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신당

<Shamanism / 대한민국 민속신앙 특집(4) - ‘천신당’ >

우리의 무속 신앙 의식인 ‘굿’은 고대부터 현대사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인간은 거침없이 변화하는 자연 환경으로부터 무방비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자연을 경배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영적인 세계에 의지하며 현세의 복을 기원하기도 하는 등 그 정신을 무(巫)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굿’ 은 미신이라는 단순한 편견보다는 인간이 자연 영신 통령 속에서 생존하며 만들어낸 지극히 자연스러운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문화로 보아야 한다. 
                                                    
신 제자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천신당 굿’ 
사람들이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게 있을 때 신령님들에게 정성껏 상을 차려 자신의 소원을 비는 의식을 ‘굿’이라고 한다. 목적에 따라 이름을 가진 굿들은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도 다 보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많다. 대표적인 게 마을 공동의 액운을 막고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는 ‘마을 굿’, 집안의 재앙과 제보 그리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집 굿’, 죽은 자의 혼을 달래주고 넋을 위로하는 ‘넋 굿’, 신의 길을 가는 무당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입문 의식 ‘내림굿’ 등이 있다. 특히 한국무속문화에서 ‘내림굿’은 신 제자가 신을 처음 접하는 굿으로 ‘신명 제자 굿’ 또는 ‘제자 굿’ 으로 불린다. 무당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인 ‘내림굿’은 아주 신비로운 현상이다. 일반인이 하루 아침에 신의 제자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 나가기 때문이다. 강신무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며, 그래서 ‘내림굿’ 현장은 대부분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신 제자가 굿 내내 긴장하고 주관하는 신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이를 경험한 무속인들은 “무서운 것을 떠나 당시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슬펐다” 라는 표현까지 한다. 
지난 9월 10일-12일,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얕은 산자락에 있는 천신당에서는 당주 ‘달의 여신(이순애)’이 주관한 새로운 제자(신딸)맞이 ‘내림굿’ 행사가 열렸다. ‘제자 굿’이 열릴 때면 기존의 제자들은 일상에서 지내다 다같이 모여 든다. 이럴 때 각자의 역할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당주가 상황에 맞춰 즉석에서 느낌에 따라 뽑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 치의 사고 없이 치르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굿은 종합예술의 성격상 명망 있는 법사를 비롯해 피리, 아쟁, 징 등을 연주하는 악사선생들까지 총동원 되면서 그 규모와 질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천신당 ‘제자 굿’은 사전에 꼼꼼히 체크해 큐 싸인에 들어갈 완벽한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신 제자들과 각본 없는 드라마 써 가듯...
신명 하나로 시대를 풍미하는 놀이판 굿을 만들다! 
새로운 제자가 탄생하는 날. 천신당은 악사들의 연주 음악이 퍼지며 일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첫 날은 법사가 축원문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 날은 새 제자의 조상, 즉 성왕이 막혀 있기에 성왕문을 열고 조상 천도제 성격을 띤 성왕굿으로 풀어 갔다. 내림굿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망가져 버린 한 영혼을 보는 듯하나 시간이 흐르면서 신출나기 제자가 자신과 싸움을 통해 무수히 몰입해 가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젊고 고운 제자 몸에 나타나는 전율과 현상들은 신비롭기까지 하고 긴장된 순간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여기에 커다란 굿당으로 옮겨 여러 제자들이 돼지와 염소 등 제물을 등에 업고 잡귀를 물리치는 성왕풀이 의식도 열렸다. 둘째 날은 내림굿과 함께 명을 잇는 ‘칠성굿’을 더했다. 이 때 모두가 하나 되어 고를 이어 잡고 강강수월래 처럼 도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무엇보다 천신당주 닉네임인 ‘달의 여신’을 유명하게 만든 진혼굿(진오기굿)이 잠시 펼쳐질 때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에 선 망자의 혼에 울컥해져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때마침 내려치는 천둥과 번개는 굵은 소나기로 변했고, 슬픈 곡조와 함께 주변은 온통 눈물바다로 적셔 버리는 듯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셋째 날엔 내림굿에 더한 장군굿이 기다리고 있다. 법경을 하며 장구를 치던 법사가 수사관 처럼 새로운 제자의 상황을 재차 확인하며 호령했다. “그래 이제 신이 왔습니까?” 새 제자에게 찾아온 신령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는 문답이 오간 것만 여러 차례. 하지만 그 때까지도 새 제자는 시원스런 말문이 안 터진다. 3일 간의 굿이 정점에 다다를 무렵, “나는 마태 장군이다!” , “이렇게 기쁜 날 함께 해서 기쁘네” 새 제자가 온몸을 부르르 떨고 비로소 신과 접신하며 기쁨으로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보였다. 이어진 시간, 시퍼런 작두에 올라도 맨발이 멀쩡한 인간들이 여럿 보인다. '달의 여신' 이 관장하는 장군신의 월력을 얻은 제자들이 순서대로 빛나는 작두 날에 성큼성큼 오른다. 새 제자도 가쁜히 그곳에 올랐다.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었다. 굿은 막바지에 이르러 '달의 여신' 과 제자들은 새 제자에게 축원하고 신명나는 굿판으로 변했고 그렇게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다.  

