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민원전문가가 말하는 ‘나의 한중유물수집이야기’
- 행정법무연구원 민종기 원장

박물관이나 보호시설에 보존되지 못한 비운의 유물들은 주로 전쟁의 광풍에 무참히 파괴되거나, 부자 권력층의 저승길에 동행하는가 하면, 돼지 목의 진주인 양 저자거리의 샛바람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뛰어난 감별사는 빛바랜 유물의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사재를 털어  숨겨진 가치를 재평가 받을 기회를 준다. 

그래서 단지 ‘몰라서’라는 이유로 행정적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은 처지가 된 사람들을 열심히 구제해 온 민종기 원장의 취미는 고상함, 그 이상의 영역에 있었다. 

선의의 행정피해자 도우면서 고미술품의 가치 찾아내는 안목 길러
예술작품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독점 혹은 재테크의 수단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심미안을 채우며 다시 자신의 후손에게 그 기쁨을 공유하게끔 하는 것이다. 행정법무연구업무로 많은 이들을 구제해 온 민종기 원장은 단연 후자에 속한다. 어느 신생 공립박물관에 내세울만한 유물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즉석에서 중국황실유물7점을 포함하여 임란일기 72책을 기증 약속했다.

그리고 한달 후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 그가 기증한 유물들은 한결 같이 수집가들이 군침을 삼키는 보물급 유물들이다 추후에 한점 한점 설명할 기회를 갖기로 하였다. 그는 전남도청의 사회복지과장, 전남도의회 의정 지원관에서 전남 행정심판위원회에 재직하며 도시 개발과 문화재, 지역계획에 이르는 다양한 업무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 그런 노하우를 혼자만의 지적재산으로 간직하지 않고, 행정업무의 경험과 법률지식, 다양한 판례들을 종합해 사람들에게 환원하고자 민 원장은 광주법원 앞에 행정법무연구원을 차렸다. 그들에게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곧 해결책을 제시하는 길이다. 삼담자 중 약 40%가량은 관계된 사건에서 충분히 법적 보호나 구제를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민원인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이를테면 그냥 넘어가면 거액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사건에서 민원인에게 유리한 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대변하여 당해사건에 가장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삶의 용기를 주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에서도 여러 가지 구제대안을 찾아내는 민 원장은 사소한 유물 한 점에서도 사료적 가치를 예리하게 찾아낸다. 

유물수집가가 재산규모에 탐욕을 가지면 단순 수집가가 되지만, 보이지 않는 문화적, 학술적 가치에 더 욕심을 내다보면 저 유명한 로마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 메디치가가 그랬듯 인류의 유산을 후대에 넘겨주는 중대한 과업을 수행하는 셈이다. 민종기 원장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의 유산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박물관 건립 및 해외유물/국내유물의 등가교환 기대돼
민 원장이 수집한 4천여 점이 넘는 국내유물 말고도 중국황실 유물에 눈을 터 수집한 유물이 6천여점에 이른다. 당송원명청대의 당대최고 명장들이 제작한 고대중국도자기, 흑피옥, 춘추전국시대칠기, 고대황실먹(어묵), 자사호, 고서화 등을 하나하나 감상하다보면 어느 누구라도 황홀경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1만 년 전의 중국 흑피옥의 매장위치를 확인해 한국 최초로 중국 10대 문화명인이 된, 故 김희용 선생과의 만남을 통해 춘추시대 등 시대별로 출토되는 자기의 역사적 의의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이후 고서를 뒤져가며 공부하는 노력 끝에 흑피옥, 술과 차를 보존하는 밀봉도자기, 칠기 등을 수집하고 정성껏 보존해 두었다. 진품명품의 진가는 이내 드러나게 된다. 고대유물에 대한 애정으로 수집을 하였지만 민 원장의 열정이 집대성된 수집품 중에는 고대역사를 새로 쓸 사료적 가치를 지닌 물건이 상당수이다.

