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목(美木) 김태기 명인

단단한 나무를 깎아 부드러운 곡선과 힘 있는 직선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서각은 우리나라의 전통 예술로서 큰 가치가 있다. 특히 각 나무의 특성과 재질을 모두 고려하여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서각 장인들은 나무의 겉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예술적 진수를 발화시키는 예술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로 40여년 나무와 동고동락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더욱 깊이 발전시키고 있는 미목(美木) 김태기 명인은 현재 강원도 횡성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꽃피우며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나무에 혼을 불어넣는 서각으로 그만의 예술혼 빛내
강원도 횡성에서 서각 작업을 하는 김태기 명인이 처음 목조각에 발을 들인 이유는 직업으로서 먹고 살기 위한 것이었다. 올해로 40여년 나무를 만지며 교감해오고 있는 김 명인이지만, 처음 목조각을 직업으로 선택했을 때만 해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김 명인의 목조각 입문은 목조각장 목아 박찬수 선생(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김 명인은 박찬수 선생에게서 목조각에 대한 기본을 철저하게 배우며 칼을 만지는 법과 나무를 깎는 법, 결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법 등을 익혔다. 김 명인은 박찬수 선생의 지도 아래 장승 작업을 다수 진행했다. 마을이나 절 입구, 또는 길가에 세운 사람 머리 모양의 기둥인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기도 하는 전통 신앙의 대표적인 표지다. 장승은 특히 구불구불한 나무를 깎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초심자가 접근하기에 쉬운 형식은 아니었는데, 김 명인은 오히려 이러한 제약들에서 나무 깎기의 참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김 명인은 "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매끈하고 쭉 뻗은 나무의 매력보다는 본연의 결을 잘 살려서 불규칙적이지만 고유의 매력을 품고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저의 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단초 심종보 선생에게서 서각의 기초를 다시 배우며 본격적인 서각 작가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나무에 글을 깎아 새기는 서각은 고유의 필체가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나무를 깎아왔다 하더라도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 결과가 지금의 김 명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음각, 양각, 음양각 등 다양한 종류의 서각 작법 통달해
산업통상부장관상, 국회의장상 등 널리 인정받아
김 명인의 작품은 철저하게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그림을 바탕으로 한다. 동양화나 서양화 등 화폭에 남겨지는 그림은 기본이 되는 스케치가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채색 작업 등을 진행하면 되지만, 실제 사물인 통나무를 깎아 만드는 서각의 경우에는 그것을 만드는 데에 특별한 원칙이 있지 않고 순전히 작가의 역량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 작업이 힘들고 어려운 것이지만, 김 명인은 작품 활동의 즐거움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발전시켜 나갔다. 김 명인은 "서각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재미있고 작업을 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글자를 써서 나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 예상치 못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관객들과 만나 만들어지는 상호작용 덕분에 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서각에 대한 애정을 마음 깊이 품고 있는 김 명인은 최근 서각 작업의 트렌드인 기계 제작에는 손대지 않고 일일이 짜구(망치)를 찍어가면서 자신의 작품을 만든다. 이는 손에 익은 장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다. 게다가 김 명인은 음각, 양각, 음양각 등 다양한 종류의 서각 작법을 모두 통달하여 작품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서체를 조합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역량이 더욱 경지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작법으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간 결과 김 명인은 지난 2015년 열린 '제9회 한국공예예술공모전및문화관광상품대전'에서 <빈손>이라는 작품으로 대상인 산업통상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 뿐 아니라 작년에는 '국가안보, 나라사랑, 대한민국 평화적인 남북통일'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8회 대한민국 남북통일 세계 환경예술대전'에서 대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명인은 남북통일 세계 환경예술대전에서 <천년바위 아픔은 소리 내지 않으니까>라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이 작품은 은은한 색감과 깊이 판 글씨에서 느껴지는 힘으로 인해 평화에 대한 깊은 소망과 한민족의 아픔을 훌륭히 담아냈다는 평을 얻었다.

