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캔버스에 사람을 보듬어 안는 꽃이 피다
“교류, 공감, 치유를 거치며 인생을 희망으로 색칠하는 법을 배웠다”
서양화가 한정희 작가

작고 투박한 꽃씨들은 언젠가 만개할 순간들을 품고 있다. 작은 꽃잎들은 한 송이 꽃을 이루고, 꽃들은 한데 모여 자연의 축복으로 받은 각각의 색을 뽐낸다. 생명과 아름다움,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기까지 껍질을 뚫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기에 종종 꽃은 사람과 동일시된다. 그래서 창작과 나눔의 삶을 화폭에 담아온 서양화가 한정희 작가는 얼어붙은 겨울 ‘해 뜨기 전 가장 어둡다는’ 여명의 순간에서 찾아낸 희망과 힐링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굳은 껍질을 벗고 꽃송이를 피운 힐링의 이름, 희망
한정희 작가는 꽃의 아름다운 외양보다는 속성을 화폭에 담아온 예술가다. 한 작가는 데생 전문가이자 스웨덴으로 건너가 서양 기법으로 동양의 화폭을 구현한 선친 고 한봉덕 선생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캔버스 안의 자연과 인물을 눈에 담으며 자랐다. 한때는 평범한 가정주부를 꿈꾸기도 했지만, 미술이라는 길이 정해지자 스웨덴, 미국, 프랑스에서 서양화를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전과 현대 미술 이론과 실기를 차근차근 닦을 수 있었던 토양에 머물면서도 예술가이기에 창작에 접근하기 위한 고민이 숙제로 남았다. “예술이라는 것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에, 단어로 말하면 쉬울지 몰라도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표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알아야 했다. 오래 거주한 스웨덴은 우리나라에서 온 입양아동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 한국말과 문화를 알려주는 봉사와 교류에 자연스레 참여했고, 남을 도와주면서 나 역시 잘 모르던 인생과 세상을 배우고 더 사람다워졌다고 생각한다. 이 에너지로 창작을 더 잘하게 되었으니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 봉사단체를 통해 흔들리며 봉우리가 꺾여 나간 꽃 같은 청소년들을 보았다. 마약과 약물에 찌든 그들은 부모의 교육열과 다른 문화권에서의 부작용으로 고통 받았고, 그들의 삶에서 연민과 공감을 찾으며 교집합을 갖게 된 한 작가는 창작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꽃의 원색을 버리고 10년 넘게 무채색으로 캔버스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노래 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색깔을 잃어버린 한 작가도 정신적 피로가 육체를 완전히 잠식해 쓰러지고 말았다. 삶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오래도록 등 뒤에서 든든하게 그림 인생을 지탱해 준 남편과 산토리니로 잠시 떠났다. 한 작가는 흰색 건물, 푸른 바다, 영롱한 원색을 머금은 꽃들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한 작가의 마음에는 평온이 찾아오고, 캔버스에는 다시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딱딱한 껍질과도 같던 시련을 직접 극복한 경험이 있었기에, 희망과 긍정, 치유의 에너지를 훨씬 진솔하게 담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2,3년에 한 번씩 피는 꽃, 2015년의 꽃은 ‘여명의 꽃’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 작가는 선친의 유지를 꾸준히 지켜 오고 있다. 본토의 서양화풍을 익히도록 이끌어낸 선친은 딸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한편 2,3년에 한 번씩은 고향에서 전시회를 열기를 바라셨다. 그리고 한 작가는 살아 온 환경이 만들어 낸 동서양의 조화, 50세의 나이로 대학원에 다시 입학할 만큼 강렬했던 배움에 대한 욕구,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삶에 임했던 순간들, 오랜 공부와 사색으로 만든 세계관을 자연물에 겸허하게 담아왔다. 그리고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43번째 개인전이자 광진교 리버뷰 8번가 갤러리에서 개최된 <여명의 꽃> 전시회에서는 작가 자신이 겪은 시련을 토대로 색감을 되찾은 과정이 꽃을 모티브로 하여 펼쳐졌다. “어느 순간 꽃을 많이 그리다 보니까 꽃이 어려움을 헤치며 존재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해내는 인간의 모습으로 보였다. 한겨울, 누구도 가꾸지 않은 땅 속에서 조금 녹은 눈의 틈을 비집고 피어난 꽃으로부터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 작가는 그런 관점으로 그려낸 그림들의 전시공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전시할 공간과 배경에 맞춰 소형작품만 전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20호의 작은 그림들을 준비해 왔다. 추운 땅에서 뚫고 올라온 꽃에 대한 경이로운 느낌, 시련도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개인적 깨달음, 그리고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기에 이곳은 이 그림들을 그릴 때의 나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통한 봉사와 전시회 수익금 사회 환원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문화의 공간인 광진교에서 그림을 소개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한 작가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 주제이기도 한 <여명의 꽃>은 사람들의 힐링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한다. 그래서 단 한 송이의 꽃보다는 함께한 사람들을 상징하듯 한 무리의 꽃들이 배경을 메우고 있다. 한 작가의 화폭에서 꽃들은 마치 시인들이 꽃에 바친 헌사들처럼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답고, 이름을 불러 주면 다가오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작은 배경 속 작은 점처럼 보이는 꽃잎들은 이내 자신의 색깔을 알리고 커다란 군집을 이루며 치유와 생명력을 속삭인다. 그렇기에 이 꽃들이 주는 밝은 치유능력에 천착한 한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화단에서 희망이라는 이름의 꽃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Flowers blooming on a small canvas embrace the viewer
“Through my paintings I want to express hope and empathy to overcome our lives’ struggles and thus provide a path way to healing and restoration”
Artist Junghi Han

