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서화 삼절과 선비 정신으로 빛나는 서도가의 삶
“중국서단이 인정한 한국의 명필, 지필묵을 잡은 70여년을 회고하다”
서도가 라석 현민식 선생

지난 2012년 한국 정상의 서도가 라석 현민식 선생은 <법고창신 60년 서화전>을 열며, 喜壽(희수)의 나이를 의미 있게 넘기고 팔순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평생 업이자 벗으로 삼은 지필묵으로 서예의 본류인 중국 서단에서도 최정상급으로 인정받은 명필은 세속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꼿꼿이 지켜 왔다. 하늘이 내린 기재, 현 선생의 삶은 실로 서예를 향한 도이자 선비정신에 충만해 있다. 현 선생의 정진하는 삶과, 다음에 올 米壽(미수)도 사명을 다해  준비하기를 기대하며 근황을 정리해 본다.

해서체, 행·초서, 예서체를 섭렵하고 중국서단을 평정
제주도는 바닷바람 산들하고 한란과 유채가 매년 피어나 제주도만이 갖고 있는 특이한 풍광이 아름다운 섬이다. 1933년 이 섬에는 시 서 화 삼절로 기록되고, 특히 글씨로 써 세상에 그 이름을 드날릴 한 원로 재인이 태어났다. 라석 선생은 2010년 8월 중국 산동성 태안시에서 개최한 한·중 미술국제교류전에서 대한민국 작가의 작품, 서양화· 한국화· 서예· 문인화 등 총 백여 점 가운데서 서양화 한국화를 물리치고 그의 행서작품 (어부도漁父圖)이 한국 측 작품의 대표작품으로 선정되어 중국 측 대표작품 그림과 나란히 전시장 입구에 걸렸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의 권위 있는 예술지인 희지서화보에 동지同紙 2010년 10월 5일자 1면 전면에 실리기도 했다. 중국 신문들은 외국인에게 일면전면을 할애해 준일이 없으니 라석 선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이다. 라석은 고마운 사례로 자신이 쓴 천자문을 희지서화보 사장에게 보냈더니 이 천자문은 중국 일인자의 천자문 글씨 보다 더 뛰어나니 다시 한 번 더 신문에 실어주라고 실무자에게 지시, 동지 2011년 5월호 5면 전면에 실어 주었다고 한다. 이는 라석 본인 뿐 아니라 한국 서단의 영광이라 할 것이다.

라석은 말한다. “저는 글씨를 잘 쓰려고 작심 했을 뿐, 정도를 벗어난 상을 받으려고 생각한 일이 없습니다. 저의 처세관은 불구원(不苟願), 불구득(不求得)입니다. 구차스럽게 바라지도 않고, 구차스럽게 구하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는 매일 글씨 쓰고 독서하고, 수필을 쓰며 행복 속에 산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대필 중필 소필 경필 글씨는 물론 한글 문인화 등도 어지간히 쓰고 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떠한 법첩이라도 90퍼센트 유사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글씨를 쓸 때는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한 점 한 획 한자가 이루어지는 데 정신이 집중되어 신선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라석 선생은 유난히 글씨를 잘 쓰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붓을 잡았다. “다섯 살 때부터 서당에 다니며 글과 예를 배웠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아버지께서 주신 법첩 10장을 따라 붓을 잡았다. 그런 영향 덕분에 일제시대의 초등학교 때부터 붓글씨를 쓰면 교실 뒤에 붙여 줄 정도 재능을 보였지요.” 훌륭한 재능도 갈고 닦아야 광이 나는 것이다. 라석 선생도 한 때는 교직에 몸담아 있으면서 서화에 대한 뜻을 버릴 수 없어 열심히 갈고 닦아 제주지역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지금 생각하면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회고 한다. 그러다가 5.16 혁명을 계기로 교직을 떠난 라석 선생은 서법 연구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부산에서 사군자를 배우고, 서예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남들보다 몇 배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는 해서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당나라 구양순 서체 연구에 공을 들여, 서사능력을 탄탄히 제고 하였고, 이를 근간으로 한글· 행서· 예서· 초서를 자유자제로 휘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다양한 서체의 달인이 된 것이다. 

라석서예학원, 라석서예연구원을 제주시내에 개설하고 <상묵회>를 이끌며 30년이 넘도록 5,0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 낸 현 선생은 후학들에게도 기본에 충실하고 중봉 필법을 완벽히 구사할 것을 강조한다. “도 있는 곳에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전언대로, 현 선생은 왕희지, 구양순, 우세남, 안진경, 회소, 손건례 등 중화 천년의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필들을 스승으로 삼았다. 

