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재 유희순 자수명장
“세계에 한국 전통자수의 멋과 맛을 알리다”
아름다움을 한 땀 한 땀 수놓는 39년 자수 외길

사람의 손이 가진 힘은 참으로 묘하다. 문명이 발달하고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손으로 직접 만든 것에서 풍기는 그 ‘무엇’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컴퓨터 자수, 기계 자수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놓은 ‘전통자수’의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그 빛이 바래지 않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섬섬옥수의 아름다움
흔히 우리들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묘사할 때 ‘수를 놓은 듯’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형형색색의 실로 바탕천에 무늬를 수놓는 자수는 이처럼 예로부터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공예 중 하나로 자리잡아왔다. 문명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자수공예는 각 민족의 생활환경이나 풍습, 신앙 등에 따라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해왔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자수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우리 민족의 미적 특질을 표현해왔다. 자수는 바늘 한 땀 한 땀의 정성을 통해 일상생활 곳곳에 섬세한 솜씨로 아름다움을 가꿔왔으며, 아울러 민족의 정서를 그 속에서 꽃피웠다. 오랜 역사 속에서 독특한 미적 성취를 일구며 우리 전통자수의 맥을 잇고 있는 이가 바로 수현재 유희순 자수명장이다. 

지난 2002년, ‘자수공예부문 대한민국명장(제345호)’으로 선정된 유희순 명장은 39년간 ‘자수’ 한 길을 걸어온 자수공예의 대가다. 1983년 제8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의 입상을 시작으로 14회 수상, 1985년 노동문화재 수예부문 대상, 1997년 신미술대전 공예부문 대상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한국밀레니엄 상품으로 선정되며 산업자원부장관상 및 우수공예문화상품 100선에도 선정된 바 있다. 최근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섬유공예부문의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약을 하였고, 지난해 문화관광부에서 제작한 국가홍보영상에 자수 작업으로 참여하여 국가의 위상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가느다란 명주실 한 땀 한 땀마다 배어나오는 전통의 숨결은 한국을 대표해야 하는 자리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 시 한글로 이름을 수놓은 숄과 방석을 제작하기도 한 유 명장은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벡스코 컨벤션홀 의장석 뒤를 장식했던 ‘일월오봉도’를 제작하며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 폭포의 형상이 좌우대칭으로 배열되어 있어 조선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가로 624cm, 세로 348cm의 크기에 12kg의 명주실이 들어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제자 18명과 함께 두 달 동안 작업한 이 작품으로 그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또한 지난 2007년에는 ‘제4대 국새의장품’ 제작에 참여, 내함보자기, 석, 주머니를 만들었으며 이는 ‘해당 분야의 최고 장인들의 집대성’, ‘전통예술의 완결이자 전통공예의 진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유 명장은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전통자수를 전수하기 위한 후학양성에 힘쓸 터
유희순 명장이 처음 자수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76년 한국자수협회 초대 이사장을 지냈던 故 김태숙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면서였다. 4년간 김태숙 선생으로부터 동양자수를 사사받은 그는 1981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한상수 선생(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의 ‘수 괘불’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우리 전통자수의 매력에 빠진 그는 한상수 선생으로부터 다년간 전통자수를 사사받으며 동양자수와 전통자수를 고스란히 터득하게 된다. 이후 유 명장은 섬세하고도 성숙미가 넘치는 작품들로 자신만의 자수 세계를 열어가게 된다. 그러던 그가 후학양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98년 3월,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전통자수 주임교수를 맡으면서부터였다. 무려 18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자수강좌를 통해 유 명장은 지금까지 200여명 이상의 제자를 배출해왔다고 한다.

“한창 열중할 때는 하루에 열대여섯 시간 이상을 작업했어요. 그렇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잊혀져가는 전통자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피곤한 줄을 몰랐죠.”

현재 우리 전통자수는 위기에 처해 있다. 값싼 중국, 베트남 등의 자수가 밀려들어 오면서 시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유 명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리 전통자수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혹여라도 그 명맥이 끊길까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제자들과 함께 전통자수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11일간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3층 전시실에서는 "전통자수의 유물복원 및 응용전”이 개최된다. 유 명장에게 이 같은 전시는 의미가 아주 깊은 행사이다. 

