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가치에 은유된 상징성을 담아 증명하다
“인간의 형상과 정신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 조각가 김선영 작가

가방은 여러 가지 소품 중 소유자의 취향과 사회적 포지션을 상징하는 면이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빨강가방>이라는 별명이 붙은 천안의 한 대형 조형물은 쇼핑과 놀이문화를 상징하는 명물이 되었고, 유명 S브랜드의 가방을 든다는 것은 정장 차림으로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가방의 의미에, 조각가 김선영 작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 그리고 정신과 영혼을 담는 몸의 속성을 더 추가했다. 

인간의 속성을 담은 레진 오브제, 소금의 속성을 담은 대리석을 품다
조각가 김선영 작가가 작품의 오브제를 고르고, 주된 주제를 표현하게 된 과정은 매우 서사적이고 유기적인 과정을 거친다. “나의 작품 속성은 몸을 탐구하는 것이다. 육체와 정신과 영혼을 함축하는 몸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 여느 작가가 그렇듯 자기 이야기를 담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단단한 오브제를 인간의 몸을 상징하는 도구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들기 위한 것이 아닌, 감상하기 위한 ‘가방’을 만든 이유에 대해 자신의 과거 이야기로 운을 뗀다.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대학원 졸업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방에서도 할 수 있는 작업, 그리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신문지로 작업했다. 붙이고, 조각하고, 깎고, 소조작가들에게 친숙한 재료다. 그리고 사회의 목소리를 담은 종이라는 상징성에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삽화나 글자폰트를 통해 여러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1회 개인전에서는 <보이스 프리덤:자유소리>라는 주제와 자기표현에 목마른 예술가로서의 열망이 이 소재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징성으로 가득한 이 소재는 주변에 흔하다는 이유로 내재된 속성에 대해 가볍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이 표현주의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김 작가는 단단한 재료인 돌, 나무 등으로 오브제를 옮겨가다 치과 재료로 사용되는 레진을 알게 됐다.

“2002년부터였을 것이다. 돌보다 강하고 단단하며 색을 넣을 수도 있는 독특한 소재였다. 이 재료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이면서 질감이나 다루는 방법이 평범하지 않은 재료이고, 레진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로서의 내 이미지가 정해진 느낌도 있다. 대부분 그냥 가방의 형태로 만들었는데, 가방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하면 소위 소셜 포지션이나 외관의 아름다움에 먼저 주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작품 중 명품백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에르메스 버킨백을 상징하는 작품뿐이다. 다들 왜 이 가방의 가치를 인정하거나 들고 다니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며 만들었지만, 사실 작품에 담은 가방의 속성 중에서 가장 주목하는 용도는 ‘담는’ 것이다. 돈을 담으면 탐나는 가방이 되고, 흉기를 담으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가방이 되는 것이다.” 

김 작가가 인간의 몸을 외관보다 인격을 담는 그릇으로 보고 접근했던 것처럼, 가방은 꼬리표(태그)를 달고 재료, 취급주의 방법, 생산지와 같은 정보를 달고 있으며, 무언가를 품을 수 있는 소재로서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김 작가는 지난 7월 <‘SEE, LOOK. WATCH’ 본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도 이 크고 매력적인 속성을 지닌 가방을 출품했다. ‘몸’에 천착했기에, 김 작가는 가방을 표현하면서 동양인의 피부색과 비슷하게 제작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무엇을 담았느냐이다. 김 작가는 대리석으로 ‘소금’을 표현하며 가방에 가득 담았다.

“왜 소금이냐고 묻는다면 소금이 상징하는 다양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금은 부패를 방지하거나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옛날에는 화폐로 통용되거나 접대할 때 많이 넣을수록 손님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향신료이기도 했다. 특히 음식에 넣을 때는 맛을 내는데, 그러려면 원래 자잘한 고체였던 것이 녹아 원래의 자기 성질이 없어지게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짠맛을 내어 자기 역할을 한다. 그렇게 드러내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속성을 가진 소금을 담아보았다. 담는다는 은유적인 속성을 위해 비워두도록 제작되는 것이 가방이니, 비단 소금과 가방을 표현한 것 외에도 빈 공간에는 물리적으로 담을 수 있는 것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것도 담을 수 있는 셈이다. 무엇을 담고 싶은지 그 차이점에 대한 것에서부터 조형적인 가치까지, 작가로서 담을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같은 레진을 주재료로 만든 반지에도 대리석으로 만든 소금의 이미지가 있다. 반지는 아무래도 결혼반지, 약속 같은 영원성을 의미하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김 작가의 설명을 듣다 보면 가방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에는 그것을 갖기 위한 노력과 고생도 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된다. “조각은 체력소모가 심한 작업인데, 레진작업도 적게는 50번에서 수백 번에 이르는 엄청난 샌딩과정이 필요하다. 컬러링에는 원래 액체인 레진에 색을 넣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마띠에르를 구현하고 원하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때때로 가방에 달린 꼬리표, 내용물이 가방 자체보다 더 궁금했다면, 아마도 그 상징성을 통해서 인간의 외모에 관심을 갖다 내면과 성품, 속성에 관심을 갖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김 작가가 만든 가방이 만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본다는 것’을 발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Putting metaphoric symbolism into invisible values
“The shape and spirit of man is seen for what it contains”
Sculptor Sungyoung Kim 

Resin contains human properties, marble the quality of salt
Sculptor Kim says “I’m not interested in exploring the body itself but the contents it contains; the outer man, the spirit and the soul. And I use resin and marble to express it.” One might feel curious when seeing the bag Kim made as it is for appreciation rather than carrying. “Thanks to taking care of my family as a woman, I could only possibly have my first solo exhibition in 10 years since graduate school. I started with handy materials such as newspapers. Words are printed on them and we can create various effects depending on the way we build up a form by pointing out certain illustrations or fonts.” She titled her first solo exhibition as ‘Voice – Freedom’. However, the works were criticized for expressing lack of properties of the objects and the use of common materials. Kim gave a thought to herself and set off on a journey to find new materials. She drifted from stones to trees but eventually landed on resin.

“It was around 2002. I found resin as a unique material as it is stronger and more solid than stones and I could add colors in it. I felt I finally met the thing I can express myself with. I made bags first. I wondered why most women are eager to possess a luxury bag and what values do they see and feel in it. But instead of hanging around on the question further, I focused on its primary purpose; to put things in. Then I developed my concept about the object that it would give desire when money is in it and fear when deadly weapons in it.” She put a tag, instruction of use and origin of produce on the bag. She displayed the bag with the subject <SEE, LOOK, WATCH> at the 56th Venice Biennale. But the bag this time contained salt.

“Salt for me symbolizes varieties. It prevents decomposition, purifies things and, interestingly, used for money in the past. But above all, it is widely used for food which she has to lose her form but melted. Nevertheless, it functions its primary role in the state of invisibility. It is irony that bag must be made empty in order to play its primary role of filling it up with something. But the point is that we can also fill it up with something invisible. And that can be anything. In my case, I tried to make a ring with resin but with the image of salt made of marble. This is because rings can symbolize a vow or eternity.” Kim explains the process of making a bag. “You need a physical strength to be a sculptor. Resin, for example, I have to repeat the sanding process of resin 50 times at least but sometimes it exceeds hundreds times not to mention the coloring process. But I willingly take the job to create a sculpture I want.” Kim concludes by saying “Important things are invis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