글씨에 정도를 담는 ‘서도가’로 역사에 기억되길
집필과 운필의 기초를 연마 하고 임서와 창작을 하면서 탕진한 세월이 무려 60년이 넘는 동안 총 9회에 걸친 개인전과 수많은 초대전, 국제교류전에서 활약하고, 교육부장관 표창과 탐라문화상, 재암문화상, 대한민국 설송문화상, 베이징올림픽특별상, 국제미술문화상 등 상복도 많았다.

라석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습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머리에 지식은 풍부하나 가슴에는 예의염치가 없으니 그 지식은 탐욕을 채우는 나쁜 기능으로 악용되고 있다 고 진단했다. 그래서 라석은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고 서재에서 서화작품을 제작하고, 독서를 하고 수필을 쓰면서 행복하게 지낸다고 했다. 앞으로 서 작품에는 도를 담고 藝로 아름답게 포장하여 사회와 공유하려 한다. 그리하여 민풍을 순화시키고, 사람의 본성을 회복하는데 서도로써 일조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A calligrapher's life that is brilliant with Siseowa Samjeol and literati spirit
Korean master calligrapher recognized by Chinese calligraphy group, looking back 70 years of his career
- Calligrapher Raseok (pen name) Minsik Hyun
Conquering Chinese calligraphy group through mastering text hand style, semi-cursive style of writing,  cursive characters and yeseoche
Jeju is a beautiful island where there are Cymbidium kanran and rape blossoms. In 1933, a man was born in the island who will be remembered as a master Siseowa Samjeol (good at poet, calligraphy, painting) and his name is Minsik Hyun. Hyun's work 'Fisherman Painting' was chosen as the presentative Korean painting alongside the Chinese counterpart beating out 100 other Korean works, in the style of western & Korean paintings and calligraphy, at Korean-China Fines Arts Exchange Exhibition in August 2010 at Taean City, Shandong, China. The work was also on the front page of an authoritative Chinese art newspaper Heeseoji (同紙 05.Oct.2010). It was the first time in history that a Chinese newspaper put a foreigner on the full front page. As a gratitude, Hyun wrote the Thousand-Character Classic and gave it to the CEO of the newspaper as a gift and the CEO praised it better than any other Chinese who has done it and put it on the front page again in May 2011. It was not only an honor to Hyun but also to Korea. He says "I never wanted to receive a reward but I only wanted to write it well. My philosophy is 'don't poorly wish or seek something'". He says he lives by writing, reading and calligraphy in happiness. And this made him able to write and draw large, medium, small and light text and Korean literary paintings. He can also write any 'Bubchup (copybook printed from the works of old masters of calligraphy)' similar up to 90% of it. When he writes, all distracting thoughts are disappearing and can focus only on each of his stroke of brush and experience of being a deity. Hyun was influenced by his father who could write text very well.

Hyun says "I started to learn writing and decorum at a village school when I was 5. Then I worked on 10 Bubchup which my father gave them to me. Thanks to this, my work was always pinned up on the wall of class." If talent is not made into practice, it loses its value. Hyun once was a teacher but he never gave up his passion and was recognized in Jeju Island. However, it was a small world. He quit the teaching job in 1961 and exerted his effort on calligraphy. He learned the Four Gracious Plants in Busan and read a lot of related books. He particularly focused on Ouyang Xun (Tang Dynasty)'s Haeseo style writing (the square style of Chinese handwriting) to improve his narration ability and he could eventually mastered various styles including Korean characters, semicursive style, ornamental characters and cursive characters. He opened Raseok Calligraphy School and Raseok Calligraphy Research Institute in Jeju Island and is leading 'Sang-muk-heo' and has fostered 5,000 disciples for over 30 years. He emphasizes on basic and perfection of Jungbong penmanship. Like Confucius said 'where there's a way there's a teacher', Hyun look up to Wang Xizhi, Ouyang Xun, Yu Shinan, Yan Zhenqing, Heoso, Songeollye (Chinese master calligraphers) as his teachers. 

To be remembered in history as a calligrapher who puts right path into texts
Hyun has been invited and has held many exhibitions home and abroad and also received numerous prizes from the Minister of Education, Tamla Culture Prize, Jaeam Culture Prize, Korea Seolsong Culture Prize, Special Prize of Beijing Olympics and International Art Culture Prize. But Hyun is rather pessimistic about the current society. He diagnosed that people are full of knowledge in their head but have a foul heart and as a result the knowledge is being used for filling up their greed. That is why he restrains from encountering outside world but stays at home to read and write. He wants to put Tao and decorum into his works to share with the society and distribute to recovering huma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