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我)를 내려놔야 진정한 불모(佛母)

김태인 기자l승인2018.04.10l수정2018.04.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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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광문화재 연구소 김지상 대표

고려시대 회화로써 현재까지 남아있는 작품들 중에 무엇보다 우수한 그림은 단연코 고려의 화려하고 세련미 있는 불화들이다. 고려의 불화는 그 어느 시대의 불화보다도 뛰어나다 보니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한국 불화의 역사적 연구 자료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불화는 160여 점으로 13세기에서 14세기경에 그려진 것들로 대부분 일본과 유럽에 남아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고려불화의 역사적 가치를 연구하고 재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고려불화와 조선 불화를 연구 및 복원, 재현하는 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화광문화재 연구소(이하 화광연구소)의 김지상 대표다.   

불화를 그리는 것 또한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동양화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던 김지상 대표는 동방대학에서 불교미술을 전공, 만봉스님(중요무형문화재 48호) 문하생으로 불교미술의 길에 접어들었다. 당시에만 해도 불교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적어 불교미술은 ‘고생길’이라고 했지만 그는 불교 미술의 묘한 매력 때문에 붓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불교 미술은 아무리 응용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기초적으로 전통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는 역사공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김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가며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꼭 부처님께 108배를 드려야만 공양을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범음범패를 통해 소리로 중생구제를 하기도 하고 저처럼 그림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기도 합니다. ‘무엇을’보다는 ‘어떻게’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불화를 작업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하심(下心)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작업한 탱화를 보며 자신, 가족, 사회, 국가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불자님들을 위해서라도 저부터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저의 하심이 불자님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테니까요.”
불화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김지상 대표는 2007년 그의 불모인생을 바꿀 획기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지인의 소개로 중국 북경 국가박물관 서화수복 연구원 시험을 통과, 한국인 최초로 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1년 동안 테스트를 했습니다. 국가박물관에 연구원으로 입사는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중요문화재 작업에 참여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참고 견딘 결과 중요문화재 복원에 참여하게 되었고 후에도 많은 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2009년까지 연구원으로 재직한 그는 “과거 문화혁명 때 중국불교는 홍위병들의 무지막지한 훼불로 인해 끝 모를 추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2000년 이후 불교 복원을 시작,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승격시켰습니다. 이는 중국인들이 불교를 통해 중국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중국불교는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불화를 포함한 중국불교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국내 불교화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화를 포함한 불교 유물들의 수복 및 모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불화일지라도 세월을 견딜 수 없습니다. 결국 수장고에 묻히고 말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오래된 불화들의 보존을 위해 수복과 함께 이를 대처할 모사품을 제작합니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 스님이나 사찰에서는 유물 훼손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모사는 예술장르에 속할 만큼 인정을 해주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불교 작품 및 유물들을 대중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모사 전문가들을 활용해 모사품을 제작해야 합니다”라고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최근 불화들을 보면 전통기법과 채색을 무시한 불화들이 무작위로 쏟아져 나오는데 고려불화는 배채법(背彩法)과 천연 재료들을 사용합니다. 배채법이란 천의 뒷면에서 물감을 도채해 앞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상태에서 음영과 색채를 보강하는 기법입니다. 또한 석채, 호분 등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안료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안료가 아니라 화학안료를 사용해 작품의 질적 저하는 물론, 보존에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통기법을 익힌 전문가들, 특히 불교교리를 아는 사람이 불화를 그리고 가르쳐야 불교미술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재를 복원하고 수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화는 불교의 교리이자 그 시대의 종합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의복에 옷자락이나 도상의 형식을 정확히 알고 수리 또는 복원을 해야 합니다. 무작정 분석하고 보안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대의 도상의 형식과 채색기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수리복원이 되는걸 보면 불교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닌 단순한 보존처리로 수리를 하기 때문에 처음에 조성을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리복원이 끝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통해 수리 및 복원을 하고 있는 불모(佛母-불상을 제작하거나 불화를 그리는 사람)를 통해 지정문화재는 물론, 보물 등 수리 및 복원이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불심(佛心)과 더불어 진심(眞心)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터
현재 전국 350여개의 사찰에서 복원 및 불화를 제작하고 있는 그는 불교문화 복원 및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한국문화재 기능인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국토해양 환경을 위한 오늘의 작가전’에서 ‘나한도’로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지난 21일에는 문화재 수리복원을 해온 공로가 인정되어 문화재청장 표창장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브라질,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50회 이상 개인전시 및 그룹전시를 이어 오고 있다. “불화는 그림이라는 형상을 통해 번뇌를 사라지게 하고, 내 안의 부처님을 표현하는 수행방법입니다. 문화재 복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본인과의 싸움이다 보니 작업을 할 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김 대표는 현재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천년고찰 청련사에서 비로자나불도 감로탱화, 현왕탱화, 신중탱화, 지장시왕도 등 찢겨지고 탈락된 부분들의 원형복원 후 문화재지정을 위해 수리 및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청련사는 천년고찰이라는 전통을 잇고 있는 절로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부처님의 음성인 범음범패로 부처님께 소리공양을 올리고 중생들에게 법을 전하며 세계 각국을 돌며 영산재 공연으로 유명한 상진스님이 주석 하시는 절로 김지상 대표는 스님과의 인연이 가장 소중하다고 전했다. “불교 미술에 입문 후 상진스님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모는 불법에서 스님을 부모로 알고 스님 또한 불모를 자식처럼 생각하고 계십니다. 스님께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잘했다’라는 말씀은 안하시지만 언제나 올바른 불모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묵묵히 채찍질을 해 주고 계십니다. 스님은 범음 범패로 부처님의 법을 알리고 저는 불화로 부처님의 법을 알리고 있으니 서로가 부처님의 소중한 인연입니다.” 청련사는 천년고찰이지만 최근에 이전 후 신축으로 인해 단청 등 가람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곳이 곳곳에 있다. 청련사의 만불전과 불화수리를 김지상 대표에게 맡길 정도로 기대가 커 다소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청련사가 천년고찰인 만큼 전통문양을 복원하여 청련사만의 단청을 시공해 사찰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남다른 집념과 도전을 통해 한국 불교미술계와 문화재 복원의 발전이 이루어지길 염원해본다.

