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구상 소재로 사실적인 환상과 추상을 표현
“나의 예술은 생물과 자연물을 인용한 일상의 솔직한 재해석이다”
김석중 화가

조선시대 진경산수화는 미술기법의 발전보다는 사대부들의 실학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전성기를 맞았다는 견해가 많다. 어쩌면 그들은 종이 한 장에 각자 나름의 해석을 담은 아름다운 자연과 사물로 화폭을 가득 채움으로써, 글 대신 그림으로 의사 표현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21세기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일상을 담았다고 하는 김석중 화가의 그림을 보면, 300년 후의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며 21세기 사람들의 일상을 말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연과 생명체를 인용하여 서정적, 상징적으로 담긴 나 자신
예술가로서 미술에 입문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김석중 화가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역사, 그리고 문화적인 것을 그림에 담기 위해 미술을 시작했다. 그러나 30대 초반의 나이로 그 방대한 역사관을 담는데 어려움을 느끼고는, 30대 후반에 들어 ‘나’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해 ‘내가 살아가는 모습, 일상의 모습’으로 귀결되는 작품세계로 선회했다. 그래서 김 화가는 15년 이상을 시계, 토기 같은 사물에서 자연, 골프 같은 삶의 즐거움들, 그리고 친구와 가족 등 일기와 자전적인 수필에 등장할 주변인물을 꾸준히 담아왔다. 주로 새, 자연물을 인용한다는 그 작품세계에서 김 화가는 기본적인 형상을 나름대로 재해석하는 <일상-생성>시리즈에 천착하고 있다.

“장미꽃을 사진처럼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내가 해석한 장미꽃을 그리는 것이다” 김 화가의 간결한 설명대로 식물과 동물을 소재로, 때로는 한때 시대상에 몰두했던 것처럼 말의 해에 말을 그림의 소재로 삼는 상징적인 시도도 한다. “시리즈의 경우, 인간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삶이란 30대에서 50대가 되기까지 단계별로 많이 바뀌기 나름이다. 30대에는 작가로서의 성공에 대한 욕구를 가졌었지만, 50대에는 주변의 친구, 가족, 그리고 행복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시리즈의 주제는 같지만 스타일이 바뀌게 된다. 앞으로는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같은 주제라도 시간에 따라 담기는 것이 다르고, 시간의 연속성을 표현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솔직한 모습이기에. 때로는 우주적인 것, 사고를 뛰어넘는 초현실성을 표현할 수도 있으나 작가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는 ‘나 자신’을 테마로 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과 생명체 속으로 인용된 작가의 모습은 소위 과장과 축소를 통해 형태의 이미지는 갖고 가되, 보는 이들이 ‘표현의 틀을 깨는 무정형성’을 보고 놀랄 만큼 참신한 인용으로 보이는 것이다.

평론가, 관객들이 김 화가의 작품을 보고 “훈련과 우연성이 결합된 그림, 예측할 수 없는 번짐의 영역을 통제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은 마치 라떼 아트를 보는 듯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이런 예술을 한다”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작가론의 기본이다. 김 화가는 그림 감상에 화가의 스펙이나 활자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그림을 보면서 이해하는 것이 작품 감상의 첫걸음이라고 제안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한지 아닌 한지의 기법, 그리고 그림을 느끼는 방법
김 화가는 자신의 작법을 표현하는데도 확고한 지침이 있다. “보통 ‘중간톤’이라고 하는 것을 나도 가지고 있다. 물감을 혼합할 때 붓으로 섞기보다는, 물감과 물감이 혼용되어 나오는 효과를 즐긴다. 이를테면 물감이 마르기 전에 번지거나 마르면서 생기는 변화를 통한 우연적 결과를 반영해 완성한다. 또한 색을 1차원 적으로 칠하는 것이 아니고, 한지 위에 처음 발랐던 색이 스며 올라올 수 있는 이중적 색의 표현을 포착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붓칠에서 느낄 수 없는 색도 낼 수 있는 것이다” 소위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분장을 할 때, 배우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분장의 ‘색상과 색감’이다. 김 화가 또한 그랬다. “30대 초반에 유럽으로 유학가면서 색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동양인들이 자존감 강한 서양인들 사이에서 따라해 보았자 퀄리티를 낮게 평가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등하게 가려면 우리의 것, 그들에게 없는 것을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지를 사용했는데, 한지가 가진 깊이는 물감과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그 느낌을 최대한 표현하는데 적절했다” 한지는 색과 질감을 표현하는데 완벽한 무대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중첩을 거쳐 안에 있는 색감을 우러나오도록 하는 데 성공한 뒤, 김 화가는 한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물감의 사용법을 조절하여 한지의 깊은 느낌을 내는 경지에 도달했다. 김 화가는 새를 그릴 때 자신의 심상 속의 새를 그리면서도 컬러의 부분, 한지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서양의 화가들이 동양적인 시도를 잘 하지 않기에, 김 화가가 선택하여 심화시킨 이 방법은 그림 감상에 엄청난 변별력이 되며 그로 인한 흥미를 동시에 유발한다.

