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백향꽃누르미갤러리 백미경 작가
자연 속에서 느낀 기쁨 ‘꽃누르미’로 표현해
전국 각지 강연 열광적 반응 얻어

압화는 들판이나 산에서 발견되는 야생화의 꽃, 잎, 줄기 등을 채취하여 인공적으로 누르고 건조시킨 후 회화적인 느낌을 강조하여 재구성한 작품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방법이나 약품처리가 필요하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과정 덕분에 평면 조형물에 가까운 압화가 회화적 입체성을 갖게 된다. 비단 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생활 소품으로도, 또 일반 회화의 중요한 구성요소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압화는 순우리말로 ‘꽃누르미’라고 부르는데 백향꽃누르미갤러리의 백미경 작가는 이러한 압화를 예술적으로 승화해낸 작가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전천후 예술
‘압화’, 즉 꽃을 눌러서 작품을 만드는 예술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압화의 재료가 되는 꽃, 또는 잎과 줄기 등이 그 크기가 다양해 작게는 카드나 편지지, 액세서리 등에도 사용할 수 있고 더 큰 재료는 액자용 그림으로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일상생활과는 더욱 밀접한 연관을 가질 수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백향꽃누르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백미경 작가는 꽃에 대한 애정만으로 우연한 기회에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백 작가는 “어느 날 백화점을 들렀는데 갤러리에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어요. 빨간 색 백일홍이었는데 그걸 보고서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만들었을까’ 하고 감탄하면서 지나가는데, 큐레이터 분이 그 말을 듣고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꽃이 아니라 생화를 갖고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그 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압화 만드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고 하기에 그것을 기회로 삼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후 최고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강사이자 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20년 가까이 한 길 걸어온 압화의 선구자
생소한 압화의 매력 친절히 전달해
압화는 꽃이나 풀 등을 자연에서 채집해서 그것을 작품에 바로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꽃이나 해초 등은 완전 건조까지 3~4일이 걸리며, 과일 같은 경우는 보름에서 한 달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더군다나 기계를 사용해서 인공적으로 그 시간을 단축시키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열의 영향을 받아 색이 바래거나 변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면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의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백 작가는 “자연은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있는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변함없이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인 자연을 자신의 작품 안에 불러들이고파 백 작가는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해올 수 있었다. 연꽃을 말려서 만든 ‘도피안사의 추억’, 가을의 알록달록한 색을 표현한 ‘가을 앞에 서다’, 바람이 부는 갈대와 산과 꽃들을 병풍 형식에 담아 표현한 ‘바람으로’를 비롯한 백 작가의 대표작에서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숭고미와 함께 작가 자신이 그 안으로 들어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꿈을 꾸는 모습이 엿보이는 듯하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꽃누르미(압화)라는 형식을 여러 장식물에 응용하는 백미경의 작품은 아름다움을 영구히 보존하고픈 인간의 욕망에 충실하다. 그녀의 다양한 작품들은 죽음 이후의 화려한 삶을 보여준다. (...) 백미경의 작품을 보면, 진보된 기술을 활용하는 압화의 방식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진공 처리된 생화를 액자 작품으로 만들어 나리와 토마토를 표현한 ‘조충도’, 포도밭과 꽈리를 표현한 작품은 정교한 필법으로 완성한 동양화 같은 느낌을 준다’고 백미경 작가의 작품론을 이야기한 바 있다. 

백 작가는 2002년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7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예문갤러리 미술과 비평 초대전, 조선일보 갤러리 꽃누르미전, 뉴욕 CPS갤러리에서 열린 미술과 비평 뉴욕 초대전 등 100여 회의 초대전에서도 자신의 작품이 가진 매력을 마음껏 펼쳤다. 기존의 전시에서 관객이나 비평가들에게 익숙한 한국화 또는 서양화 위주의 작품들이 주목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생소한 매력을 지닌 백 작가의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작품들을 바라본다고 한다. 

백 작가는 “작년 개인전에 어느 80대 할머니께서 찾아오셨어요. 작품을 찬찬히 끝까지 다 보시더니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분께서는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오시는 게 취미여서 그 동안 상당히 많은 작품을 보셨을 텐데도, 제 작품에 대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처음 본다는 한 마디를 해주신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불현듯 찾아온 ‘꽃누르미’의 운명은 그녀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고 있었다.

