province. 

Giving unsparing support and advice for junior stonemasons
Im tried to buy a disused school to turn it into a communal workshop and exhibition hall, secure a place for an outdoor exhibition place and create a related department at regional lifelong education centers. Nothing has been achieved yet but Im is making himself ready to do it for his junior stonemasons and students. Im said "one must think this job as a vocation. It is also an important factor that from whom you want to learn and how to start. But more important is one's passion and attitude. I often tell my juniors and students to not only learn teacher's skills but also his/her attitude and personality and if you win your teacher's heart, you will certainly get what you want." 
Im loves stones more than anyone else and devoted most of his life to it. Power Korea wishes him a good result and prosperous 2015.

운경 임일호 약력
1977년 제 12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동상입상
1984년 국가기술자격 석공기능사 2급
1994년 영산법화사 주지스님 감사패
2000년 부산 오륜대 한국 순교복자 수녀회 감사패
2000년 문화재 기능인 제2272호
2004년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장 표창장
2009년 경기도 의정부시장 표창
2012년 환경보전분야 유공 경기도지사 표창장
2012년 경기도 의정부 검찰 고양지청장 표창장
2013년 한국 현대미술 대상 수상
2013년 한국 문화예술총연합회 명인인증 획득
2014년 법무부 장관표창 수상
2015년 현재 한국 석조각 서울․경기지회 지회장
2015년 현재 호경석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