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빈 석공명장

설계부터 시공까지, 석재에 혼을 담는 석공 명장
나고야 미산에성관음상, 강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등 만들어

돌을 깎는다는 것은 지난한 인고와 강도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거친 원석 속에서 작품의 형상을 빚어내고 그 돌을 서서히 깨나가며 모양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단 한 순간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를 망가뜨리게 되고 한 번 저질러지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석공의 일은 구도자의 자세와도 닮은 면이 있다. 40년 넘게 불교 전통의 석재 조각품만을 만들어온 동창석재의 대표이자 국가지정문화재 1395호 석공명장인 임한빈 명장은 전국 각지의 유명한 석조각 작품을 만들어온 장인이다.

동국대학교 김창희 교수에게 가르침 받고 공장장 지내
설계, 설계감리, 제작, 시공 등 도맡아 하는 석공 명장
국내에 손꼽히는 돌 생산지인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난 임 명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당시 부산에서 석재일을 하던 형님에게서 돌 깎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작은 생계유지를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동국대학교 김창희 교수로부터 3년간 전통 석재조각의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침을 얻으며 임 명장의 돌 기술은 서서히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눈썰미가 빠르고 석공들의 기술을 금세 앞지르는 재능 덕분에 그는 1971년 서울 역촌동에서 동양석재 공장장을 지내기도 했다. 임 명장은 “동물상이나 인물상 등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나서서 설계해달라고 가져오는 물건들을 다 만들어줬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 명장은 설계에서부터 설계감리, 제작, 시공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낸다. 보통 석공들의 작업이 돌을 깎아 작품을 만들고 설치하는 과정에 치중해 있다 보니 설계 등 사전작업에는 상대적으로 서툴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 불상 하나도 직접 설계해서 만드는 것이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임 명장의 목표는 첫 째로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것, 둘째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오직 시작에서 끝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꼼꼼하게 일을 해나가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그 덕분에 임 명장은 경복궁과 숭례문 복원공사에도 참여하는 등 독보적인 행보를 걷게 된 것이다.

동양 최대 석관음상인 나고야 미산에성관음상 작업해
강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앞 복원 공사도 참여
임 명장은 지금까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해태상, 경복궁 지하철 역사의 기마인물상과 해시계 및 불로문, 본체 높이 20척(약 6m), 전체 높이 32척(약 9.7m)에 달하는 기흥시 만의사 지장보살, 일본 오사카 꽃 박람회 한국관 문화재 석공사, 나고야 미산에성관음상, 국군묘지에 있는 1950년 군대 임관 동기 기념 충혼탑 등 수많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 임 명장이 대표작으로 꼽는 미산에성관음상은 본체 높이 7.5m, 전체 높이 17m로 통돌로 조각한 석조작품 중에서는 동양 최대의 성관음상이다. 임 명장은 일반 화강암과 비교해 1.5배 이상의 중량이 나가는 세석을 사용하는데, 다루기에는 힘든 돌이지만 조각을 할수록 본래의 성질이 강한 만큼 섬세한 작품이 나온다고 한다. 또한 수목장이 등장하기 전인 최근까지 국내 장례 문화가 납골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납골당, 납골묘, 성물 제작 등에서도 많은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임 명장은 혼이 담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공부하고 모든 작업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계와 설계감리까지 직접 진행함은 물론 하나의 의뢰가 들어왔을 때 그 작품이 가진 전통과 미적 양식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임 명장은 북한산 삼천사 탑을 작업할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삼천사 탑은 8각 9층 아쇼카상 석탑이다. 흔히 팔각 탑이 우리 전통의 양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전통적인 칠여래불상이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던 게, 그대로 따라가려면 한 면에 조각을 넣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성광불을 넣어야 됩니다 하고 스님께 여쭈었더니 놀라시면서 며칠 기다려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주일 지나서 스님이 다시 부르시더니 임 사장이 나보다 더 많이 안다고 하며 감탄했다. 결국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임 명장은 강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복원 공사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예산으로 14억 원 가량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로 970여 암석을 사용해 문화재 복원 공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작업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헬리콥터로 자재를 끌어올리며 작업했겠지만 암반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또 높은 지대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노레일을 설치하였다. 그러나 임 명장은 암반에 구멍을 뚫고 크레인을 설치한 뒤 전기를 끌어와서 공사를 6개월 만에 마칠 수 있었다.

