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ring II (20x90cmx4,장지에 혼합재료,2015)

 

동양화가 이지수 작가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청명한 햇볕아래 펼쳐진 그 곳에 간절히 가고 싶었다. 그러나 우울감에 잠긴 몸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그 무게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시간은 좀 더 흐르고 도심의 건물 사이와 골목길 뒤엉킨 전깃줄에 걸친 하늘을 바라보다 스스로 물었다. 하늘을... 바다를... 그 곳이 왜 간절한가. 그건 블루였다. <작가 노트 중에서>

 

동양화가 이지수의 작품들은 동서양을 접목한 화풍으로 먹그림이나 인물화 등이 다양하면서 도드라져 보인다. 파란색을 테마로 한 ‘<Blue & Blue>(블루 앤 블루)’가 대표적이다. 블루는 외향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 변화를 주는 움직임이 내포되어 있다. 그는 블루에 대해 변함없이 보내는 ‘미소 같은 색’ 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한다. 

블루는 순색이다. 미술에서 혼합으로 만들 수 없는 색, 공간적으로는 하늘과 바다, 시간적으로는 한낮, 추상적으로는 젊음을 뜻하며 남성의 상징 색이기도 하다.

 

블루는 일련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힘겨울 때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싶거나 하늘 가까운 곳을 오르는 일,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하는 추억거리들, 혹은 이성에 대한 감정들과 조우는 마음과 몸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정적인 상태의 압력과 무게에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런 변화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뀌거나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제자리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며 늘 멀리 있지 않다는 끊임없는 반영을 해 가듯,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해 야속 하지만 끊임없이 서로를 확인하거나 비춰주는 ‘관계의 색’ 이다. 이를 두고 이 작가는 ‘미소의 거리’로 해석하며 모든 관계들 사이에서 비록 상처투성이 과거에서 조차 미소가 남는다고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작가에게 블루는 ‘괜찮아’ 하고 마음을 다독여 주는 안심의 색이다. 지나온 삶속에 우러난 것으로 같이 가는 색깔이자 오늘의 작가로 우뚝 서게 한 주요 골자가 된다. 

 

그림은 이 작가 자신의 지나온 삶의 고백과 치유 시간들에서 잉태된 것이나 다름없다. 통증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추구해 왔던 삶의 모습들은 어쩌면 상처투성이의 가련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에 서서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 왔고 오랜 시간 깊은 여운을 남기며 생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림에 나타나는 일련의 검은 이미지는 주로 나무나 갈대 같은 식물을 연상시킨다. 구체적인 흔적보다는 사라질 듯 불안하다. 어쩌면 이미 받아들인 듯 희미해진 흔적에 불과하다.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고 하던가. 작가는 인간보다 빠른 소멸을 맞이하는 식물들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배운다고 피력한다. 대부분 방해 말이나 모래가 섞인 검은 바탕과 표현은 존재했던 생명들의 그림자 같은 흔적들이다. 손으로 직접 파란 분체를 비비거나 손가락으로 그리는 행위는 만질 수 없는 하늘과 바다의 푸름을 느끼고픈 욕망이자 위안이 된다고 한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인(문인화 같은) 작업으로 손끝에 많은 통증을 감내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 과정은 심상과 화폭의 거리를 좁히고 감각을 깨우고픈 의도가 담겨 있다. 바람이 새겨진 휘어진 갈대, 푸른 공간과 동화되어 가는 꽃잎들은 거의 사라져 파랗게 아물어 가는 공간에서 흔적만 남아 파란 바탕 위에서 사믓 아물어 가는 상처나 미소 짓는 사람의 입을 닮았다. 이 작가는 ”그림은 나에게 다시 피어나고 싶은 봄, 새롭고 생생하게 다시 뛰게 하는 심장과도 같다”고 말했다. 

 

최근 미술시장이 침체되고 일부 서양화 작가들의 그림 값이 떨어지면서 미술관과 화랑들이 미래 가치가 높은 한국화에 관심도가 높아져 가는 추세라고 한다. 어쩌면 아크릴 · 유화물감 · 철가루나 돌가루 등 서양화 재료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퓨전 한국화' 에 눈길이 더 가는 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이 작가는 이 전부터 자신만의 화풍으로 고집스럽게 이어 오고 있다. 이 작가는 초중학교 시절 미술 대회에 나갈 때마다 남다른 두각을 보였는데, 특히 대학교 학부시절엔 동양화의 전통을 고수하는 것에 썩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재료를 더 다양하게 쓰고 싶어 했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도 긍정 반, 질타 반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었다. 틀을 깨고 변화를 주고 싶었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동양화를 택한 것도 집안의 영향이 컸다. 증조부와 아버지가 서예를 좋아 해서 먹 향에 익숙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먹 향이 좋았다. 먹의 냄새는 시간의 향기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 이어진 에너지이고 그 자긍심이 멋모르게 많았다. 유채화 보다는 나에겐 정성적으로 한국적인 멋이 깃든 먹 향의 그림이 더 맞는 것 같았다” 이 작가는 작업에 들어가면 보통 하루 반나절을 꼼짝하지 않는다고 털어 놓는다. 작품에 대한 이런 열정은 멈출 수 없는 그만의 행복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현재 위치에 서기까지 가족의 응원이 커다란 힘이 됐다고 한다. 그는 6녀 1남의 대가족 집안에 여섯 째 딸로 자랐다. 예전 보통 대가족 가정의 생계는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정신적인 화목에 기대며 살아갔다. 그런 가운데 이 작가는 엄한 아버지와 손이 마를 사이 없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속에 착한 딸이고 싶은 봄날이었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드러내기 힘들다는 상처 또한 봄날의 것이었다.