힘과 기를 축으로 한 짜임새 있는 포퍼먼스에...
해외 언론이 대한민국 최고 샤머니즘으로 큰 관심 보여. 
사실 이런 굿은 전국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천신당의 굿 퍼포먼스는 이미 민속방송과 무속방송은 물론 해외 언론도 세계에 조명해 화제를 불러 모은 터였다. 스위스 주요 언론은 대한민국 최고 ‘샤머니즘’ 이라고 추켜세웠다. 굿의 내용도 천신당주 ‘달의 여신’과 제자들이 어우러져 짜임새가 있고 이들만이 해내는 다양한 퍼포먼스는 일대에 장관을 이룬다. 이를 두고 당주 자신은 “사자와 싸움에 나서는 전투사” 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탈 없이 이끌어 가는 그녀의 역할은 그래서 실로 클 수밖에 없다. 사수가 된 '달의 여신' 이 신딸, 신아들과 넓은 굿 당에서 작은 용궁으로 옮겨가며 성황풀이 해가는 의식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그 탓에 성왕복은 모두가 피범벅이 되어 버린다. 이보다 더한 무대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를 다 날려 버리고 순화와 절제로 마무리 짓는 장면들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며 깊고 커다란 여운으로 남는다. 
여기에 ‘칠성굿’과 함께 한 ‘달의 여신’ 의 ‘진혼굿(진오기굿)’ 춤사위도 아주 독특하다. 망자의 혼을 실어 뒤에서 누가 잡아 당겨 채이듯 상체가 뒤로 제껴지는 춤은 또 다른 예술을 보는 듯하다. 부드럽게 이어가다 망자의 혼으로 토해내는 카리스마적 몸짓은 한복과 잘 어울리며 깊은 멋이 깃들어 있다. 또한 근엄한 여신으로 성황장군를 이끌고 사자와 전투에 나서는 포퍼먼스는 스펙타클 영화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외침 소리에 천지가 숨죽이고 칠성장군, 마태장군 등 모든 장군이 따라 나서니 동작마다에 힘과 기운이 솟아오른다. 순간 정지된 그녀 앞에서 신들 조차 모두 무릎 꿇는 형국이다. 온갖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며 공수로 산천에 새로운 기를 불어 넣으니 마침내 찬란한 햇볕에 웅대한 태평성대가 열리고 일대는 지상 낙원으로 변해가는 듯했다. 그것은 보여 주기 위한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아무도 따라하지 못할 그녀만의 창작 예술인 것이다. 제자들과 엮어내는 굿 포퍼먼스는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 한편으로 후련하게 만들어 버린다. 천신당주가 대한민국 무속계서 귀한 몸값으로 대접 받는 것도 모두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어진다.  