Hope is the name for healing, consider the flowers springing to life after a long harsh winter.
Artist Junghi Han rather expresses the properties of a flower than its nice appearance. She grew up under the influence of her artist father Bongduk Han and became a skilled drawing artist who tried oriental elements in western painting when lived in Sweden. She once dreamed of being an ordinary housewife but turned her course to be an artist and studied art in Sweden, France and the US. Han said “The concept of art is to create new things. But creating new things is not as easy as it sounds but needs insight about things. I lived in Sweden for a long time and there were many Korean-born adoptees in Sweden. Naturally, I engaged myself in activities of promoting Korean language and culture and I learned a lot about life through them. This eventually became the source of my artistic creation.” After moving to the US, Han witnessed many young people who suffered from drugs, parents’ expectations and different culture when serving in the voluntary organization. Han was greatly empathized and started to paint flowers, symbols of troubled young souls, in white and black for the next 10 years. But her empathized passion in work made her to have a new turning point in life. With her supportive husband, Han left for Santorini. During the stay, Han was inspired by the white buildings, blue sea and bright primary colors. Recharged with peace of mind, Han started to paint colorful flowers on canvas with her energy flowing with hope, positivity and healing. 

Flowers of Dawn dedicated to the year 2015
Han entered a graduate school at the age of 50 to deepen her skills and insight while delivering her experience and her find in life onto the canvas. Meanwhile, Han’s father wanted her to hold an exhibition at least once every 2 or 3 years at her hometown. To fulfill her father’s wish, Han held her 43rd solo exhibition titled with ‘Flowers of Dawn’from 16 to 31 October 2015 at Riverview 8 Gallery and displayed her works of pain and resumed colors. Han said “Maybe because I painted flowers a lot, I started to see them as the shapes of human. I wanted to express them as the flowers blooming through the frozen earth covered in snow.” Han also mentioned about exhibition space “It is my first time to exhibit small works only to go with the gallery space and the background. All of them were sized between 53cm x 45.5cm and 72.7cm x 60.6cm and contained my message of hope and healing.” Han named the exhibition title as ‘Flowers of Dawn’ to give healing power to people. For this reason, a bunch of flowers, symbolizing a group of people, fill up the background of canvas. You might have found more beauty if you looked closer or called them in whisper so that they could come closer to you. Flowers consisted of millions of dots would deliver you a healing power and vitality. In this respect, we might expect her next exhibition with more flowers of hope and hea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