그렇기에 “모든 예술은 감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느낌을 받은 다음에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림 감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김 화가의 충고가 더욱 설득력 있게 보인다. 여전히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김 화가는 2014년 전시를 쉬고 2년 만에 계절적인 요소에 초점을 둔 작품을 전시한다. 4월의 전시회는 봄이라는 계절적인 속성을 가득 담았다. “봄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시기, 그리고 일상 생성에 봄의 탄생은 잘 어울린다. 그러한 시각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하는 김 화가는 “그림의 소재와 주제를 말하고는 있지만, 그림에서 좋고 나쁜 점은 느낌으로, 시각적으로 감상하면 된다. 내 그림은 그냥 느낌적으로 보면 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김 화가는 작업 공간을 용인으로 이전하며, 작업 시간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작년까지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외부 강의 수업을 진행하던 삶에 작은 쉼표를 찍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교육과 작업으로 너무 바빠 평면 작업에만 몰두했다. 지금부터는 철과 돌을 이용한 입체적인 작업을 하고 평면작업과 연계하고 싶다” 김 화가는 ‘대중적인 화가’를 지향한다. 마치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그림 속으로 출근하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고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그러한 성과를 어필하고 존경받는 예술가의 모습, 김 화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본다. 

Expressing realistic fantasy and abstraction with raw and conceptual materials
"My works are reinterpretation of daily life actualized through organism and natural object"
- Artist Seok-jung Kim 

Myself expressed in lyrical and symbolic terms with the nature and living things
Everybody has different reason to be an artist. Kim decided to be an artist to express our history and culture on the canvas. But he faced a certain difficulty of pouring wide history on a canvas and turned his direction to 'my daily life' in his late 30s. He has expressed daily objects such as watches, earthenware, natural things, golf and people around him on the canvas for the last 15 years. With his main objects of birds and natural things, Kim focuses on the series of 'daily to generation' which reinterprets basic formations of our lives. Kim says "I draw roses not as itself but as reinterpreted version."

Kim takes various subjects and so if the year is horse he takes horses for his subject. Kim says "in terms of series, I'm very much interested in humanity. Our lives change gradually through 30s and 50s. I pursued a road to success when I was in my 30s but am cherishing friends, family and happiness now in the 50s. The subject basically is the same but the style changes. I want to express things more lyrically. Even if it's the same subject it changes as time goes by and I naturally express continuity of the times. In other words, I express myself as changing. That is true me and this is the reason I take 'myself' as prime subject for my works." This means that himself expressed in the nature and living things has a certain image through exaggeration and reduction while the spectators see it as formless that breaks the frame of expression itself. Critics say about Kim's works "they are the works which artistic training and coincidence are combined. Kim can control the uncontrollable spread of paints and we can feel like we are seeing the art of making a latte." Artists tell with their works but not with words and Kim is one of those who suggests to appreciate art works by seeing but not by trying to understand with the text given. 

Method that is like Korean paper and the ways to appreciate art works
Kim says "when I mix paints I enjoy the effect of mixing process itself and avoid mixing it by a brush. I like reflecting the accidents of spreading and drying of the paints in my works. I try to express double colors with the method that the former color naturally combines with the latter color. In this way, I can produce the colors that cannot be created by brushing." Actors focus on color and tone when they make up. Same applies to Kim. Kim continues "my focus was on color when I went to Europe to study. If I follow what western artists do with color I cannot find my own color. That's why I started to use Korean papers with Korean color. The depth of Korean paper is perfect for maximizing synergy effect of the color and texture."

After mastering the coloring on Korean paper Kim could be able to express the same depth of Korean paper on the canvas by adjusting the usage of paints. Kim draws birds living in his mind but expresses them with the color in a sense of Korean paper. Kim's method is conspicuous and draws a lot of attention from the spectators. Kim says "it's important you appreciate art with your heart first and then try to understand." Regarding his exhibition in April, Kim says "spring is the time in which all the living things are pushing out their vitality. This is closely related with my concept 'daily to generation'. The best way for the audience to appreciate my works is to feel." Meanwhile, Kim is planning to move his studio to Yongin and extending his work hours so that he can give a little bit of rest from his job of teaching students at universities. Kim says "I've been really busy and I could only do 2D works. But I want to create 3D works by using steel and stones and connect them to 2D works." Kim pursues to be a popular artist like everybody else who goes to work and show their profession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