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목조각장 ‘임성안 장인’
전통 목조각 이어가며 불교의 아름다움 전파해...
김제 금산사 대적광전 불보살 조성 동참 등으로 국내 대표하는 목조각 장인

삼국시대부터 전해진 불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종교로 현재 우리나라 신자 수는 1,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돌아오는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린다. ‘지혜’ 와 ‘자비’로 대표되는 불교의 핵심 가치는 점차 각박해져 가는 현대 사회에서 놓치기 쉬운 가치를 돌아보게 하며, 이런 점 때문에 굳이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절에 찾아가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때전국 각지 사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불상으로 대표되는 미술작품이다. 임성안 장인은 자신의 목각 기술로 유명 사찰의 불상들을 조성해 온 장인이다.

“세상 고뇌를 감싸 안을 부처상 만들겠다” 어린 시절 꿈 키워
임성안 장인이 목조각장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는 어려서부터 모친과 함께 사찰에 자주 다니며 불상과 불교 장엄 문화에 친근감을 갖게 되었고, 어린 마음에도 불상에 담겨 있는 포근한 미소가 마음 깊이 다가왔다고 한다. 그 때부터 임 장인은 “이 세상 모든 고뇌를 단번에 감싸 안을 듯한 미소가 담긴 부처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중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집안일을 도우면서 지냈는데,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탁월했다고 한다.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더 흥미를 느꼈고, 이러한 재능은 통나무 속에 숨어있는 불상의 형상을 밖으로 나오게 하여 이를 보는 사람이 평온함을 받게 하는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큰 형님은 “시골 살이 보다 소질을 살려  서울에 가서 제대로 기술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며 1977년 임 장인을 한양목공예학원에 소개해 주기에 이른다. 

학원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임 장인은 당시 호랑이 조각, 코끼리 조각 등 상품조각을 만드는 공방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빨리 많은 양의 일을 배울 수는 있었지만 그에게는 상품조각을 만드는 일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 때 조각 일을 하는 선배가 “더 깊이가 있고 뜻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목불상 전문 공방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석운 허길량 선생을 만났다.

불교미술 하는 석운 선생 문하에서 사사을 받아.
‘도안 그리는 과정부터 꼼꼼히 해야 원하는 불상이 만들어 진다’
석운 허길량 선생은 금호-보응-일섭-우일스님으로 내려오는 조선 불교미술의 맥을 있는 전승자로서 1977년 제8회 불교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국내 불교미술의 대표자였다. 임 장인이 석운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은 1982년 3월의 일로, 그는 선생의 문하생 생활을 하며 불교 조각의 이론과 실기에 대한 학습을 기초부터 탄탄히 할 수 있었고, 문화재관리국에서 시행하는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 때 임 장인은 동물조각, 상품조각과 불교조각은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석운 선생님에게서 목조작업을 스케치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복사기에서 나온 형상을 껍데기만 베끼는 것이 아니라 초안 작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림을 제대로 그릴 줄 알아야 조각도 하는 것입니다. 데생하는 단계에서부터 수많은 종류의 칼을 다루는 기술, 목재의 결에 따라 조각도의 사용도 칼의 모양도 다양하게 쓰인다는 것을 안 겁니다”

임 장인은 석운 선생과 함께 한 8년 동안 경주 대인사, 인천 지선사 등 전국 유명 사찰의 불상과 목 탱화 등 목 조각품들을 전통 조각기법으로 제작하여 봉안하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임 장인은 1994년 자립해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에 가람불교조각원을 개원하고 독자적으로 불교 목 조각을  시작했다. 그가 목 조각의 매력을 느끼는 점은 하나의 나무를 떼어내면서 그 안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 장인은 도안 작업부터 철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도안에 충실하려는 작업을 합니다. 소조와 달리 나무는 붙이지도 못해요. 쉽게 이야기해서 코 위치를 위로 잡으면 조금이라도 내려서 수정을 못합니다. 형체를 잡아가면서 완벽한 위치를 찾아가는 거죠. 선임자가 도안을 해서 주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도안 작업부터 자기가 해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해하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제대로 나오는데 사진이나 그림만 보고 작업하는 분들은 어려움이 있어요. 불상의 형태도 정해져 있고 시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작가의 개성에 따라 평온한 상호가 나올 수도 있고 그저 평범한 불상도 나옵니다”

김제 금산사 법화림보살 보수 등 열과 성을 다한 작업으로 인정
전통 방식을 지키며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해
임 장인의 작업으로는 익산 은적사 극락전 아미타 삼존불, 인천 지선사 지장 500불, 무주 백련사 사천왕상, 김포 승가대학교 석가모니불, 2000원불, 완주 위봉사 사천왕상, 정읍 법계사 오여래육보살 등을 비롯해 처음부터 전통방식으로 조성한 함양 서암정사 석가모니불과 김제 금산사 미륵전 법화림보살 보수 작업 등이 있다. 특히 그가 불심을 다해 보수 작업한  보물급 금산사 법화림보살은 크기가 8.79m로 국내에 존재하는 입상(서있는 불상) 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국의 사찰에 불상을 조성하여 모시는 임 장인은 자신이 조성한 부처님을 통해 “절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 라고 말한다. 종교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맨 처음 도안부터 시작해 목재선택, 조각, 건조, 배접, 개금, 개안작업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이 임 장인의 손을 거친다.

