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상대성과 '양면성' 표현하며 관객과 호흡해

지역에서 '동양미술 감상' 강좌 진행하며 사람들과 만나 안정희 기자l승인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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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미 작가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나의 그림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옛 선조들의 모습은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선사시대 어머니들이 가족을 위해 구멍무늬 토기에 밥을 지었듯이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어머니도 가족들을 위해 아침밥을 짓고 출근을 한다. 내가 사는 흔암리는 선사유적지가 있는 동네이다. 흙으로 빚은 구멍무늬토기에서 출발하여 고려 상감청자, 조선 백자까지 도자기를 볼 수 있는 도자기의 고장이며 찬란한 과학기술과 한글을 만드신 위대한 세종대왕이 계신 곳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안니 흔들리세"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출발이자 지혜를 찾아가는 여정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작가노트 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가꿔온 화가의 꿈 널리 펼쳐
자신의 정신세계를 화폭에 풀어가는 많은 작가들은 각자의 방법에 따라 관객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연히 자신이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요소에 따라 그림의 표현법이 달라지며, 소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주관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현미 작가의 작품 세계는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변화하며 관객들과의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초등학교 특별활동에서 선생님의 총애를 받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사생대회를 나가기도 했다는 이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인천시 사생대회에서 전체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림에 대한 재능을 어린 시절부터 널리 알려 왔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에 올라갔을 때 느꼈던 충격은 지금까지 생생하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던 그녀이지만 전국대회를 위해 모인 아이들의 작품을 살펴보니 세상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중고등학교 시절 그림을 놓았던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다가왔다. 초등학교 때 미술대회를 같이 나갔던 친구와 중학교 때 알던 짝이 고등학교 동창이 되면서 다시 한 번 추억을 더듬게 된 것이다. 당시 미술대회에 나갔던 친구는 입시미술을 준비하고 있었고 친구의 추천을 따라 이 작가 역시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 그녀가 만난 것이 바로 부천 창조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변봉환 선생님이었다. 변 선생님은 그녀에게 미술의 기초에서부터 다양한 부분을 직접 알려주기 시작했고 원래부터 그림 실력이 있었던 덕분인지 그녀 역시 수업을 금방 따라가며 놀랄 만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단국대학교 예술대에서 학생회장 활동해
결국 단국대학교 미술대학에 합격한 그녀는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미술의 구체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대학 첫 2년 동안 그녀는 특히 어린 시절부터 서양 고전 미술에 대한 지식을 여러 곳에서 익히며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대학교 4학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빠졌다고 한다. 그것이 그녀를 예술대 학생회장의 길로 인도한 것이다. 처음 학교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런 길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동양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자신의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그녀의 작품 방식은 나중에 이어진 그녀의 작품세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 되었다.
이 작가는 “예술대 학생회장을 하고 나니 당시에는 민중예술이 큰 붐을 일으키고 있던 시절이었다. 80년대 이후 졸업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이 농촌 문제를 다루거나 미국이라는 강대국과 우리나라의 관계 등 사회적으로 무거운 소재를 택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민중예술이나 운동권과는 상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고 무거운 그림보다는 가볍게, 예술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세계의 상대성과 '양면성' 표현하는 이 작가의 작품들
나고야 일식집, 백령도 벽화 작업 등 호평

이 작가의 작품 안에는 동양적인 아름다움과 서양적인 아름다움이 모두 녹아 있고 철학적이면서도 매우 감성적인 터치를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그녀는 “뇌는 이성과 감성을 지배한다. 우리 몸의 중앙에 있는 뇌는 이성이나 감성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균형을 이룬다. 이 균형이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철학과 중심을 바라볼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강조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녹아있는 이 작가의 작품은 전통색인 오방색과 음양이 고르게 표현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큰 것이 있으면 작은 것이 있는 세계의 상대성을 자신의 작품 안에 품어 균형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큰 소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그림이 좋고 나쁘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작품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기 바란다"고 강조한다. 작가의 고민을 관객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가볍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그녀가 지금까지 지켜온 작품의 방향이다. 그래서 그녀는 2005년 교토시립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독일, 터키, 인도네시아, 라오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들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해외에서 더욱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첨단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수의 전시회 참여와 함께 이 작가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다양한 외부 활동 덕분이었다. 일본 나고야의 일식집 공사 과정에서 인테리어로 활용할 그림을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고 일본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소재로 한 그림을 총괄 감독하여 극찬 받은 바 있다. 당시에는 현장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어 마음 맞는 동창들끼리 팀을 이뤄 작업을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은 그녀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또한 이 작가는 현재 백령도 진촌3리 마을전체를 360여 평에 달하는 벽화 그림을 완성하여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1.9km에 달하는 단단한 모래 덕분에 세계에서 두 개뿐인 천연 비행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전쟁 때는 실제로 비행기가 착륙하기도 했던 진촌3리는 지금은 퇴석이 되어 헬기장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관광지로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마을 전체를 디자인한 이 작가의 백령도 15 작품과 함께 참여한 젊은 작가 등 10명이 넘는 인원이 완성해낸 진촌3리 벽화는 그 빼어난 예술성으로 인해 관광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여주박물관에서 '동양미술 감상' 강좌 진행해
"동양미술 감상을 위해서는 확장적 사고와 축소적 사고의 통합 필요"
이현미 작가는 고향인 인천 영종 시립도서관에서 올해 '뿌리를 찾아가는 미술전' 초대전을 개최했다. 이렇듯 그녀의 예술은 하나의 주관적인 상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뿌리를 되찾아 가는 여정에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현재 살고 있는 여주 소재 여주박물관에서 '동양미술 감상'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며 지역민들과 만나고 있기도 하다. 여주는 도자기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사시대 유적이 분포하고 있는, 말 그대로 역사의 도시라고 할 만 한데, 이곳에서 동양미술의 감상법을 알리고 있다는 것 역시 뿌리를 중시하는 이 작가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서양철학이 실존적, 과학적 철학이라면 동양철학은 관념적, 영적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미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에 가깝게 그린 그림들이 고전적인 미술로 추앙받았다면, 우리 동양미술은 자연, 초우주를 중심으로 관념적인 화풍이 사랑받아 사실적보다는 사의적(思意的) 태도로 그려왔다. 이것이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미술을 감상할 때에는 서양미술을 감상할 때와 다른 태도가 필요하다. 매 강의가 약 두 시간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저 스스로도 확장적 사고와 축소적 사고를 통합하는 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강조했다.