직접 지은 지역 전시관 개관할 것
"뜻을 함께하는 작가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구상"
이 밖에도 김 명인은 지난 2005년 횡성에 직접 집을 지어 소나무 재배도 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집을 짓기 위해서 포크레인 운전법을 배우고 집을 짓고 도로를 만들어 축대를 직접 만들고 나무를 심는 등, 살기 좋은 터를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기는 했지만 향후 김 명인의 작업장이자 개인전시관으로서 많은 사람들과 만날 예정이어서 이 작업들을 허투루 할 수는 없었다.
김 명인은 "예술인들이 작품 활동 한 곳에만 매진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먼저 길을 간 선배 예술인으로서 후배들에게 길을 제시하고, 또한 지역사회의 예술 환경을 더욱 활성화하는 과정으로서 이 전시관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더욱이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과 서각의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 명인은 예술인들이 직접 활로를 개척해야 하는 국내 예술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과 뜻을 함께하기 위해 건물을 5동 지어 예술인들에게 분양하려고 합니다. 입주 조건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으며 어느 분야든 상관없이 저와 공감하고 뜻을 함께하는 작가들을 모아 예술인 마을의 시금석을 놓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의 힘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 관에서 행정적인 지원이나 홍보를 지원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아내와 함께 공근면 학생들 위한 장학금 쾌척
"작품 활동 지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
한편 김 명인은 횡성군 공근면 지역사회에 대한 나눔 활동도 활발히 전개해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사업을 하던 30대 중반부터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을 출연해 왔던 김 명인은 횡성에 터를 잡은 후 장학금 지원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 가고 있다. 김 명인은 지난 4월 개최된 '공근면민의 날' 행사를 위해 아내인 이순애 여사와 함께 장학금 300만원을 쾌척했다. 김 명인이 전달한 장학금은 지난 4월 22일 횡성베이스볼 파크에서 개최된 공근면민 체육대회 및 공근면민의 날 행사 개회식 행사에서 지역 대학생 2명, 고등학생 2명에게 전달되었다. 또한 향후 건설될 김 명인의 전시관에 카페를 만들어 방문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작품을 구매하고, 모인 수익금을 전액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행사 역시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나눔 활동으로 공근면을 더욱 아름답게 가꿔가는 김 명인의 행보가 있기에 지역이 더욱 큰 발전을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 명인은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지속하면서 사회에 대한 나눔에도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김 명인은 현재 그를 뒷바라지하며 다사다난했던 세월들을 견뎌온 아내 이순애 여사,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들과 함께 3대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특히, 김 명인의 아들은 유학을 다녀와 귀국한 후에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김 명인은 "가족들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지금까지 돈을 벌어 제가 잘 살고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사회에까지 확대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공수래공수거'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앞으로 주어진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뜻을 밝혔다. 한편 김 명인은 “2005년 횡성으로 귀촌하면서 마을 어귀에 깎아 세운 장승이 아직도 두 눈을 부릅뜨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서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신한 조각 명인 김태기. 그의 행보를 통해 더욱 아름답게 밝혀질 횡성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Art] Master craftsman Mimok (beautiful tree) Kim Tae-ki 
Communication with trees reborn as works of art

Kim pours his soul into ‘sokak (carving letters on wood)’
Sokak artist Kim is based in Hoengseong County. He started ‘sokak’ without a grand ambition or dream but in order to earn bread and butter. But that has been 40 years today before he knows. He looks back the days when he met his wood carving teacher Moka Park Chan-su (important intangible cultural asset No.108). From holding the knife to carving the details, Park delivered his expertise to Kim who carried out a number of ‘jangseung (Korean totem poles at village entrance)’ under the instruction of Park. “Carving wood is a process of realizing an art work that is coincided with the carver’s inner side. Jangseung is a warped and twisted wood which makes the carver’s work a challenge but it is also the charm of it for that reason” says Kim. If Park gave Kim a huge influence on jangseung carving, Kim’s late teacher Dancho Sim Jong-bo did the same on ‘sokak (carving latters on wood)’. The latter requires quite a different skill from the former as each style of letter must thoroughly be carved on wood and the training normally takes a considerable amount of time and effort to reach the mastery level.  

Winning highly respected prizes
It is said that sokak does not have standardized principle on carving methods. So it depends hugely on one’ own technique and imagination. “It might sound really difficult as there is no guideline like sketches in western painting but that makes it more interesting. Carving letters one by one and pouring the vitality in them truly is an exciting process and I feel overwhelmed when the result is communicated with the appreciators at the exhibitions.” This might be the reason that Kim sticks to the traditional hand-carving despite the technology today offers convenience of machine. Also, Kim does not wish to lose his mastery hand skill on perfecting intaglio and relief to the machine. This of his integrity and mastery hand skills were well recognized by winning the ministerial prize from the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 at the 9th Korea Craft Art Competition and Cultural Tourism Product Fair 2015 with his work ‘Bare Hand’. It was followed by yet another winning the chairman’s prize of the National Assembly at the 8th Korea Unification World Environment Art Competition with his work ‘A Thousand Year Rock Does Not Make Sound for Her Pain’. To the latter work, Kim gave delicate colors and deeply carved letters in order to express the pain of the Korean people and our wish for unification. 

Laying the foundation for building an art village
Kim built his own house by himself in Hoengseong County in 2005 for the use of both as a workshop and an exhibition hall. “I would like to share my knowhow and experience with younger artists and suggest better ways to get through the harsh life as an artist. I also wish that the workshop might be used to activate regional culture as the people in the rural areas have less opportunity to enjoy art due to lack of facilities. As for the future plan, I wish to build an art village where artists in the same mind gather together and share each other’s ideas and thoughts. For this, I will build 5 buildings in the future to be rented for artists.” 

Donating scholarships to local students
Kim is as famous for his good deeds as for his carving skills. He has regularly donated scholarships to students since his mid-30s when he was a businessman and the good deed has been kept going on in Gonggeun-myeon, Hoengseong County today. He and his wife (Lee Soon-ae, for example, recently donated a 3 million won ($2,674) on Gonggeun-myeon Residents Day last April and the donation was shared by 2 local high school students and 2 university students. Kim also plans to run a café in those 5 buildings above mentioned so that all the profits of the café goes to scholarship. “All of these could happen thanks to the unsparing support of my family. I think the happiness I feel when helping people is as equal as the happiness I feel with my family. So I will keep doing this good deed as long as it lasts.” Kim currently is living with his wife, his son and the daughter in law as well as his grandson and daughter. “I moved my base to Hoengseong County in 2005 and I carved ‘jangseung’ at the village entrance, still standing as a patron saint with eyes wide open.” <Power Korea> sends a message of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