문화재 기능공들에게 처우 개선과 많은 지원 필요해
“힘닿는 날까지 돌과 함께할 것”
한편 임 명장은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의 석조각 예술혼이 점차 명맥을 잃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이 힘들고 고될 뿐 아니라 쉽게 생계를 이어가기도 만만치 않아 젊은 사람들이 쉽게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적인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임 명장의 말이다.
“외국을 나가보면 문화재 기능공들에게 많은 지원을 합니다. 저는 가게라도 갖고 있으니 놀지 않고 하는데 지금 일하는 석공들도 선배들이나 공장 안하는 사람들은 한 달에 15~20일, 하루에 일당 2~30만 원 정도 법니다. 이런 여건 때문에 이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임 명장은 1994년 문화재수리기능자격 제1395호를 취득하였고 현재 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로 10여 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기능인시험의 출제위원으로 5년 간 일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감독관으로 시험 현장에서 석공을 꿈꾸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배움이 짧아 실기 과목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쳐 보이기도 전에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한다.

임 명장은 “문화재 기능인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문화재 분야에는 25~6개 직종이 있는데 이를테면 목수들은 공예학교 목공과가 있어서 한 해 150명 가까이 배출된다. 그러나 석공은 20여 년 전에는 부산에 공예학교 석공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어져 제대로 양성부터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처음부터 학벌로서도 승부가 어렵고 기능공에 머물러 버리니 선발된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을 전했다.

임한빈 명장의 철학은 “성실하게 열심히”다. 그렇게 묵묵히 48년 째 석장의 길을 걷다 보니 힘든 순간도 많았고 꾸준히 일거리를 가져다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스스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을 알고 있기에 중견 작가의 위치에 오른 지금 후배들의 진로 개척에도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힘닿는 날까지는 돌과 함께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기능인협회를 통해 후배 양성을 이어가며 본인의 작품 활동도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배운 것이 돌 다루는 일이라 이 일에 재미를 느끼고,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가 택한 길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 사이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임 명장의 말에서, 석공으로서의 자부심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제작시공내역
1976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해태상
1986년 지하철 경복궁역사 기마인물상, 해시계, 불로문
1987년 영광군 불갑사 30척 미륵불
1988년 일본 후쿠오까 나까마시 시청 앞 도로공원
        (일본현지시공) 스핑크스고대조각돌21세트
1990년 일본 오사까(현지시공) 한국관 문화재 석공사
1991년 일본 나고야 미산에 17m 통돌로는 동양최대
1991년 동작동 국립묘지 50동우회 전사자 추념비
1994년 서울 정동 현대빌딩 기념조각
1995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길옥윤 추모작품
1996년 경기도 미금시 목화예식장 해태상 15척
1997년 서울 종묘앞 하마비 이전복원
1998년 고창 법우선사 30척 해수관음상
1999년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충혼탑 복원
2001년 기흥 만의사 32척 지장보살
2005년 수원 용주사 사리탑 20척 사리탑
2007년 화성시 만의사 극락전 석공사
2007년 고창 법우선사 33척 사자오층석가탑
2007년 서울시 용답동 용승사 6척 부도탑
2007년 안동 용담사 7척 용왕님 외 다수
2008년 인천 강화군 적석사 대웅전 석공사
2008년 북한산 태고사 큰스님 부도탑
2009년 경기도 광주 교현사 사자상 및 부도탑 석공사
2009년 기경도 북한산 노적사 진신사리탑 석공사
2010년 강화군 마이산 한얼교 교주 묘소석공사
2011년 서울 북한산 삼천사 9층아쇼카상 석탑
2012년 화성시 용주사 대웅전 앞 경내 석공사
2012년 강화 적석사 용왕님 조성
2012년 철원 선계사 석공사
2013년 충북 속리산 법주사 큰스님 사리탑
2014년 충남 공주 신원사 큰스님 사리탑
2015년 경기도 안성 안동권씨 납골묘 조성

[Cover Story] Master stonemason Im Han-bin
Putting one's soul into works of art from design to finish
Creating Avalokitesvara Statue in Nagoya, Japan and the front of Maae Stone Statue of Buddha at Bomun Temple in Ganghwa Island