동양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 '행(行)'의 마음가짐으로 작품 활동할 것
이 작가는 '생각과 마음은 하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작품 활동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동양철학에서 강조하는 '행(行)'이 바로 그녀가 작품 속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우리나라의 미술교육이 단순히 작품을 생산하고 또 감상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고 이론적인 부분을 탄탄하게 다져야 함을 강조한다. 비록 방법은 서양의 것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동양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것, 우리의 뿌리를 알고 감정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그녀는 화폭 앞에 선다.
이 작가는 "현재 많은 작가들이 큰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작품을 거듭하면서 점차 소품 위주의 활동을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을 위해서도 지자체 차원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의 과정 속에서 '이해'와 '성장'을 더욱 갈고닦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는 그녀는 사회에 대한 나눔과 함께 다양한 사랑을 곳곳에 널리 전파해갈 예정이다.

Oriental spirit melted in western form to create a unique harmony
Artist Lee Hyun-mi

Artist Lee Hyun-mi liked painting since she was a child. She once won the grand prize at a drawing contest held by Incheon City when she was in the 6th grade of elementary school. Although her passion and talent in painting went through hibernation during the middle and high schools, meeting with Byeon Bong-hwan, who ran Changjo Art Academy Bucheon, resumed the passion to push forward her artistic talent once more in earnest. Lee learned from basics to various styles under the instruction of Byeon and soon found herself catching up the technique required to enter Dankook University College of Art & Design. 

For the first 2 years, she focused on the western classical paintings. When in the fourth year, however, she fell into questions “Who am I?” and “What is the history we know of?” Naturally, her interest in oriental art started to grow and this has had a significant influence on her works. 

It is not surprising to find the elements of oriental spirit that are melted in western form in Lee’s works. “Our brain tries to keep the balance between sense and sensibility and it plays the channel for us to balance our philosophy” says Lee. 

She applies the Korea’s five cardinal colors and elements of yin and yang to her works. Yin does not exist without yang and this relativity of the world keeps hold of the balance in her works. In other words, it could be called as ‘double-sidedness’. 

“I advise appreciators try not to think about good and bad of a work but try to feel the beauty it gives instead.” For this reason, Lee intentionally uses light subjects rather than heavy social issues so that the viewers can approach her works in ease.   

Lee’s works have been received welcoming from many countries starting from Japan at the Kyoto Municipal Museum of Art in 2005 to Germany, Turkey, Indonesia, Laos and China. Her Yukio Mishima-inspired mural painting on a wall of a Japanese restaurant in Nagoya, Japan, especially was praised by many. Also, the mural painting on the entire walls of Jinchon-3 ri (village) in Baengnyeong Island carried out in cooperation with 10 colleague artists attracted a great attention and it is drawing many tourists far and wide. 

Lee’s obsession in finding the root recently led to the invitational exhibition ‘Finding the Root’ held in Yeongjong Island at City Library, Incheon where she was born, and she is also giving lectures on oriental art to local residents at Yeoju Museum; Yeoju is the city where she lives now.

“If the western philosophy is existential and scientific, the oriental is abstract and spiritual. Also, if the western art is realistic, the oriental is metaphysical. I point out these comparisons in my lecture as a way to find harmony.” 

Knowing the ‘root’ for Lee is very important. It is the foundation that enables one to deliver oriental spirit in various styles of western paintings and a unique beauty and harmony can be created from this understanding and try. 


안정희 기자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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