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정원- 푸른 기다림(An Old Garden- Blue Wait) | acrylic on canvas | 91 × 116.8 cm | 2017

제각각의 이유를 지닌 사연들을 향한 존재론적 탐구와 다양한 시점의 수용 방식
“미술을 바탕으로 시대상에 맞게 달라진 해석, 열린 관점으로 해석한 소통 구조를 표현”
아티스트 이호영 작가
많은 선행과 덕업을 쌓아 열반을 얻는 과정인 화엄은 일종의 영적인 보상 개념이다. 시선과 관점을 향한 끝없는 자문으로 작품 완성이라는 성과에 도달해 온 이호영 작가는 화가에서 출발해 시, 영상, 음악, 연극 등 수많은 예술과의 앙상블로 심상의 자율적 공간을 확보해 온 종합예술가다. 지난 2016년 자신의 종합예술론의 주제이기도 한 ‘오래된 정원’에서의 ‘색즉시공’으로 대중성에 한 걸음 가까워진 이 작가가 이번 3월에는 고통 후의 희망, 어둠이 걷힌 광명을 기대하는 미래를 향한 열정과 욕망을 ‘푸른 기다림’에 형상화해 소개할 예정이다.

오래된 정원, 폐허와 미래의 희망이 공존하는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다
화가라는 본업을 품은 종합예술가, 이호영 작가는 소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수준의 획기적 발상전환과 도전의식으로 유명하다. 서양화 외에도 영상설치미술, 조각, 판화 영역에 진출해 유나이티드 우수작가상, 한국현대미술작가회 우수작가상을 수상한 이 작가는 1997년 경 부터 예술이 시작되는 의미와, 일련의 작품으로 삶 속 우주 만물의 이치를 투영할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을 보여 왔다. 그만큼 사물과 심상에서 프레임 속 선입견을 깨뜨려 온 이 작가에게는 물을 담는 컵이라면 주스도 커피도 과일 조각도 담을 수 있듯, ‘컵’이라는 정해진 요소 내에서도 다변화된 존재론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가 평소 좋아하는 이성복 시인의 “돌 속에는 많은 말들이 있다”는 아포리즘처럼 <길에서 길을 묻다>를 통해 평범한 ‘길’에도 그 길을 지난 수많은 존재들의 삶이 새긴 발자국을 읽어낼 수 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34번의 다양한 개인전에서 이 작가는 <녹, 오래된 정원>, <물>시리즈, <색즉시공>으로 수많은 상념의 접점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게 대화를 정해 왔다. 그래서 생명과 자연물의 종적, 횡적으로 연결된 관계와 DNA의 유전으로 보존되는 인간의 지속 가능한 존재적 가치 등을 시간과 구조의 흐름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이 작가는 34번의 전시를 마치 드라마나 영화감독처럼 몇 개의 그림을 모은 전시보다는 34번의 작품을 만든 것이라는 종합예술의 관점으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이 작가는 지난 17년간의 연작 <오래된 정원>시리즈 중에서도 대중들의 공감을 얻은 <녹 시리즈>에서 틀과 금기 깨기에 적극성을 보이며, 실제로 철을 뿌리고 산을 부어 녹을 만들어냈다. 철의 차가움 속에서 파생된 녹은 멸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낡은 의자 틈 사이 그리고 폐허의 상징이었던 DMZ의 전쟁잔해와 프리피야트 마을의 녹슨 대관람차에도 핀 이름 모를 잡초들처럼, 그 오래된 정원 안에서 인간의 부재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배경 속에 공존하는 새로운 희망으로 시선을 돌리게 해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눈높이와 수준을 낮추기보다 그림의 한정적 표현을 깨뜨리며 대중성 도전할 것
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은 격동의 시대에 머무른 영혼이 현실로 돌아와 봉인이 풀린 후의 허망함과 적막감을 보여준다. 헤밍웨이의 작품들을 읽으며 ‘삶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어째서 예술이란 해결점이 보이지 않아도 빵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을 탐구해야 하는가?’는 화두로 고심했던 이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로 혹독한 그림 세계를 잠시 떠났을 때나, 혹은 새로운 조류를 받아들일 때마다 적응이 필요했었다. 홍익대 박사학위를 수료하면서 그는 이러한 문제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동시공존과 상호적 보완관계를 이해하고 새로움을 수용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강의와 산책, 운동과 차를 마시는 시간에서도 수백 가지 일화가 있으며, 하나의 사물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는 이 작가는 그림이라는 요소의 구조를 분해하고 풀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설치미술, 시의 도움을 얻었다. 또한 세대가 바뀌면 달라진 시선에 맞는 작법을 시도하고자 2003년부터는 개인전 자리에서 사진과 판화, 조각을 그림과 함께 소개했으며, 작년 겨울 33회 개인전에서는 시낭송 콜라보를 했고, <별 쏟아지는 날-꽃들의 시간>이라는 콘서트의 노랫말을 작사하기도 했다. 다양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경계를 없애고 구조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기본 골조가 같다면 평면과 입체라는 표현수단만 다를 뿐 미술의 본질적 구조는 같다는 이 작가에게, 미술의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한계는 바로 전파 수단이다. 음악과 영화와 달리 그림은 잡지나 방송, 전시회처럼 소통방법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최근의 콜라보에 ‘소통’을 추가했다. 소통의 구조를 수월히 하는 과정은 소규모 지역비엔날레 경험을 바탕으로 숙련됐다. 이 작가는 그러한 시행착오의 고통을 후임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고자, 또한 새로운 소통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젊은 작가들을 위한 국제 비엔날레, 더 나아가 협업의 꽃이라 불리는 영화와 같은 종합예술감독에도 도전하겠다는 자신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보여 준다. 3월 8일 인사동 h갤러리에서 1주일간 개최되는 개인전에서는 그동안 여러 관점에서 표현한 <오래된 정원>의 또 다른 연작, <푸른 기다림>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또 다른 희망의 표현수단인 이 기다림에 대해,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강렬한 욕망을 그림으로 풀어낼 것이라 한다. 그리고 ‘희망’을 말함으로써 불타오른 잔해에서 꽃과 새싹이 피어나는 꿈으로 암울한 현실에 보호막을 씌우게 될 것이다. 