“불상을 계속 만들어 오면서 점안식 때가 돼서야 비로소 보람을 느낍니다.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 저의 작품이 숭배의 대상이 되어, 친견하는 사람들이 부처님의 편안함을 느끼고 절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방식을 지켜가려고 노력 합니다. 칼 종류만 해도 사백 가지가 넘고, 비교적 작은 규모의 불상 하나를 조각할 때도 백여 종류가 넘는 칼이 필요하지요”

조선 불상조성을 대표로 널리 알려진 임성안 장인은 불상 하나를 만들 때도 배접(모시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옻칠을 하고 다시 사포질을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다 보니 일반적인 작업도 6개월여가 소요되고 좀 큰 불상의 경우는 거의 사계절 넘게 공을 들여야 한다. 그가 불상 작업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정성을 담아야 한다” 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임 장인은 “예를 들어 같은 종의 나무라고 해도 남부지방에서 자란 나무와 강원도에서 자란 나무는 재질의 차이가 있는데, 목재의 분별력도 조각가의 휼륭한 능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 한다.

전통 이어가기 위해 세미나, 전수관 조성 등 기획해
(사)한국기능인협회전 장려상 등 수상하며 끊임없이 발전 도모해 
임 장인은 불교 목조각의 외길을 39년 간 걸어오면서 배출한 제자가 이미 12~3년의 경력을 가졌을 만큼 오랜 세월을 버텨왔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는 녹록치 않은 현실의 무게가 느껴졌다.

“요즘은 목조각 하는 사람들이 보통 손을 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일거리가 있으면 이 일을 하는 식이에요. 일하면서 만나는 후배나 전수자들에게는 ‘배우려고 마음먹었으면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위치까지는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이야기를 하지만 본인들도 힘들 겁니다. 처음 조각할 때만 해도 광목이나 기저귀천에 일반 본드로 배접 작업을 해서 건조도 제대로 안됐으니 하자가 많았어요. 그 후 선후배 몇몇이 마주 않아 깊이 있는 대화 속에 점차 보완책을 만들어 이제는 불상의 균열 같은 하자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정통과 정석을 강조)”

임 장인이 가진 고민 중 하나는 불교 목조각의 전통을 어떻게 전승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 때문에 그 동안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계승자들이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기 위해 임 장인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전통 목조 과정에 대한 세미나와 전시 등의 과정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국가적 차원 뿐 아니라 시, 도 차원의 지원도 필요함을 절감해 김제시와 전수관 설립에 관련한 대화도 이어 나가고 있다.

임 장인은 2005년 (사)한국기능인협회전 장려상, 2008년 제13회 온고을 전통공예 전국 공모전 은상 등을 수상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기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마음가짐은 자신이 지켜나가야 할 전통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신이 업으로 삼은 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그에게는 정말로 ‘장인’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아 보였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될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며 앞 길에 박수를 보낸다.

<임성안 목조각장 프로필>
1988  김제금산사 오여래 육보살 조성 동참
1995  익산 은적사 극락전 아미타 삼존불 조성
1996  인천 지선사 지장 500불 조성, 
      무주 백련사 사천왕상 조성
2001  김포 승가대학교 석가모니불, 2000원불 조성
2002  완주 위봉사 사천왕상 조성
2004  정읍 법계사 오여래육보살 조성
2009  금산사 미륵전 법화림보살 보수작업(소조)
2010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42호 목조각장 지정
2011  전주 관음선원 불단 닫집
2012  함양 서암정사 석가모니불 봉안
2013  금산사 미륵전 옻칠 개금불사
2014  하동 정련암 16라한 조성불사
2015  청룡사 삼여래 사보살 작업 중

 

Intangible Cultural Asset Im Sung-ahn, master of wooden sculpture
Spreading the Buddhist beauty through traditional wooden sculpture
Renowned craftsman proved by carving Buddhist statue at Geumsan Temple in Gimje

Dreaming of carving Buddhist statue that embraces world troubles to come true
Im's career was much influenced by his parents. He became familiar with Buddhist temples and statues thanks to her mother who was an ardent Buddhist. Im dreamed of carving Buddhist statue that embraces world troubles. Im lost his father when he was in his early teenage and he helped his mother. Im was dexterous and much interested in creating something. Observing carefully about Im's talent, his older brother encouraged Im to go to Seoul to learn the related skills and he introduced Im to Hanyang Wood Carving Institute in 1977. Conspicuous in the institute, Im carved many commercial sculptures such as tigers and elephants in a workshop but he soon lost interest in carving commercial sculptures. Around this time, a senior of Im suggested him to do something deep and meaningful and Im eventually entered to a wooden Buddhist sculpture workshop and met Huh Kil-lyang (nickname Suk Wun) there.

