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신여대 조소과 교수/한국조각가협회 부이사장 김정희 작가

3차원 예술인 조각은 일정하고도 입체적인 공간을 차지하기에, 현대 조각양식에서는 공간과 타협하는 추상적인 설치미술이 강세를 보인다. 보통 도구와 소재가 정해지면 그 형식의 틀을 유지하며 인간의 감수성을 단단한 주물로 찍어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조각가 김정희의 경우는 그 공간을 건축과 수사학 논리, 그리고 인간 감수성의 상상력에서 생물학적구조변경까지 확대해 왔다는 점에서 단순모방이 갖는 구태의연함을 벗어난 성공적인 사례이다.

수세미의 생물학적 번식을 스테인레스 스틸사로 재현한 조형미

배경 없이 피사체가 단독으로 노출되는 조각에서 공간과 구조는 작가에게 작품을 부연하고 보호하는 소중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는 지난 35년간 조각에서 공간 탐구와 피사체인 개별 조각을 감싸는 구조에 대해 고심해 왔다. 3차원의 독립된 조각적 환경을 만들 때, 기존 설치물과 배경까지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후에는 체계적으로 완성된 공간 안에서 회화성과 추상의 미를 갖춘 공간에 오브제를 결합시키게 되었다. 이런 시도는 누에고치나 H.R. 기거의 작품처럼 메인 오브제를 감싸는 유형이나 요소들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그래서 형식과 구조물의 조형성에 인간의 상상력, 감각과 감수성을 담아 보다 정신적인 부분이나 공간에 대한 해석이 작품을 관통하게 된 것이다. 금속 중에서도 스틸을 용접하는 작업으로 수공 작업의 장점이자 핸디캡인 불규칙적인 형태로부터 정해진 주제를 탐구하는 작가는, 기본적으로 컴퓨터가 해낼 수 없는 조각에서의 우연성과 손맛에 반해 소조나 그림보다 조각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작가는 최근의 시도에 대해 “공간 자체를 구조적인 것에서 생물학적인 것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한다. 공간과 구조도 인간이 만든 형식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수세미의 생태를 작품으로 복제, 변용하며 메시지를 담았다. “수세미의 다공성 구조는 가운데에 씨앗을 품고 수분을 머금으며 자신의 씨앗을 번식시키기 위한 생물학적 요구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식물의 단면에서도 구조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면, 자연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모방한 4개의 담 안의 마당을 둔 한옥 구조라든지,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운 조형미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영감을 얻어 작가는 제자들과 함께 손 작업으로 12m에 달하는 대형 수세미를 만들었다. 공간에 관한 이야기지만 불규칙함 속에 규칙적인 형태가 있다는 개념이자 어떤 공간이 구조적인 것에서 유기적인 것으로 전향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인 셈이다. 조각에도 소리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했던 작가는 빛과 조명을 철골 사이로 통과시켜 투시함으로써 수세미의 내부구조를 조각으로 재현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잉태의 속성도, 미지의 경이로움도 상상을 현실화해 각각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조각 예술가의 작가정신과 문화적 가치가 널리 인정받게 되길

<Space>시리즈로 구조적 장치와 자연과의 조화, 차원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로 관객을 설득시키는 작가는 공간과 차원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국내 조각계의 입지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이 많다. “교직에 몸담으면서 국내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나라에서 이 훌륭한 작가들의 잠재력에 제대로 평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도 에술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여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내고 한국의 정체성을 예술정신으로 대신할 수 있는 예술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는 현장에서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순수 예술작업보다 예술에서 파생된 컨설팅으로 진로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시대적 특성으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그러는 한편 작가는 작가정신을 후학들에게 늘 강조한다. “밖에서 보면 하고픈 것을 하는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예술가는 창의적인 발상 속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압박감 때문에, 뜨거운 철판 위에서 춤추는 피에로 같은 존재다.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면서 철판의 뜨거움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현직 조각가이자 행정, 교육으로 후학들을 위한 활동에 전념함으로서 조각이 갖는 예술의 창의성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힐링, 아름다움의 요소를 전하여 문화예술에서 조각의 위상을 높일 뜻을 밝혔다. 그래서 다양한 조각 작가들이 모인 조각페스타의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조각은 만지거나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3차원의 세계이기에 그 구조를 다양한 관점으로 볼 때마다 작가의 의도에서 언제나 새로움과 자부심, 예술적 시도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어느 나라든 전통 신화의 베 짜는 여신은 온건함의 상징이듯이, 용접으로 수를 놓는 예술가, 김정희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작품이든 조각계 필드에서든 인내와 대상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 영감의 원천은 앞으로도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로 뭉친 오브제가 되어 작가 역량 안의 중심을 차지할 것임이 분명하다.

Interpretation of sculpture that changes completed space structure organicallyReinterpretation of nature by biological inspiration of structural forms in space

junghee Kim, Sculpture Prof. at Sungshin Women's University / Vice Chairwoman of Korean Sculptor's Association
Reconstructing biological propagation of sponge gourd in stainless steel

Space and structure for sculptors are important means to amplify and protect their sculptures. Sculptor junghee Kim has studied about space and structure in relation to sculpture for the last 35 years. Kim regards the existing installations and backgrounds as part of her sculpture. She then created a pictorial and abstract space systematically and combined objects. This is closely related with the work 'Cocoon' or HR Giger's works in which the forms and elements of objects have a very important meaning. For this reason, Kim pours imagination, sense and sensitivity in the formativeness of her work's type and structure to emphasize spiritual and spatial interpretation. Kim studies given subjects with steel weld and irregular shapes. She was enchanted by the probability and dexterity of hand made sculpture which the computer cannot execute. Recently, she shifted from structures in space to biological theme because she realized space and structure are forms made by human. Instead, she copied the form of sponge gourd to make her new works. The porous structure in sponge gourd functions to hold water to propagate the seed. If we can find a structural side on a section of a plant, we might see the aesthetic values of hidden nature like the structure of a Korean house surrounded by four walls which is an effective imitation of nature's flow." As a result, Kim and her students hand made a 12m high sponge gourd. It tells that there are regular forms in irregularity and structural things transform into organic things in space. She also reproduced the inner part of sponge gourd as sculpture by penetrating the steel frame with light. Through this, she realized her imagination and secured each space.

Artistic spirit and cultural value should be recognized

In her 'Space' series, Kim persuades appreciators with structural device, harmony in nature and dimensional understanding. Apart from her creative ideas, Kim also gives much thought to the direction of the Korean sculpture world. She says "As a professor, I have seen many creative sculptors. It is regretful that the government cannot recognize their potential. I hope the Korean society values art more than now like those advanced countries if we are to be a cultural powerhouse. It is understandable that artists turn their career to art related consultation as a periodic trend." She also emphasizes artistic spirit to her students by saying "Artists can be seen a happy group of society who do what they want to do. But they are under greater pressure to create something new. They are like a clown on a hot iron plate. Nevertheless, they have to endure the pain if they want to create something new." Meanwhile, she served as a member of Steering Committee of Sculpture Festa and felt a sense of kinship with the fellow sculptors who always try something new. Like a goddess weaver in myth is a symbol of moderation, Kim's weaving by welding is full of patience and love to objects. And this of her source for inspiration will be the center of her capacity that contains warmness and persuasive ide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