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혜석 양재경 명인(옻칠-발우)
부친에 이어 2대 째 전통 화칠 기법 계승하는 혜석 양재경 명인
작년 11월 명인 인증 받으며 깊은 예술성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옻을 재료로 한 여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칠기들이 생산되어 왔다. 옻을 칠하는 기법으로는 흑칠, 주칠, 정제칠, 화칠, 생칠을 이용한 다양한 방법 등이 있으며, 가공하는 공법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쓰이는 기법은 얇게 갈아낸 조개껍데기를 이용한 나전칠기로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나전칠기에 비해 다른 기법을 사용하는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1930년부터 60여년 화칠 기법을 사용한 목기 제조의 장인 택영 양기택 옹의 아들인 혜석 양재경 명인은 부친의 뜻을 물려받아 30여년 특유의 화칠 기법을 전승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명인이다.

부친인 양기택 옹의 화칠 기법 물려받아 대원옻칠공예(대원목기) 공방 운영해
2014년 문화재수리기능사 칠공분야 자격증 취득하고, 11월 명인 인증 받아
혜석 양재경 명인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에서 태어나 일생의 대부분을 고향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의 부친 양기택 옹은 남원에서 1962년부터 대원칠공예사를 운영한 옻칠계의 산증인이었다. 택영 양기택 옹은 우리 전통 화칠 기법의 대표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화칠 기법이란 생칠과 화칠을 적당히 섞은 후 국광을 함께 혼합하여 칠살을 두껍게 올리는 기법이며 이는 휘발성도 약해지고 검붉은 색감이 오래 갈뿐만 아니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국광색 칠감이 은은하게 우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양기택 옹은 이러한 화칠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대원칠공예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옻칠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양기택 옹 역시 여러 차례 사업 실패를 겪으며 많은 빚을 떠안게 되었다. 혜석 양재경 명인 역시 군대를 제대한 후 대기업 일자리를 마다하고 아버지를 도와 1984년 대원칠공예사에서 일을 시작했던 것이 옻칠 경력의 시작이었다. 처음 옻칠을 접하면서 1년 6개월 정도 옻이 올라 꼭 피부병에 걸린 사람처럼 살면서 견디었고, 생계유지를 위해 야시장에서 칠공예 제품을 팔아보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야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터라 다니면서 제품 팔아 경비에 쓰기도 모자라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 포기하려는 마음을 먹을 때쯤 그의 아버지가 다시 한 번 더 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워 주었고, 다행히 그 때부터 조금씩 나아지는 생활이 될 즈음 부친인 양기택 옹은 92년 9월 무형문화재 보고서 제198호 “양기택의 칠기능” 책자를 당시 문화재 전문위원이신 김종태 교수님의 도움으로 발간하여 무형문화재 옻칠장의 길을 갈수 있었으나 불행히도 지정을 앞두고 작고하시게 되었다.

이에 혜석 양재경 명인은 1993년 스스로 대원옻칠공예(대원목기) 공방을 운영하며 자신만의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남원시로부터 특산단지 지정서를 받고 이듬해에는 남원시 특산품 생산업체지정서를 받는 등 사업은 서서히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혜석 양재경 명인에게 옻칠은 곧 생계였다. 그렇기에 그는 줄곧 상품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해왔다. 작품 활동을 하기에는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작품 활동을 하지 않으니 상품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혜석 양재경 명인은 제24회 전승공예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2005년 (사)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로부터 목칠부문 대한명인 인정서를 받았고, 2009년 (사)대한공예예술연합회 우수상, 같은 해 (사)한국문화공예예술대전 장려상 등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14년 문화재수리기능사 칠공분야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문화재기능인협회 제12회한국문화재기능인 작품전 입선,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로부터 11월 명인 인증(옻칠-발우)을 받았다.