 

유년의 기억은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랜 기간 영향을 주곤 한다. 그림에 몰두하는 과정들은 대부분 작가 개인적인 기억과 상처의 기록이자 회상과 극복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누구보다 이해하며 화가의 길을 응원해 준 이들은 언니들이었다. 이 작가는 그 응원이 참 아프고 고마운 일이라 말한다. 그 응원으로 미대를 준비할 수 있었고,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을 할 수 있게 된 힘이 되었다. 남편 역시 일찍부터 많은 것을 기댈 수 있고 그의 작가적 삶을 존중 해오며 최고의 소울 메이트가 되어 주었다. 낯설고 상처 입은 길 위에서도 가족은 날 잊은 적이 없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렇게 동행해 온 시간은 모두에게도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제 그림 앞에 선 분들이 바다와 바람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해요. 그 마음에 남모를 시 한편 녹아 흐른다면 그렇게 봄이 다시 오지 않을까요? 그림을 대하는 분들이 봄을 느끼고 조금이나마 휠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010-7475-5852 / gyoub@naver.com / <이지수의 작은화랑> blog.naver.com/gyoub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3동 695-168 이탈빌딩 4층

수원대동양화과, 홍익대 미술대학원 동양화전공  

현) 한국미술협회,한국국제조형미술협회,별무신통,각양각색 회원

 

<개인전>

2015 2015 아트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5 제 6회 개인전 'Blue'(KOPA/COEX)

2014 제 5회 개인전 'Blue&Blue' (서진갤러리)

2014 제 4회 개인전 'Blue&Blue' (KSD문화갤러리)

2010 석사청구전 ‘피어나는 섬’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2010 제 3회 개인전 ‘생명의 시(詩)’ (AT Center)

2007 제 2회 개인전 ‘흔적’(한가람미술관)

2007 제 1회 개인전‘타래.연리지,실의 비밀,展 (구올담갤러리)

 

<그룹전>

2015.12 Seoul Art Show (COEX)

2015.11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Gallery Suppoment)

2015.06 'Art&Life Show' (AT센터)

2015.05 홍익대동문전 (아라아트센터)

2015.04 COPA2015 (COEX)

2015.04 '각양각색'전 (서진갤러리)

2015.02 '대한민국미술인전' (국회의사당)

2014 별무신통 ‘Kitchen'展 (8Street Gallery)

2013 각양각색 ‘즐거운 그림읽기’展 (한가람미술관 갤러리7)

2012 제4회 한.중 국제미술교류展 (황해예술박물관)

2011 와우정담展 (홍익대 현대미술관)

2009 ‘떨림’전 -인사갤러리

2009 대한민국청년작가초대전 (한전프라자)

2007 Sydeny International Art Show (Kara's Art Gallery)

2007 VISION2007 한국청년작가초대전 (서울메트로미술관)

2007 북경 798 아트페스티벌 (북경 798 예술구)

2006 경기아트페어'광화문의 아침'展 (정갤러리)

2004 갤러리 가이아 파리展 (가나 파리 보부르 갤러리)

2004 우수청년작가展-다양함과 정체성 (갤러리 가이아)

2001 '미술의 새로운 정신'展 (고운미술관)

1995~2001 '소'전(삼정아트스페이스)

2000 UP전(나화랑)

1999 21c대안-움직이는 힘(수원대 첨단문화센타)

1999 한국미술대전 입상 (서울시립미술관)

1998 '오늘'전(갤러리 이후)

1995 '소슬'전(관훈미술관)

1995 '묵예'전 (관훈미술관)

1993 '자연 그리고 한국화의 정신'展( 문예진흥원)

1993 서울 한국화 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1993 '우리미술 신세대의 방법'展 (갤러리 서호) 

외 그룹展 다수

 

 

▲ 작품에 몰두하는 이지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