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로 표현되는 깨지지 않는 기억의 잔상 
“한 가지 색채도 수백 가지로 표현하는 유리의 변치 않는 매력을 표현한다”
조각가 김현식 작가

영화 <아메리칸 퀼트>는 네 명의 여인이 인생과 사랑의 단상들을 조각조각 꿰매고 수놓아 커다란 퀼팅 수예품을 만드는 이야기다. 그리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군상을 이루는 감동을 중세 고딕 예술가들은 색을 입힌 유리를 모아 빛으로 치환해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을 발전시켰다. 이번에 소개할 조각가 김현식 작가는 빛이 투과해 만드는 광택의 군상을 입체적 퀼팅 같은 조각으로 만들어 유리가 지닌 오묘하고 영원한 매력을 표현하고 있다. 

액체이자 고체, 투명과 반투명인 ‘유리’의 ‘색채’에 반영된 표현주의
공예와 건축양식의 주인공이던 유리가 이번에는 조각이라는 옷을 입고 돌아왔다. ‘2015 조각페스타’에 출품한 김현식 작가는 드물게 유리를 메인 조각품의 소재로 삼아 주목을 받고 있다. 금속과 유리를 같이 사용하는 것은 평면인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에도 볼 수 있지만, 김 작가의 경우는 브론즈와 유리조각들로 완전한 형상과 물성적 양감을 갖춘 작품을 만든다. 유리는 실온에서는 고체이지만 화학자들이 규정한 본래의 속성은 액체다. 그래서 빛을 투과하여 투명하게 빛날 수도, 자체의 색깔을 물들여 수많은 톤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맑은 유리도 있고, 겉면이 굴곡지거나 불투명한 유리도 있다. 김 작가는 이런 유리의 속성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유리는 공간을 빛이라는 물질로 채울 수 있는 소재이며 스테인드글라스의 황홀한 내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2015 조각페스타> 출품작에는 자연광 투과와 내부에 조명을 넣어 여러 느낌을 내도록 했다.” 또한 입체작품에서 유리의 속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작게 잘라 붙여 굴곡진 형태를 만들 수 있고, 오래 두면 색이 변질되는 안료나 페인트류와 달리 영구히 변치 않는다. 유리는 이토록 재료로서 완벽했지만 ‘예술가’의 솔직한 심성은 유리가 가진 다른 이면을 주목하게 된다. 그래서 김 작가는 20대 초반에서 30대까지 기록한 것들을 다시 찾아 읽으며,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이 있던 때 기록의 족적이 유난히 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러브스토리 시리즈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시절 그 사람’의 잔상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조각조각 깨어진 사랑의 흔적을 눈으로 읽어낸 그의 손은 작게 깨어진 유리 조각을 이어 붙여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출품작 <메모리>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금속과 유리의 콜라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이 고운 색을 입었다. 그리고 가슴에 얹은 처연한 손은 에곤 쉴레의 드로잉에 있는 손 표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조각보’를 닮은 찬연한 색상으로 한국을 표현할 것
김 작가가 유리로 만든 모자이크이자 ‘붙이는’ 퀼트를 위해 고른 색은 오팔샌드글라스다. 유리 작품에 색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김 작가는 “이성을 대하다가 이상형이 생기는 것처럼 색을 지닌 유리로 작업을 하다 보면 색색깔의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작업을 할 때, 예술가로서 거창한 생각보다는 순수한 감성, 솔직한 감정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대상에 접근한다. 그래서 사랑스럽도록 매끈한 동물의 형상처럼 만든 <바람부는 날>에도 작가의 감성이 들어있다. “유리를 매우 복잡하고 화려하게 표현했다. 여러 시간 기다렸지만 오지 않은 사람. 홀로 술 한 잔을 기울이며 발걸음을 돌린 나. 그렇게 사랑이 바람처럼 왔다가 가는 바람에 휘날리는 형상이다.” 김 작가는 작품에 대한 이해는 주관적이며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보듬으며 만들어진 것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가졌을 아픔, 행복, 추억의 한 가닥과의 겹침을 감상 포인트로 제시한다. 또한 학교를 졸업한 이래 작품을 잘 표현하기 위한 고민을 지난 십여 년 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한다. “영감을 얻을 때도 있고, 때로는 작업실에 가기 싫어질 만큼 공허할 때도 있다. 여전히 예술적 완성을 위해 자극을 받고, 그것을 추스르는 과정이라고 본다.”