대표작 33합 발우, 은은하고 깊은 예술성 선보여
고난이도의 화칠 기법 계속해 계승 발전시킬 것
혜석 양재경 명인의 작품은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는 화칠 기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화칠 기법은 역사가 오래 되었지만 옻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부터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아 현대 미학적인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그 때문에 요즘에는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하지 않게 되었고 조개껍데기로 화려한 빛깔을 내는 나전 기법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혜석 명인은 “화칠 기법의 전통을 살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나 고객들에게 잘 통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화칠의 기본은 살리면서 현대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하려고 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혜석 명인이 주로 작업하는 것은 사찰에서 사용하는 불기 및 발우다. 혜석 명인의 대표작인 33합 발우는 제작 기간만 3년에 가까울 정도로 그의 땀과 노력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은은하며 짙은 빛깔과 그릇 전체를 수놓은 붉은 색 연꽃 문양은 단순한 그릇이라고 보기보다는 깊은 예술성을 보여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처님의 은공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멋이 있다. 현재 33합 발우는 오대산 상원사에서 소장하고 있다.

혜석 명인은 “주로 불기와 발우, 제기 등 목기를 제작하기 때문에 스님들을 많이 접하지만 스님들께서 내 제품에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 찾아주실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발우를 제작하면서 더 얇게, 합수를 늘리고 튼튼하게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알리며, 이번에 제작 한 것은 바깥 부분만 표현했는데 준비 중에 있는 작품은 내부 속까지 채화로 마무리 하려고 구상중이다. 칠을 하기 전 상태인 백골부터 눈질의 단점을 보강하고 뒤틀리는 과정도 복합적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부친의 화칠 작업, 나전과 채화칠기의 조화를 이루는 칠기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표시했다.

"공예인들에 대한 현실적 지원 부족해"
나전과 채화 등 다양한 기법 다듬어 전통 예술 알릴 것
30년 넘게 옻칠을 업으로 삼아 왔지만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칠을 하는 횟수만 평균적으로 7~9회, 작품을 만들 때는 9회 이상을 하는데 칠을 말릴 때도 습으로 말리는 것이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수도 없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먼지가 타지 않을까 해서 더운 방 안에서 묵묵히 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고사하고 일반적으로 옻칠 자체를 배우려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힘들다.

혜석 명인은 "우리 일이 3D 업종이고, 기술을 배우는 것도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해야 작품이 나오고 흉내를 낼 수 있을 정도까지 오르는 데에도 수년 이상 걸리는데 이 과정을 버티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공예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공예인들에 대한 현실적 지원이 부족하다. 무형문화재라는 몇 사람 안 되는 사람들만 지원해주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나쁘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묵묵히 전통을 이어가며 생활하는 많은 칠공인들에게도 포기하지 않도록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혜석 명인은 앞으로 나전과 채화 등 다양한 기법을 더욱 다듬어 다양한 방면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화칠 기법 역시 계속 유지해 나갈 뜻을 밝혔다. 그는 "스님들께서 발우를 수리하러 가져오시면 화칠 기법으로 된 것들이 많다. 사실 사용하시는 분들은 기법에 대해 잘 모르시고 사용하고 계시는데,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화칠 기법이 우수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먹히지 않고 사라져 간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또한 산내면의 슬로공동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옻칠 체험장을 열어 많은 분들에게 체험을 시켜주고 있으며 향후 옻칠 아카데미를 열어 옻칠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할 계획도 준비 중이며, 혜석 명인은 산내면의 청년회장, 자율방범대장, 지리산RC회장을 역임 하였고 현재 의용소방대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봉사에도 힘쓰는 산내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모범적인 청년으로 살고 있었다. 

우리 전통 옻칠 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그 길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역시 쉽게 갖기 어렵다. 그러나 혜석 양재경 명인처럼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과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로 인해 전통 예술은 이제껏 명맥을 유지해 왔는지도 모른다. 특히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기술에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그 기술이 외면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다하는 혜석 양재경 명인이야말로 우리 전통 예술계의 희망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Cover Story] Master craftsman Yang Jae-gyeong (nickname: Hae Suk)

Succeeding father's speciality of Korean lacquer
The years of touch of artisan's hand to be a master craftsman