한국예총-중구청 협조 초등학교 교육 뜨거운 반응 얻어
백 작가는 현재 (전)한국 꽃누르미협회의 창립회원이자 전 부이사장으로, 또 백향꽃누르미협회의 회장으로서 압화의 저변 확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또 개인적으로도 한국예술문화 꽃누르미 명인에 선정되는 등 이 분야에서 큰 명성을 누리고 있는 작가다. 백 작가는 이 밖에도 각지 문화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장소에서 꽃누르미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작년에는 한국예총과 중구청의 협조 아래 다섯 개 초등학교를 선발해 1학기 때 약 5주가량의 압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백 작가는 “작년에 진행했던 수업에서는 말린 꽃누르미 꽃을 가져가서 이론을 설명했고, 또 그것을 다 쓸 수 있게 포장까지 해줬다”고 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백 작가의 행사가 고무적인 반응을 일으킨 결과 학교 선생님들이 2학기에도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문의를 주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백 작가는 또한 지금까지 수십 차례의 전시회를 하면서 한 시도 빼놓지 않고 전시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듣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많고, 또 표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일도 많다고 하며 “항상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굳게 가져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역 미술의 저변 확대 위한 갤러리 오픈 준비해
10월 필리핀 마닐라 페임 참여할 것
한편 백 작가는 현재 많은 수의 작가들이 지역에서 기반을 닦지 못하는 현실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한다. 백 작가는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이 기형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지리적 편중이며, 이에 따라 대관료가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 작가들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하다못해 우리 지역 안에서라도 주민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그것이 미술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백 작가는 작년 10월에 갤러리를 오픈하고, 이와 함께 작품 활동을 계속 꾸준히 이어가 자신의 지역을 알리고 또 상생해 나가는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백 작가는 9월 초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단체전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작품으로 함께했을 뿐 아니라 오는 10월 20~23일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마닐라 페임’에도 한국 초대작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백 작가는 “필리핀에는 아직 압화가 대중적이지 않은 예술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년 내내 꽃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나라이기 때문에 그 분들도 작품을 만들고 꽃누르미 소재의 특별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백 작가는 자신의 작품의 의의를 ‘힐링’이라고 전했다. 높은 빌딩 숲 사이에서 이웃의 얼굴도 잘 모르는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 현대인들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자연을 가까이하고 그 안에서 생명력을 얻은 백 작가의 작품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압화의 저변 확대와 마음의 치유를 위해 노력하는 백 작가의 행보를 더욱 기대해 본다.

▲ 백향꽃누르미갤러리 백미경 작가

[Art] Artist Baek Mi-gyeong of Baekhyang Flower Pressing Gallery 
Delivering nature to objects
There are artists who make an art work or an ornament by pressing and drying flowers, leaves and stems. The works usually get 3 dimensional by adding chemical treatments that are needed and this can enable the maker to use various other materials alongside natural ingredients. This flower pressing is called ‘Kot-nuremi’ in Korean and artist Baek Mi-gyeong is one who raised the technique to a level high in the form of an art. 

Encountering the art of flower pressing
Flower pressing is still rather an unfamiliar word for many Koreans. But its application is wide enough to meet in our daily objects such as cards, letter papers, accessories or frames at home, office or stores. “I actually didn’t know about flower pressing like many people. I dropped by a department store one day and saw a frame made by flower pressing and thought it was awesome. Then the curator in the corner explained that it was made with real flowers and I could also learn the skill in the cultural center run by the department store. That was the beginning of my passion in flower pressing” looked back Baek. 

Walking a single path for 20 years as a flower presser
We need to dry flowers or grasses before pressing to make a work. Flowers or seaweeds, for example, usually take up to 4 days to dry and fruits up to a month. And we should dry in a natural way as the materials get changed its color and quality when done by artificial ways. “I have kept only this natural way of drying in order to shift the real feeling of nature into my works. I dried lotus flower, for example, to make the work ‘Memory of Dopian Temple’” explains Baek. She also expressed autumn colors in her other work ‘Facing Autumn’ and invited reeds, mountains and flowers into the folding screen work called ‘Towards Wind’. These two are Baek’s representative works in which we might feel the sublime beauty of nature and the artist’s imagination. An art critic Lee Sun-young once marked “Baek’s flower pressing is faithful to our desire to preserve beautiful things forever. Many of her works show a splendid world beyond and her technique is highly advanced. The vacuum treated ‘Chochungdo’ which made with lilies and tomatoes and the work made with vineyard and ground cherries give a feeling of oriental paintings perfected with meticulous penmanship.” Baek has so far held 17 solo exhibitions starting at Gyeonggi Arts Center in 2002 and participated in more than 100 group and invitation exhibitions home and abroad including CPS Gallery New York. “A madam seemed to be in her 80s had a look around the solo exhibition I had last year. She said that she was a gallery goer and mine were the most beautiful works she’d ever seen. I was impressed and I engaged myself in a talk with her for a while.”

Spreading flower pressing to more people 
Baek is a founding member and the former vice head of the Flower & Human Contact in Press Flower and currently is serving as the president of the Baekhyang Flower Pressing Association. Last year, she gave flower pressing classes for 5 weeks during the first semester at five elementary schools with the support of the Federation of Artistic & Cultural Organization of Korea and Jung District Office. Children loved her classes and she was asked a second round the next semester from the teachers. Baek is also enthusiastic to engage herself in a talk with the viewers who visited her exhibitions in the hope of spreading flower pressing to more people. 

Opening a gallery
Baek regrets the fact that many galleries require unaffordable fees to hard up artists who might have brilliant talent and works. To improve the situation, she opened a gallery October last year with the goal to promote regional artists and culture. Baek recently displayed her works in the group exhibition held at Insa Art Center last month and currently is preparing for Manila FAME to be held on 20-23 this month in the Philippines. “I’m ambitious to spread the charm of flower pressing as it is still an unfamiliar word for many people in the country.”  Today’s high buildings and residency somewhat disconnected communication between neighbors even people with the next door. The higher the buildings the deeper our loneliness, says Baek. “I wish my works can give a piece of comfort and mental healing to those loners. Feeling nature every now and then might be a great way to recharge the energy to move on ou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