그 한 예로, 민 원장이 보유한 송나라 시대의 ‘불두 도자기’는 한중 고미술협회의 유명 중국 감정위원으로부터 중국불교를 대표하는 국보로 지정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또한 ‘동림연사 어묵’은 명필 서예가 유희강이 사용하던 먹과 동일시대와 장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민 원장은 본격적으로 감정평가서를 받기 시작한다. 그것은 단순한 재테크 개념 같은 세속적인 욕구에서가 아니었다.당대명장들의 혼이 배인 극치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고대역사를 담은 희소유물들이야말로 국가이건 개인이건 책임감을 느끼고 힘껏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 원장은 전남의 행정가 출신이자 행정지식을 환원하는 삶 못지않게 자신의 유물들을 후세에 전달하는 과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 유출된 우리나라 유물의 추정 개수는  무려 50여 만 점이나 되며 눈뜨고 도둑맞기 일쑤인 한국의 고대 유물사에서, 최근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다. 통일신라의 유물인 동조여래입상이 대검찰청의 결정으로 입상의 손가락 부분이 손상된 채 일본에 넘겨주기로 결정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민 원장은 “미 경매장에서 250억 이상의 재산가치를 인정받는 유물과 동일시대의 타국 유물을 보유하는 것은, 우리가 잃은 유물과 등가교환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많은 연구와 수집을 통해 언젠가 해외의 우리 유물들이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개인의 수집 영역을 떠나 국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그의 집념 어린 노력은 진정 값진 삶의  결정체라 할 만 하다. 

 

The story of 'my collection of Korea-China relics' from a civil administration specialist 
Director Jeongki Min of Administrative Justice Research Institute

Helping innocent victims and finding the value of antiques
There are two ways to see art works: to see it as a means of making profits and to appreciate and pass it down to next generation. Director Jeongki Min of Administrative Justice Research Institute is the latter case. When he heard that there were not many relics to display in a new public museum, he donated seven of his Chinese Imperial relics and 72 books of diaries written in Japanese Invasion of Korea in 1592. The collections he donated were national treasure level highly sought after relics.

Min worked as Head of Social Welfare Department at South Jeolla municipal government and in the South Jeolla Administrative Appeals Commission of South Jeolla Provincial Assembly and built his knowledge and experience relating to urban development and cultural assets during those period. In order to share his know-how, Min eventually opened Administrative Justice Research Institute in front of Gwangju Court House. According to Min, around 40% people were eligible to have benefit from legal protection or remedy. 

For example, Min provided an effective solution to a person who could otherwise have paid a large sum of penalty through a sharp and thorough analysis. Like Min finds many effective solutions from just one case, he finds the value from even a petty relic. If a relic collector is greedy for money, he becomes just a mere collector but if a relic collector cherishes the value of a relic, he can become like Gaius Maecenas and Medici family who passed down great legacy to humankind. In this respect, Min is now starting to turn his eye to find a value of overseas relics. 

Building museum and promoting equivalent exchange of domestic and overseas relics
Min currently has more than 4,000 Korean relics and 6,000 Chinese Imperial relics which include ancient Chinese porcelain, black jade, lacquer ware from the Warring States period in ancient China, ancient imperial ink stick, tea bowl and ancient paintings. These collections make appreciators to be lost in ecstasy. 

Min fell in love with relics and each era when he met Heeyong Kim (deceased) who pointed out the location of the 10,000 year old Chinese black jade and became one of Ten Grand Master of Culture. Min then ardently collected black jade, sealed ceramics for keeping liquor and tea, and lacquer ware. There are many relics among Min's collections which can be materials for reviewing the history of ancient China.

For example, Min's 'Buddha Head Porcelain' from Song Dynasty was mentioned by an appraiser of Korea-China Ancient Art Association that it should be designated as a national treasure which can represent the Chinese Buddhism. Also, 'Donglimyeonsa' ink stick & stone was diagnosed to be made in the same time and place with the ink stick & stone the calligrapher Heekang Yoo used. From this time on, Min started to receive written appraisals from professionals. 

Min strongly believes that the relics that contain the soul of master craftsman have to be protected by not only government but by every one of us. For this reason, Min is as diligent to pass down his collections to next generation as he shares his administrative knowledge with people.

It is estimated that the Korean relics flowed out of the country reached to 500,000. More regretfully, Bronze Standing Buddha of Silla Kingdom with damaged finger part has recently been decided by Supreme Prosecutors' Office to go to Japan. Min showed a strong regret and said "a $25M worth relic estimated in an auction in the US and obtaining a relic of the same age with the same value means that equivalent exchange is possible. I hope many of our valuable relics are effectively returned to Korea through this exchange and continuous R&D."
 

정재헌 기자  jjh052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