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정재원 도편수       
“천년을 간다는 생각으로 집을 짓는다”
대목 50년 외길, 2월 문화재청장 수상해

우리 전통 한옥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양옥식 건물에 비해 나무와 흙, 돌, 지푸라기 등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주거 양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습도 조절 능력이 뛰어난 재료를 사용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의 생활환경 속에서 흔히 생기는 아토피 등 질병을 막을 수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한옥을 짓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목수 또는 목장인데, 목장은 다시 문짝이나 난간 등 작은 부분을 맡은 소목과 집 전체를 짓는 대목으로 나뉜다. 대목장으로 50여 년간 한옥과 불교 사찰, 사당 등 다양한 건축물을 짓는 데 평생을 바친 정재원 도편수를 만나보았다.

부친의 가업 이으며 대목장 50년 외길.
경기도 양주시 광격면 효천리 산 26번지. 이곳에서는 요즘 한창 여럿의 목수들이 뙤약볕 아래서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전사청(제사를 지내기 위해 준비하는 곳)을 건축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총 면적 850m2(250평) 위에 세워지는 커다란 한옥 건축물은 수원이 본관인 수원백씨 휴암종중(백인걸 회장)이 주인이고, 공사는 (주)법화건축(정재원 대표)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법화건축의 정재원 대표는 올해 이 공사와 함께 더 큰 한옥 건축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문화재청 등록 기능보유자(문화재기능인 2490호 한식 목수)로  50여 년째 대목의 길을 걸으며 현재는 도편수의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정 도편수는 그동안 문화재 복원을 비롯해 법당과 닫집, 탁좌, 한식목공 등을 맡아 전국의 수많은 공사와 작업들을 일궈 왔다.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난 정 도편수는 부친이 목수로 2대 째 가업을 이어 가고 있다. 부친의 영향 탓인지 청소년 시절부터 집안의 작은 문은 직접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났다. 정 도편수는 중학시절 상경해 서울의 휘경동에 있는 고모 댁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 못가 집을 나와  목수 일을 배우며 작업 현장을 다니게 되었는데, 이 같은 동기로 지금까지의 평생 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정 도편수는 젊은 시절부터 전국을 돌며 불교 사찰을 짓는데 참여했고, 이런 일은 1990년대 후반 IMF 때까지 이어졌다. 이후 (주)법화건축을 설립해 자신만의 공사를 따내며 한옥을 만드는 일에 전념을 해 왔다. 사업 초기부터 전국의 사찰을 돌며 만불전 등 법당을 짓는 데 매진했다.

법당 지으며 2003년부터 사당 건축도 시작해
“천년이 간다는 생각으로 집을 짓는다”
정 도편수는 크게 현대건축과 고건축으로 나뉘어 사업을 해 오고 있다. 그는 2003년까지 우연한 기회에 주변의 지인을 통해 각 문중의 사당을 알게 되어 경기도 파주로 일터를 옮기면서 사당 짓는 일에도 참여하게 됐다. 정 도편수는 그간의 공사 이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계약을 따내게 되었고, 현재는 법당과 사당 짓는 일을 병행 해가고 있다. 그는 공사를 했던 곳에서 다른 곳도 소개 받으며 건축주들의 신망이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예천 용문사, 포천 흑용사, 노원구 상계동 천문사 등 법당을 비롯해 사당과 누각 등 이런 모든 것들도 정 도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놓은 업적들이다.

정 도편수는 이에 대해 “완공하고 나서 건축주가 만족해서 우리를 불러주고 막걸리 한 잔을 대접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때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 년간 이 같은 공사를 하면서 “장인의 혼을 불어 넣어 천년이 간다는 마음으로 집을 짓는다” 는 정신을 되새긴다고 한다.

우리의 한옥은 나무를 골격으로 한다. 한옥을 지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좋은 나무를 선별하는 일이다. 음양의 원리로 집을 짓는 한옥은 나무를 깎고 다듬어 끼워 넣기 등을 거치는데, 지반부터 기초를 튼튼히 한 다음 서까래와 기둥 등을 올려 조합을 해가는 것이다. 이런 한옥에 대한 정 도편수의 ‘한옥예찬과 애정’ 은 끊임이 없다.

“나무는 물이 안 들어가면 변형이 안 되기에 천년을 버티는 좋은 재료입니다. 현대식 시멘트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시멘트로 지은 집들은 습하면 곰팡이가 피고, 때로는 아토피를 유발하지만, 나무가 들어간 한옥은 벽체에 황토 등을 바르기에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게 한옥이지요. 한옥이 바로 최고의 주택입니다”

후덕하고 푸근한 인상, 유머로 직원들 독려
“기초를 튼튼히 해 완벽하게 작업 마쳐야” 
정 도편수는 후덕하고 푸근한 인상에 유머도 풍부한 사람이다. 몇 마디의 얘기를 나눠보면 인간미가 물씬 풍기며, 이미지도 연륜에 비해 순수함이 그대로 배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많이 지치게 마련이다. 오랜 경험에서 터득해 온 정 도편수는 이런 점들을 잘 알기에 직원들의 힘든 부분을 유머러스하게 독려하면서 건강도 직접 챙겨 주는 세심함을 보여준다.