Succeeding his father Yang Ki-taek's lacquer technique to run Daewon Lacquer Workshop 
Obtaining a Cultural Properties Repair Certificate in lacquer and a Master Craftsman
Yang was born in Daejeong-ri, Sannae-myeon, Namwon-si, North Jeolla Province and he has never left his hometown. His father Yang Ki-taek, who established Daewon Lacquer Workshop in 1962, was a famous lacquer specialist in the region. His father's lacquer is to mix crude lacquer, hwachil (lacquer) and polishing lacquer appropriately to produce a thick layer which reduces volatility but lasts dark red color longer on pinky hue. This has been the unique lacquer method of Daewon Lacquer Workshop. 
However, the job made his father hard to get by and he was often ended up with a considerable amount of debt as a result. However, despite the harsh conditions of the job, Yang jumped into his father's business as soon as he was discharged from the military service in 1984. But he had to endure skin diseases caused by sap of the lacquer tree for one and a half years and financial hardship like his father went through. Around this time, his father published a book called 'Yang Ki-taek's Lacquer Technique' on September 1992, with the help of Professor Kim Jeong-tae who was a specialist in cultural assets, and was appointed as an intangible cultural asset and died soon after. Yang almost gave up the job but was encouraged by his father's death and started to devote his life to running the workshop in earnest from 1993. The workshop finally was recognized by receiving Appointment Letter for Speciality Complex from Namwon City in 1995 and another one for Local Speciality Producer following year.

Yang started to actively engage in various competitions and his works were selected by The 24th Handed Down Crafts Competition and The 12th Korea Cultural Asset Artisan Fair, and he received Runner-up Prize from Korea Crafts Art Association in 2009, Participation Prize from Korea Cultural Crafts Art Competition in 2009, obtained a Lacquer Master's Certificate from Korea New Culture & Art Exchange Association in 2005, Cultural Properties Repair Certificate in lacquer and Master Craftsman in 2014, and Master Craftsman from Federation of Korea Art & Cultural Organizations in November 2014. 

Master's Set of 33 Bowls used in Buddhist temples 
Passing down traditional Korean lacquer technique
Lacquer has a long history but collecting the sap of lacquer and its making process are difficult which make the field difficult to be commercialized. As a result, the handicrafts made of mother of pearls are becoming more popular. Yang said "I'm working on ways to revive the traditional lacquer technique with modern elements in the hope of attracting more people to the crafts." 

Yang's main works are a set of bowls used in Buddhist temples. The Set of 33 Bowls especially is his representative work which he spent 3 years to complete. It is not much to say that the delicate hue and reddish lotus patterns on the bowls are a work of art. One cannot help feeling happy and peaceful by appreciating the work. It is currently in possession of Sangwon Temple in Mount Odae. 

Yang said "I mainly work on Buddhist bowls, plates and ritual goods and I feel really worth whenever monks are appreciating my works. To show my gratitude, I'm trying to make them more thinner and put the patterns inside of the bowls as well as outside and I will also improve the weak point of the materials such as twisting. In this way, I can succeed and develop traditional Korean lacquer and its products."

"Government's support for craftsmen are much needed"
Spreading Korean lacquerware to the world
It has been 30 years since Yang first devoted his life in lacquer but the road was rough and cliffy. Lacquer requires 7 to 9 times of painting layer on layer and should be dried in moist which Yang has to work inside a hot room without even opening a window as the dust easily gets in and stick to the painting. That is why only a few people are showing their interest in the job. 

Yang said "it is a really hard job and acquiring of the technique also is very difficult. It normally takes years of learning and practice to produce a good work and many people give up in the middle of the way", adding that "in this respect, the central or local governments' support is much needed if we are to pass down this valuable tradition to the next generation. And the support must be provided regardless whether they are intangible cultural assets or not."

Yang also showed his strong will to maintain and develop various lacquerware materials and techniques. Yang said "each lacquerware has its own characters and it will be more meaningful if people use it according to its characters. For this, I'm providing a right information whenever people bring it for repair and am also running an experience program as part of the project carried out by Sannae-myeon Slow Community. 

Meanwhile, Yang served as Chairman of Sannae-myeon Young Men's Group, of Crime Prevention Guides, of Jiri Mountain RC and is serving as Head of Volunteer Fire Department. Many people are interested in succeeding traditional Korean lacquer and they will walk the road without a moment's hesitation as long as an affordable environment is being provided. In this respect, Yang is highly expected to play an encouraging role for the people in spreading the crafts to the world over Korea. 
 

안정희 기자  honesty58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