▲ 이호영 작가

Existential study on every single story of people and the way to accommodate it
“Openness and communication expressed in structure”
Artist Lee Ho-young
Indulging in the beauty of an old garden where hope of ruins and future co-exists 
Artist Lee Ho-young is known as a total artist and is famous for his work ‘Elephant, Don’t Think!’ where he poured his unique ideas and challenging spirit into. He engaged himself in various creative fields such as video, installation, sculpture and engraving and has received a number of prizes including United Excellent Artist Award and an excellent artist prize from Korea Contemporary Artists Association. From 1997, he reflected the order of nature and universe into his works in a form of storytelling. He broke prejudice in matters and imagery with conviction in existentialism diversified in a cup. He likes the poet Lee Seong-bok’s aphorism “There are many words in the field”, and expressed the fact that we can read traces of many existences on an ordinary road through <Asking a Way on the Way>. He has tried to converse with all living things with his works <Rust, Old Garden>, the <Water> series and <Matter Is Void> through his 34 times of solo exhibitions. He showed the relationship between life and natural objects and the sustainable existential value of man in transmission of DNA in a flow of time and structure. He organized all of his solo exhibitions as a whole 32 works with a conception of total art. Lee has produced the series work <Old Garden> for 17 years, and among which the <Rust> series, he tried to break social norms and taboos by pouring steel and acid to make rust. Rust comes from coldness of steel and can mean destruction but the unknown grasses busting up on the rust can also mean a new hope.

Challenging for popularity by breaking limited expressions
Hwang Sok-yong’s novel <Old Garden> is a story about a soul who stays in a turbulent period and comes back into reality and feels emptiness and loneliness. While reading Hemingway, Lee thought ‘With what attitude I should live?’ and ‘Why art does not show us a solution but makes us study on things that cannot be solved by bread alone?’ and he had to adapt whenever a new trend was surging in or when he left the art world for a while. He solved these problems with complementary relationship between visible things and invisible things as well as acceptance of new things by the time he finished his PhD course at Hongik University. Lee said that he could find many stories even at a thing in our daily life and received help from installations and poems in a way to decompose and solve the elements of paintings. From 2003, he introduced photograph, engraving and sculpture to his solo exhibitions and a poem-reading in his 33rd solo exhibition. He also wrote a lyric for the concert <The Day the Stars Showing – The Time of Flowers>. Doing various forms of art means to remove the borders and to analyze the essence of structure. Lee said that the essential structure of art was the same but in different expressive methods. The biggest limitation of art for Lee is the means of propagation. As art has limited communication methods, Lee introduced ‘communication’ into his recent collaboration. To give young artists more channels to communicate, Lee is planning to actively engage himself in international biennale and even in films. Meanwhile, he is holding a solo exhibition at h Gallery in Insad-dong, Seoul for a week from 8 March this year and will introduce <Green Waiting>, the other series of <Old Garden>. Lee sees waiting as another expressive method for hope. By talking about hope, flowers and sprouts are blooming from ruins of the burned down and they cover the gloomy reality with protective films. <Power Korea> sends a message of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