정 도편수는 한 때 공사를 하다가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 했었다. 그렇게 어려웠을 때 주변의 지인들은 그를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도왔다. 평소에 그가 얼마나 인간관계가 두텁고 신뢰가 좋았는지를 대번에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정 도편수는 어떤 작업을 맡으면 항상 꼼꼼함을 우선으로 한다.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우던 사람들은 10년이면 대부분 독립해서 떠난다. 그러나 어설프게 독립하면서 자기 사업에 욕심이 나다보니 사람들이 마음이 급해 빨리 빨리 일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를 가리켜  ‘손이 빨라진다’ 고 표현을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손이 거칠게 되고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정 도편수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그는 이런 면에서 후배들에게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기초를 튼튼히 하고 꼼꼼하게 작업해 완벽하게 작업을 마치는 것을 늘 주문을 한다. 그래야만 공사가 끝나도 건축주가 아무런 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값싸며 좋은 한옥을 많은 사람에게 보급하고 싶다”
올해 2월 문화재청장상 수상하며 ‘대목장’ 인생길 걸어
최근에 정 도편수는 평생의 숙원이자 부인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다. 그는 50년간 목수로서 최고 위치에 올랐지만 정작 자신은 집을 가져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부인은 그를 지난 세월 한없는 인내와 내조로 묵묵히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런 부인은 자신의 고향인 인제와 남편의 일터인 파주의 중간쯤에 집을 지어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부인이 평생의 보금자리 집을 지어 달라는 얘기였으니 정 도편수로서는 얼마나 감개무량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남양주 마석에 있는 아담한 산자락이다.

정 도편수는 부인의 소망이었던 집을 짓기로 하고 500평 규모의 땅을 삼등분 해 가운데 자신의 집과 양 옆의 지인들 집 등 한옥 세 채를 완성했다. 그는 “내 집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소원을 풀게 돼 아내에게 그동안의 미안함을 덜 수 있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 도편수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한옥을 값싸게 많이 지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해 보고 싶은 게 숙원” 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정부나 대목장과 한옥 기능 관련 부서 등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그동안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시 등 다른 지방은 문화재 기능인들을 위한 지원이 잘 이뤄졌으나,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다. 내년부터는 협조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능인들에게 지원을 해서 이들이 살아가는 데 힘을 얻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도편수는 2011년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로 위촉되어 이듬해 북부지회 부회장을 맡았다. 2011년 한마음대상 전통문화부문을 수상하고 올해 2월에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한 국내 대표 대목장이다. 정 도편수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에서의 활동과 법화건축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한 체험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한옥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대중화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가는 중이다. 그것이 한옥을 사랑하는 정 도편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재 원 (丁在元)대목  약 력 >
-공로 감사장 내역- 
1996.10 일붕선교종  (은평 천관사)
2004.10 수원백씨종중 (파 주)
2005.3  민족혼뿌리내리기시민연합 이사 (위촉)
2005.9  한국불교 태고종 (인제보덕사)
2006.6  함안조씨종중 (파주)
2006.11 순흥안씨종중 (파주)
2008.4  밀양박씨종중 (파주)
2008.5  대한불교법상종(노원 천문사)
2008.5  진주 류씨종중 (연기)
2011.4  한국문화재 기능인협회이사(위촉)
2011.11 한마음대상 전통문화부문 수상(뉴스타임 신문사)
2012.12 한국문화재 기능인협회북부지회(부회장)
2012.12 문화대학교 대목시험관 (산업인력공단)
2014.6  법화종 (서귀포 무량정사)
2014.11 의령남씨종중 (세종시)
2015.2  문화재 청장상(감사장)

▲법화건축은 어떤 곳?
주소 :  경기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687번지
연락처: 02-358-0274 / 031-942-4937 / 011-730-4936 
법화건축은 첫째, 전통주거 공간에 있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적이며 독창적인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쾌적한 삶을 위한 기능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건축하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의 질과 관련된 부분으로 전통 건축 특성상 지방의 지역성과 장소 등을 고려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설계 및 시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둘째, 전문화를 통한 Know-how를 구축하는 것이다. 법화건축은 고건축 분야에 있어 이미 선도적인 위치에서 확고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 건축물에 대해서도 회사 설립 초기부터 그 기능과 특성에 따라 특화된 팀을 구성하여 운영함으로써 꾸준한 전문성 확보를 통해 법화만의 체계적인 Know-how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법화건축은 사찰, 사당, 제실, 삼문, 기타 건축 등의 디자인에 있어서도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오고 있다.