김 작가는 자신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스토리를 가진 이번 러브스토리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정진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욱 대중적이고 국제적인 소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레드, 블루 계열의 유리를 용접해서 5천 개의 태극기에서 나오는 빛으로 5천 년의 빛이라는 주제를 표현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작품에서도 한국의 전통 퀼팅인 ‘조각보’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해외 전시에도 도전할 것이기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 수준도 상당히 높고, 예술적 표현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올 겨울부터 시작하면 완성에 4-5개월 소요될 것이다.” 

대중성을 겸비하고 미술 애호가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겠다는 김 작가의 눈빛에서는 자기표현의 희망과 행복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광채가 있었다. 

Unbroken memories of glass
Expressing the charm of glass that creates hundreds of colors
Sculptor Hyunsik Kim

Expressionism reflected in hundreds colors of glass
Glasses are widely used for craft works and buildings. But it can also be used for making sculptures. Sculptor Hyunsik Kim who participated in the 2015 Sculpturefesta attracted a great attention to his glass works. Kim uses bronze and broken pieces of glass to give a shape and a sense of physical volume. Glass is solid in room temperature but experts say its property is liquid. This is the reason why glass lets the lights penetrate the body to create hundreds of colors. There are many kinds of glasses from transparent, flat to curved. Kim was enchanted by this charm of glass. He said “Glass is a material which can fill up a space with lights. Stainless glass in particular is really beautiful in this respect. I actualized penetration of natural lights in my works with the support of lights in the exhibition room at the 2015 Sculpturefesta.”

The property of glass gets strengthened in 3 dimensional forms. It never changes its color and we can make various curved shapes with it. Like many people, Kim experienced joy of love and sorrow of parting in his 20s and 30s. Kim said “I made Lover Story Series and it reminds me of those times.” To create Memory as part of the series, Kim put the broken pieces of glass together with metals in memory of his unfulfilled love. He laid a hand on the chest of the sculpture inspired by drawings of Egon Schiele. 

Using Korean patchwork colors to give national identity
Sculptor Kim uses opal sand glass to create mosaic and quilt works. Kim says “Like the case of a friend gradually becoming a lover, the more I spend time with colored glass the more I become loving her.” Kim never makes works with grand ideas or thoughts but only with the heart truthful to his feelings. He explains about his work ‘Windy Day’; “I made the glass complicated and splendid in order to express my feeling when the person I was waiting didn’t turn up and I had to walk back home alone and felt love had come and gone like a wind.” Kim continues “understanding of art works depends on one’s experience and memory and therefore I rather suggest a possible point of contact where we can share the similar or same joys and sorrows through my work. I sometimes get inspirations surging in yet I sometimes get nothing that I don’t even bother going to my studio. But I think it is a positive process to pull myself together in order to better communicate with people.”

Meanwhile, Kim is planning to keep working on his Love Story Series which he thinks it expresses about himself very well and also to introduce more globally popular subjects in the near future. Kim adds “I’m going to make ‘The Lights of 5 Thousand Years’ by using 5 thousand Korean national flag made of reddish and bluish colors of glass. It might remind you of Korean patchwork but this is because I want to express my Korean identity through the work. I think the level of Korean art and artistic expressions are very high and creative enough to let the world know. If I start now I might finish it after 4 to 5 months.” Power Korea is looking forward to seeing ‘The Lights of 5 Thousand Y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