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인 감수성과 인테리어의 조형성이 조각을 만나다
빈티지와 앤티크 오브제에 피어난 상징과 뒤덮인 은유
조각가 신범돈 작가

조각가는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가인 동시에 감정을 박제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박제는 한때 생명을 가졌던 존재를 겉보기로 유사하게 재현한 것이고, 조각은 생명을 가진 적이 없지만 누군가의 손재주로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된 사물이다. 그래서 사물의 속성으로 누군가의 상징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인테리어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신범돈 작가의 손에서 평범한 물건들이 그 시절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징들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비일상 혹은 시대 상징의 감수성을 찾아내다
한적한 동네 카페를 들러 보면, 종종 수십 년 전에는 사람들과 바쁜 일상을 살아갔을 아날로그적인 물건들을 만나게 된다. 너무 낡으면 폐기되거나 재활용되지만, 그 중 운 좋게 형태를 유지한 물건들은 앤티크라는 이름의 수집이나 인테리어 용도로 살아남는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운 좋은 앤티크 제품들이 당시의 일상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선택받는다면, 이들은 예술가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신범돈 작가의 작품에서 오브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한때는 그 시대를 대표했던 것들이거나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시대가 지나면 없어지는 것들로 작품을 만든다. 건축과 인테리어를 생업으로 삼으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종종 예술이라는 개념을 액자처럼 잘 걸려 있는 그림처럼 생각하기도 하지만 인테리어적인 성향, 실용적인 것들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조각이란 때때로 인테리어의 부속물이거나 동등한 개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신 작가의 작품에서 꽃은 일상이고, 인테리어이자, 상징이고, 조형의 결실로 선택받았다. “꽃은 장식적인 용도이기도 하고, 인생의 절정이라는 상징적 속성도 있고, 아름다운 형태를 갖고 있는데다 아날로그적인 감수성까지 충분히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신 작가는 꽃의 속성을 작품 속에 다각도로 집어넣었다. 그가 <서울국제조각페스타2015>에 출품한 작품들은 가히 꽃의 베리에이션이라 할 만하다. 아름다운 여성의 형태를 만들고 피부 대신 꽃 그림이 있는 천을 덧댄 <여자들>, 빈티지 타자기의 대명사인 클로버 타자기에 피어난 꽃들로 기계 속에서 탄생하는 정갈한 언어들을 상징한 듯한 <기억19840302>, 그리고 수동타자기인 마라톤 타자기에서 축음기처럼 소리를 상징하듯 피어난 꽃을 표현한 <기억19800302> 등에서는 꽃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의 영역을 생각해 보게 한다. 신 작가는 이렇게 오브제로 상징을 표현한 다음에는, 기법을 통해 작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고 전한다. 그래서 사물의 이중성이나 다양한 관점에 대해 표현할 때, 다소 풍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다 보니 일반 앤티크 작품에서 느껴지지 않는 정적인 기괴함이 나타날 때도 있다. 그 내밀한 비일상 요소들에 대해서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가지 사물에 대해 만드는 관점과 보는 관점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의자의 다리나 디테일은 미묘하게 실제와 다르다. 다이얼 식 빈티지 전화기의 수화기 자리를 차지한 물고기는 머리 대신 꽃을 달았고, 비늘 대신 꽃의 문양을 지녔다. 또한 전형적인 아날로그식 체중계 위에 올라가 꽃의 문양을 한 <내일>의 의자는, 의자가 지닌 사회적 상징성과 체중계의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금기를 동시에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일상에서 발상을 전환하면 그것이 바로 작품이 된다. 나의 작품은 작품을 보면서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오브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를 꿈꾸던 신 작가는 오래 전 <이레이저 헤드>라는 컬트영화를 보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감독이 나와 같은 생각을 편집 한다는 것에 놀라고 문화적 여건과 인간의 본질은 다르며 ”인간의 본질은 또 다른 인간사 공감언어다” 라고 영화작업을 지금도 꿈꾸고 있다.