Learning Buddhist art under the instruction of Suk Wun 
Meticulous design to perfect Buddhist sculpture
Suk Wun is the successor of the masters of Buddhist monk artists all the way down from Geumho to Boung to Ilsup to Suk Wun. He won the grand prize at The 8th Buddhist Art Competition in 1977. Im met Suk Wun in March 1982 and learned from the basics of Buddhist sculpture both in theory and practice and obtained a cultural asset repair certificate. By this time, Im realized the difference of the sculptures between animals, commercials and Buddhist. Im says "I learned about the basics of wooden carving again from Suk Wun. I realized the figure should be done from the designing stage but not just copying the figure itself. You need a certain skill of drawing a picture to make better sculptures. I learned from drawing, different shapes of knives and different skills of using knives." Suk Wun and Im together carved various sculptures for 8 years by traveling round famous temples nationwide including Daein Temple in Gyeongju and Jisun Temple in Incheon. Im was independent in 1994 and opened Garam Buddhist Sculpture Academy. The charm of wood carving, Im said, is at the process of making a wood into a sculpture and therefore the designing stage should be thoroughly checked. Im says "I want to be faithful to designing. Unlike modeling, wood don't stick which means once it is carved it can't be altered. Therefore, I need to do everything from designing to finish so that I can understand my work better even during the carving process. If you depends on photos or pictures to carve, you cannot get a proper result you want at the end. Also, Buddhist sculpture varies based on shapes and ages but you can create your own style if you put your personality." 

Recognised for his passion through repairing Buphwarim Female Buddha
Keeping traditional methods and long hours of work
Im's works include Amitabha Buddha Triad of Eunjeok Temple in Iksan, Jijang 500 Buddha of Jisun Temple in Incheon, Sachunwangsang of Baekryeon Temple in Muju, Budda Sculpture of Sangha University in Gimpo, 2000 Wonbul, Sachunwangsang of Webong Temple in Wanju, Oyeoryeyukbosal of Bupkye Temple in Jeongeup, Buddha Statue of Seoamjeong Temple in Hamyang and repairing work of Buphwarim Female Buddha of Geumsan Temple in Gimje which is 8.79 meters and it is the largest standing Buddhist sculpture in Korea. Im hopes that people feel comfortable when they see his works and this is the reason of his creative work in temples nationwide. Im does everything from design, choosing wood, carving, drying, side graft, gaegeum to reform. Im says "I feel worth when my sculpture is nicely placed. People feeling comfortable and bowing down to my works (Buddha) makes me really happy. That's why I keep the traditional methods despite I need to use 400 kinds of carving knives with 100 knives even for a small sculpture." Im repeats the process of side graft, varnishing and sandpaping for each sculpture. For this reason, a normal sculpture takes 6 months and a large one takes the whole year. Im says "I need to be sincere. I even need to pay closer attention when choosing a wood as the same wood can be different depending on the region it comes." 

Succeeding the tradition through seminars and training halls
Winning a participation award at Korea Craftsman Association Exhibition
Im has been walking a single path for 39 years and has fostered many juniors who already have had 12 to 13 years of experience. Im says "nowadays, wooden carvers are doing Buddhist sculpture when there's no work. I tell my juniors to do their best to be the top in the field but I also understand it's not that easy. At first, many carvers did side graft with glue on cotton cloth or diaper fabric and they didn't even dry it properly. This was resulted in producing many faulty products. After that, carvers take their job seriously and now most products are in good quality and shapes as they emphasized on authenticity and standard." Meanwhile, one of Im's troubles is how to pass down this tradition as many carvers are hard to get by. For this, Im is planning to hold as many seminars and exhibitions as he can with people who share the same thoughts with him. Im also is planning to build training halls in cooperation with public institutions. Im received a participation award at Korea Craftsman Association Exhibition in 2005 and the silver prize at The 13th Korea Traditional Village Handcraft Competition in 2008. This was possible as Im has a firm belief and confidence in keeping the tradition and passing down his skills.
 

안정희 기자  honesty58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