“How is more important than what”
Kim Ji-sang, Director of Hwagwang Cultural Asset Research Center

The role of the Hwagwang Cultural Asset Research Center is to research and recover Goryeo Buddhist paintings. Director Kim Ji-sang majored in Buddhist art at Dongbang Culture University and deepened his skill under the instruction of monk Manbong (Intangible Cultural Asset No.48). “Buddhist paintings require a lot of time and effort both in theory and practice. Religious-wise, some bows 108 times to Buddha but I do the same devotion with my paintings. What is important is ‘how’ but not ‘what’. For this reason, I always feel humble whenever I do my work so that the humbleness can be properly delivered to the Buddhists” said Kim. In 2007, Kim passed the test of the Seohwasubok Research Center of the National Museum of China and became the first Korean researcher of the museum. “The test lasted a year and I feel really proud that I passed the exam. I finished my job as the Korean researcher in 2009 and I learned a lot. Many of the Chinese Buddhist art works were destroyed during the Cultural Revolution. Luckily, the Chinese government started the recovery from 2000 and the government has achieved a significant recovery and development in the field today.” He continued “Recovering the works is as important as maintaining the work in its best state. This is the reason that China makes a copy of the original in case. On the other hand, many temples and monks in Korea seem to be ignorant about the seriousness on the works being damaged. Also, some painters seem to ignore the traditional methods and colors. Goryeo Buddhist paintings use natural materials and ‘bachaebup (transparent background painting)’. So one must be aware of this and must not use chemical materials as it lowers the overall quality of the work. I personally think that the recovery of Buddhist paintings must be done and taught by those who know about the Buddhism and its code such as the costume, colors, styles and images. Also, the temples or responsible organizations must give the orders only to those qualified instead of the shabby repairs here and there done by the unprofessional.” Kim has provided his thorough recovery or production services for 350 temples in Korea. He received a ministerial prize from the Ministry of Environment with his work ‘Nahando (Buddha’s disciples)’ and a citation from the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in recognition of his contribution to the field. He also has held, or participated, more than 50 solo and group exhibitions home and abroad. “A Buddhist painting can be a medium to remove your inner storms through appreciating. For me, the recovery has the same effect and I feel like I had a great debt to monk Sangjin whom I learned the right way to reach the teachings of Buddha.” Currently, Kim is continuing his passion at Chungryeon Temple. 

Note: <Power Korea> “rewrites” the Korean article in English “concisely” for native English speakers and staff of foreign missions in Korea.


김태인 기자  red39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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