제자를 잘 찾아내는 마이다스에 ‘내림굿’ 명인으로.
현대에 맞는 창작 굿 연출, ‘진실한 길 걷는데 자부심 커’  
현재 무속을 올바르게 안내하며 제대로 된 굿을 하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자신할까? 천신당주가 이 길을 걸어 온지는 올해로 20년째로 알려진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퇴마사로 전국에 이름을 알려왔다. 천신당주에게 내림굿을 받은 이들은 무수히 많고 지금 곁을 지키는 제자가 열다섯에 이른다. 그 중에는 15세의 어린 제자도 있다. 천신당주는 지난 세월 힘든 과정을 무수히 겪으며 자신만의 ‘굿’ 을 창작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으며 제자들과 더불어 왔다. 이로 인해 국내외로 비상한 관심들이 모아지기에 이른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전통 민속학계에서 연구 대상으로 외뢰를 해오는 실정이다. 천신당주는 “저는 성왕굿을 최고로 여깁니다. 진혼굿도 모든 제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망자를 위해 빌어가기에 좋은 굿으로 나오지 않나 싶어요. 오롯이 천신당 만이 해내는 멋진 굿들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는 “간혹 무속인들 중에 자신의 방식과 법도에 맞지 않다고 무조건의 비판은 옳지 않아요. 신계의 도법술은 기술이 아닌 진심어린 마음이 우러나야 하기에 그것을 위해 누구보다 진실하게 이어 간다고 자부한다” 며 덧붙여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웬지 멀게 느껴지고 무섭게도 느껴지는 무속인의 세계. 하지만 천신당주는 가까운 사람들과 산에도 자주 가고 여행도 하며 일반인과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며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굿 현장에선 한 치의 오차나 사고 없이 프로 정신을 발휘하며 종합예술 세계를 보여 주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제자들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진한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간혹 사회적으로 무교(巫敎)를 심하게 비판하거나 그 안에서 조차 폄훼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게의치 않는 천신당주는 진실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길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굿’ 으로 맞서는 것이다. 낮은 산자락에 그림 같이 자리한 천신당. 그곳에는 그녀와 제자들이 늘 행복한 기운을 서로 나누며 함께 하고 있다.  

<Shamanism / Korean folk belief special (4) – ‘Chunshindang’>
“Why gods bend the knee to her?”
Script-less ‘ritual’ with god pupils attract attention home and abroad

‘Chunshingdang Ritual’ starts with the name of god’s pupil
‘Ritual’ is an action to set the table to make a wish to spirits. There are many kinds of rituals and ‘naerimgut’ - an invocatory rite of a would-be a medium – in particular is often called as ‘ritual for god’s pupil’. It is regarded as a mysterious ritual as a normal person instantly becomes a shaman to lead a completely different life. Many shamans remember back the moment as “feeling joyful but sad”. September 10-12 on the foot of the mountain in Geumseong-myeon, Jecheon City, ‘Moon Goddess’ – Lee Soon-ae - resided a naerimgut with help of pipe, seven-stringed zither and gong players and many god’s pupils gathered together.

Writing a drama without a script…
Making an exciting ritual of the time
A Buddhist priest opened the ritual on the first day with a written prayer while the sound of music started to resonate in the air to congratulate new god’s pupils who experienced thrill and phenomena. The pupils then moved to ritual hall and cast out demons with pigs and goats as offering. On the second day, the participants walked in circle hand in hand which were magnificent while the repose of deceased souls on the border between this world and the next made people moved to tears. On the third day, the priest asked a pupil “Has the spirit visited?” and the pupil answered “I am General Matae!”…”I’m pleased to be with you in this joyful day” and passed the gateway with joy. The pupils who gained lunar power of general god controlled by Moon Goddess started to walk the sharp blade of straw cutter without any harm before the ritual closed in grandeur. 

Performance in power and energy…
Foreign media praise the ritual as the best in Korea
We cannot see this kind of ritual anywhere else in Korea and it has already been broadcast home and abroad. A Swiss press praised the ritual as the best of Korea. The head of the ritual says “It is a warrior going to fight with a lion”. The Moon Goddess and her pupils moved to a small sea palace and the sage king costume became covered in blood. The dance for repose of souls also was unique as the upper body gets bend back instantly in charismatic body movements. The performance scene of the solemn goddess leading the sage king to fight against the lion was as spectacle as a scene in a movie. The moment the goddess stand still, all gods seemed to bend their knee to her and the areas seemed to have turned to be a paradise. It was not a performance but rather a creative art which makes the watchers feel deaf yet relieved. This is the reason that the head of Chunshindang is received as highly dear. 

From Midas hands in finding god’s pupils to a master of naerimgut
Introducing creative modern rituals with pride
The head Chungshindang has walking a single path for 20 years. She rose to fame as an exorcist long time ago and has fostered numerous pupils of which 15, including the one aged only 15, to stay close to her. The head Chungshindang has paid a greater effort in creating her own rituals with help of her pupils and attracted a great attention home and abroad. “I value ‘sage king ritual’ the most while drawing a positive result from the ‘repose of souls ritual’ with my pupils. These rituals can only be done by Chunshindang. It is worrying that some shamans complain about the method and procedure of rituals but performer’s mind is more important than forms.” It is true that most normal people tend to keep distance from shamans but the head Chunshindang leads rather a normal life as she travels with people or share common stories. Chunshindang is located on the foot of a mountain like a shade. And here, she and her pupils share and spread good ener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