셋째, 법화건축은 시대와 개념을 뛰어넘는 능동적 변화를 해가고 있다. 개업 초부터 단계적인 계획과 실행 하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고건축 전문가 등 국내의 유수한 설계사무소 및 고건축 기능공과의 Consortium 및 Joint Venture를 통해 폭넓은 교류를 나누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또한 Project의 진행에 있어 설계 초기의 개념설계 단계부터 적극적인 업무교류를 통해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다.

[Cover Story] Master builder Jeong Jae-won
Building house that will last a thousand years
Walking a single path as a great carpenter and receiving a prize from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CHA)

Succeeding family business for 50 years 
26 Hyochon-ri, Gwangkyeo-myeon, Yangju City, Gyeonggi Province. This place is busy with numerous carpenters building Jeonsacheong (preparation area for ancestral rites) by December this year. This Korean house to be built on a 826m2 land is owned by Hyuam clan of Suwon Baek familiy (chairman Baek In-gul) and is being constructed by Buphwa Architecture & Engineers (CEO Jeong Jae-won).
Jeong is currently taking another big building project alongside this Korean house. He is a certified artisan (CHA's No. 2490 as Korean carpenter) and has 50 years experience in the field. Jeong's works cover from repairing cultural assets, Buddhist temples, canopy, Takjjwa to Korean type carpentry nationwide. 

Jeong was born in Muan, South Jeolla Province and is succeeding his family business as the second generation. He had talented hands since he was young and fixed small doors of his house by himself. He went to his aunt's house in Seoul when he was a middle school student but soon left the house to be a carpenter. 

Jeong participated in building numerous Buddhist temples nationwide until 1990. He then established Buphwa Architecture & Engineers to focus on building traditional Korean house. He engaged in building many Buddhist sanctuary from the very beginning of running his own business.

Building shrines from 2003
"I build house that will last a thousand years"
Jeong's business covers both modern buildings and traditional buildings. He also started building shrines when he happened to know about family shrines from his acquaintances by moving his base to Paju, Gyeonggi Province. He is known as a trustworthy man among many of his clients. Yongmun Temple, Heugyong Temple in Pocheon and Cheonmun Temple in Nowon District as well as numerous shrines and palaces are Jeong's achievements. 

Jeong says "I feel worth when my clients offer me a bowl of Korean rice wine with satisfaction when completing a building. It's the happiest moment in my life. For this reason, I always build a house or building that will last a thousand years."
Traditional Korean houses are based on wood materials. Choosing a right wood, therefore, is the first step you need to take. Then you need to consider the principles of yin and yang when carving, poling and assembling the house with your heart full of passion and affection in the process. 

Jeong says "trees are unchanging and last a thousand years when soaked with water. Cement cannot compete with wood as it causes mold and atopy but wood accompanies red clay and the house gets cool in summer and warm in winter. This is the virtue of traditional Korean house."

Unstinting and affectionate character to cheer staff up
"Strong foundation is vital to build a perfect house"
Jeong is an unstinting, affectionate and humorous person. You will know once you start talking with him. This of his character palys a great role to cheer staff up when working in the field which often struck with harsh conditions and environments such as heat and cold. 

Jeong once lost all of his fortune caused by his business. But people around him threw themselves into the matter enthusiastically and gave a helping hand to him. This proves well about his good character and virtue. 

Jeong prioritizes attention to detail whenever he launches a new project. People who work under his instruction become independent after 10 years. But many of them likely make problems by working faster than they should to make more profits. For this reason, Jeong always advises his juniors to work slow but accurately as this can bring a satisfactory results for both themselves and their clients. 

"I want to spread nice but affordable traditional Korean house"
Receiving a prize from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Jeong decided to fulfill his wife's dream: to build their own house. Jeong built many houses for others but not for himself and his wife for 50 years. His wife must have been patient watching Jeong to work for others. But she finally asked Jeong to make a house for them somewhere in the middle between Inje (her home town) and Paju. Touched with her wife's request, Jeong decided to build their own house at a hillside in Maseok, Namyangju.

Jeong divided a 1,652m2 land into three parts and built a house in the middle for them and two houses on the sides for their guests. Jeong says "I was sorry for my wife for not having our own house for a long time but we finally have one and I'm happy now."

Jeong says "it's my long-cherished dream to build and spread nice traditional Korean house at an affordable price. There have been many support for certain areas including Jeonju Traditional Korean Village and carpenters but not for Gyeonggi area. We are currently expecting a government support from next year and I hope this will be well spent on promoting local carpenters in the region."

Meanwhile, Jeong was appointed as a director of Korean Cultural Properties Craftsman Association in 2011 and took the vice president's position of the northern ares of the association following year. He won Hanmaum Awards in the traditional culture sector in 2011 and received a prize from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this February. Jeong also is actively involved in experience programs for children. He devoted his life to popularizing traditional Korean house and this is the reason we want to give a cheerful applause to Jeong.
 

안정희 기자  honesty58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