Valuable learning from Professor Kim Chang-hee at Dongguk University
From design and supervision, production to construction
Im was born in Boryeong, South Chungcheong Province, the area which is famous for stones. He started to learn stonemasonry from his brother who lived in Busan as soon as he finished elementary school. He learned it just to get by at first but became a professional stonemason under the teaching of Professor Kim Chang-hee (deceased) at Dongguk University for 3 years. With his talent in learning things quickly, he took the manager's position at Dongyang Stones in Yeokchon-dong, Seoul in 1971. Im remembered those times by saying "there was no stonemason who could sharpen a stone into an animal or human face so I made all of the orders received." Im actually does everything from design and supervision, production to construction. According to Im, many stonemasons lack in design and preparation works as they rather focus on sharpening and installing the stones but designing one's own work is vital to create a valuable work. For this, Im takes a slow procedure without greed yet keeps up the pace. This worked very well to Im's advantage to carry out restoring works of Gyeongbokgung Palace and Sungnyemun Gate. 

Creating the largest Avalokitesvara Statue in Nagoya, Japan
Participating in the front work of Maae Stone Statue of Buddha at Bomun Temple in Ganghwa Island
Im created many works including Haetae at the National Assembly Building, the Equestrian Statue, Sundial and Bullo Gate at Gyeongbokgung Subway Station, Ksitigarbha Bodhisattva Statue (9.7m) at Manui Temple in Giheung City, the Stone Works of Korean Cultural Assets exhibited at Osaka Flower Fair, Avalokitesvara Statue in Nagoya and Memorial Tower (1950) for Collegues of Military Commission at Military Cemetery. His representative work Avalokitesvara Statue is 7.5m in the main body and 17m in total height. Im uses gravel which weighs 1.5 times more than granite because he can create a more sensitive work despite its cumbersome procedures. He also received a considerable number of orders to make charnel house, charnel grave and sacred things. 

Im exerts his effort to make a perfect work that contains traditional and esthetic value. Im remembered when he worked on the pagoda at Samchun Temple in Bukhan Mountain by saying "the tower was a nine storey Ashoka stone statue which was octagonal. People might think that octagonal tower is Korea's traditional style of tower but it actually is Chiryeorae Buddhist Statue. This meant that I should not put a sculpture on one side. Then I said to a monk that I had to put Chiseonggwang Buddhist Statue instead and the monk was impressed by my knowledge."

Im also participated in the restoration project of the front of Maae Stone Statue of Buddha at Bomun Temple in Ganghwa Island. It was the largest scale restoration of cultural asset in Korea which costed 970 processed stones and $1.4M. One might have thought to use a helicopter to lift materials but the bedrock did not allow them to do that. Instead, they installed a monorail for convenience as the work had to be done in highland. In addition, Im drilled a hole in the bedrock and installed a crane to transmit electricity. Thanks to Im's idea, they could be able to finish the restoration in 6 months. 

"Government support is needed for artisans"
"I'm proud to be a stonemason"
Im is regretful that the spirit of traditional stonemasonry is gradually disappearing in Korea. It is understandable in a way that one can hardly make a living with the job not to mention the physical labor. Im thinks that this is not solely one's problem but the government needs to actively involve and give a support for them. Im said "many overseas countries provide a lot of support for artisans. I'm kind of ok as I have my own workshop but many of my colleagues earn $150 to $200 a day with 15 to 20 days of work in a month. That is why people rather not to take the profession."

Im obtained a Cultural Assets Restoration Certificate (No.1395) in 1994 and has been serving as Board Member of Korean Cultural Properties Craftsman Association for 10 years. He has also served as Question Designer of Technician's Test managed by Human Resources Development Service of Korea for 5 years. He is currently working as a superintendent of exams and has seen many candidates failing the theory exam before even showing their skills. Im said "the problem is that there is not a single department at universities that teach stonemason while students from carpentry department, for example, is fostering 150 students a year. This gives a greater disadvantage to those who want to devote their lives to one of traditional Korean crafts."

Im's philosophy is "Working Hard in Consistency". It suits Im perfectly as he has been walking the single path as a stonemason for 48 years. But it could not be possible without the help of the people around him. And this is the reason Im is exerting his effort in fostering his juniors. Im said "I am proud of what I'm doing and will be doing until my body does not allow me to anymore. But before that time comes, I would like to pass down my knowledge and know how in stonemason to the next generation so that one of the valuable cultural assets in Korea will not disappear."

 

안정희 기자  honesty58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