“자수틀에 수를 놓고 있으면 그만한 즐거움이 없어요. 그랬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겠죠. 자수는 정성과 인내 그리고 아름다움의 집합체에요. 마음만 급하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바늘 한 땀은 직선이죠. 직선을 곡선으로 만들려면 수십 여의 땀이 필요하고, 그 땀들이 모여 면을 메워갑니다. 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인내야말로 얼마나 어렵고 숭고한 일인가요. 저에게 자수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39년간 숙명과도 같은 자수의 길을 지켜온 유희순 명장, 손끝에서 피어나는 그 아름다움이 오래토록 변치 않고 이어지기를 바란다.

[Cover Story] Master embroiderer Yu Hee-soon (nickname: Su Hyun-jae) 
Spreading the beauty of traditional Korean embroidery to the world
Walking a single path as an embroiderer for 39 years

The beauty of delicate hands that represents Korea
We often say 'like embroidery' to express when something is really beautiful. Embroidery shows its beauty through a variety of colors of threads to form a pattern on the fabric. Starting with civilization, embroidery has built its unique style according to a region, religion and culture and Korean embroidery also expressed our esthetic preference and value through the changes of the times. A stitch after stitch slowly creates a pattern that contains national sentiment. Introducing is the master embroiderer of Korea Yu Hee-soon who is succeeding our traditional embroidery through her unique style. 

Yu has been walking a single path as an embroiderer for 39 years and was chosen as 'Embroidery Master of Korea (No.345)' in 2002. She received numerous prizes including 'The 8th Korea Handcraft Competition' 14 times since 1983, 'Labor Culture Festival' in the handcraft sector (grand prize) in 1985, and 'New Fine Arts Competition' in the handcraft sector (grand prize) in 1997. She was also chosen for 'Korean Millenium Product' in 2000, '100 Excellent Handcraft Product' and received the prize from the Minister of Trade, Industry & Energy. She served as an expert member in the fabric handcraft sector of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and participated in a national promotion ad made by the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with her embroidery, and as a result, she contributed to spread national status. Yu made shawl and sitting cushion with the name of Queen Elizabeth II embroidered in Korean when she visited Korean in 1999 and also made Irworobongdo which decorated background of the chair in APEC Summit Busan 2005. Sized by 624cm in width, 348cm in length with 12kg of silk thread, Irworobongdo contains the sun, the moon, five peaks, pine tree and fall and it symbolizes the dignity of Chosun Dynasty. Yu made it with 18 of her pupils for two months and she received a citation from the Prime Minster for her effort. Yu also participated in 'The 4th Seal of State' in 2007 and made naham cloth, seok and pouch and it was praised as 'work of master craftsmen' and 'complete of traditional art and essence of traditional handcraft'. Yu also received a citation from the Ministry of Government Administration and Home Affairs. 

Fostering talented people to pass down traditional Korean embroidery
Yu started embroidery as a pupil of the first chief director of Korea Embroidery Association Kim Tae-sook in 1976. Yu learned from Kim for 4 years and inspired by the work 'Sugwaebul' of Han Sang-su (important intangible cultural asset No.80) who received the presidential prize at Korea Handcraft Competition in 1981. Yu then learned under the instruction of Han for many years and mastered both oriental embroidery and traditional Korean embroidery. Yu soon produced her delicate and in-depth works. Yu served as the head professor of Traditional Embroidery Department at Dongguk University's Lifelong Education Center in March 1998 and from then on started to foster talented students. Without a stop of her lecture, Yu has produced more than 200 pupils for 18 years. Yu says "I sometimes worked more than 16 hours a day because I was passionate in spreading our traditional embroidery and passing down my skills to generations to come and that was my driving force."

Meanwhile, Korean embroidery is at risk as cheap Chinese and Vietnamese ones are surging into the market. Yu is worried that whether Korean embroidery is getting forgotten by our own people. For this, Yu is currently working with her pupils on recovering the works of our traditional embroidery. 'Recovery & Application of Traditional Embroidery Exhibition' is scheduled to be held between 29 June and 9 July at the third floor of Center for Training in Important Intangible Cultural Properties. It is a real meaningful exhibition for Yu. She says "there is no better thing than embroidery for me and this passion made me to be where I am now. Embroidery is an art of honesty, patience and beauty. One thread is one sweat to create one straight line and the curves requires tens of sweats. The patience to create this beauty is truly a noble work and I was born for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