신 작가는 영화제작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그런 상징과 은유가 담긴 영화중에서 작품의 단서를 얻기도 한다. <양철북>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비밀>은 사물을 오브제로 사용해서 성별과 행동의 은유를 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신 작가의 오브제가 지닌 상징성은 종종 예스런 사물에서 출발했기에 친근한 결론을 도출할 때가 많다. 신 작가는 재봉틀을 보자마자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린 순간을 이야기한다. “옛날 드라마에서는 판검사를 목표로 한 아들을 부양하는 엄마들이 언제나 재봉틀 앞에서 일하는 클리셰가 있었다. 자기만의 삶이 없고 규칙적이고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은 재봉틀과 닮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엄마>라는 이름을 붙였더니 사람들이 나의 의도를 곧바로 이해하고 공감했다.” 

이 모든 점을 조합해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신 작가의 작품들은 순수예술보다는 예술과 실용주의의 팽팽한 타협에서 나온 재미있는 구조변경을 보여준다. 그래서 평범한 소재와 독특한 디테일, 해석을 곁들이면 더욱 흥미로운 신 작가의 시공(施工)에는 앞으로도 시공(時空)을 초월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When analogue sensitivity and interior formative meet sculpture
Vintage and antique objects blooming in symbolism and metaphor
Sculptor Bumdon Shin

Finding non-daily or sensitivity of the time from daily routine
We sometimes encounter analogue objects when walking on the street or in a cafe. While most of those old objects disappear, these are lucky to survive in the name of antique for collection or interior. But if these objects are chosen as tools to represent the time by an artist, they can reborn as artistic works. Sculptor Shin says “I work with old objects. But as I earn a living in architecture and interior, I often apply architectural or interior elements to my works. I think sculpture can sometimes interpreted as part of architecture or interior.” Shin mainly uses flowers and thinks they are our daily lives, interior, symbolism and the fruits of formative arts. Shin continues “Flowers are decorative, symbol of life’s peak time, has beautiful shapes and analogue sensitivity.” The works Shin displayed at International Sculpture Festa 2014 can be seen as variations of flowers. ‘Women’ for example is a female shape with flowery clothes for skin while ‘Memory19840302’ is a vintage clover typewriter with flowers blooming as symbol of language and ‘Memory19800302’ is a marathon typewriter symbolizing the sound of a gramophone. After expressing symbolism in these various objects, Shin sometimes adds personal story to the works from various points of views such as duplicity of an object or its satirical elements. For example, Shin gives slightly unrealistic details to the legs of a chair because an object gets interpreted by how one sees it. For another example, Shin made the receiver of a dial telephone like a fish with a flower for the head and flowery patterns for the scales. ‘Tomorrow’, a flower patterned chair on an analogue weighing machine, indicates a chair’s symbolism and the machine’s taboo on exposing the weight. Shin says “If we change our ideas, we can create art works. I think my works can make people imagine something.”

Meanwhile, Shin shows a great interest in making films. After watching a cult movie ‘Eraserhead’, Shin thought the film director had the same idea and Shin realized that cultural background and the essence of a man are different matters and the latter could be a mutual language of human history. Likewise, Shin’s work ‘Secrete’ is an inspiration from the movie ‘The Tin Drum’ and Shin expressed the metaphor of sex (male and female) and actions in the work. However, no matter where the inspiration came from, Shin is an expert of using various objects. Shin reminded himself of a scene of drama when seeing a sewing machine “Many old dramas use the story of a mother supporting her son, who would be a judge or a lawyer, by working really hard on a sewing machine. She gives up her own life for her son and the machine becomes the symbol of the devoted mother. I used the machine for my object and named for ‘Mother’ with which I drew a great sympathy from the appreciators.” Shin’s works can been seen as a compromise between pure art and practicality. For this reason, you will certainly find a pleasure if you add your own interpretation to the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