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그림이 합일(合一)되는 와유정신의 세계
자연을 통해 상실된 자아를 회복하고 사색을 추구하는 와유산수화의 작가 
김기나 작가

“와유는 사유(思惟)의 정신”
옛 선비들은 명산대천(名山大川)의 풍경을 산수화로 그려 벽에 걸어놓고 비스듬히 누워 이를 감상하는 와유(臥遊)를 즐겼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와유란 몸은 누워있으나 정신이 노니는 것이며, 정신은 마음의 영(靈)이니 영이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산수화가이자 이론가인 종병(宗炳)은 각지의 명산을 유랑하고 병든 노년에 유랑한 산수를 벽에 그리고 앉아서 이를 와유로써 즐겼다고 한다. 종병에게 있어 와유란 나이와 육체적 한계를 벗어나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정신적 해방과 자유로움이었다. 

이러한 정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화폭에 담고 있는 이가 바로 김기나 작가이다. 그는 와유를 ‘사유(思惟)정신’으로 봤다. 김기나 작가는 “원래 산수화는 만리(萬里)의 경치를 지척(咫尺)에 두고 애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며 “그림 속 무릉도원의 이상향에 대한 갈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난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지리산의 자태와 운무, 시원한 계곡, 냇가의 맑고 깨끗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의 뇌리에 아름답게 기억되어 있었다. 김 작가는 “현대인들은 바쁘고 거친 일상 속에서 심신이 모두 지쳐 있다. 이러한 이들에게 과거 우리 선조들이 그러했듯 산수화 속의 아름다운 정경을 선사하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거처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면 산수화로 인해 마음의 여유와 정신적 생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수묵산수화풍을 탈피한 현대적인 산수화 구현
조선시대 후기 김홍도와 쌍벽을 이뤘던 산수화의 대가 이인문 선생의 화풍에 영향을 받았다는 김기나 작가는 관념적인 문인 산수화풍의 전통정신에 현대적 감각을 도입한 친근하면서도 이상적인 풍경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산자락 아래  마을과 목가적인 풍경은 ‘자연에 순응하며 상생하는’ 와유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단청(丹靑)을 연상시키는 오방색(五方色)의 한지와 수묵채색을 혼용함으로써 전통 수묵산수화풍을 탈피해 현대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이러한 현대적인 산수화는 옛 사람들의 산수 유람과는 다른 현대의 유람을 상징하고 있다. 김 작가는 “산수화도 현대적인 감각과 관점이 필요하다. 전통 산수화의 경직성과 고루함에서 탈피한 발상과 표현법을 천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수묵산수화에서 필묵법에 의한 준법을 통해 표현했던 산과 골짜기, 바위 등의 형세를 그는 색한지만의 단순화한 반추상으로 구현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확립해나가고 있다. 한지의 배색이 주는 한국적인 색채감과 생동감은 전통적 수묵의 번짐과 깊이감에서 오는 차분함과 대조되어 색다른 느낌과 신선함을 준다. 지난 8월 인사동에서 열린 김기나 작가의 「와유 산수화」전에서 젊은 세대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표현방식이 현대적인 감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작품존재의 의미는 관람객에서 찾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지난 9월 “2015 한국미술 새바람展의 기획초대로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네 차례의 개인전과 100여회의 단체전, 초대전에 참여하였다. 또한 현대적인 와유산수화를 통하여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김 작가의 소통방식이 주목을 받아 최근 10월8(목)~11(일), HongKong에서 펼친 2015 Asia Contemporary Art Show에서 개인기획전을 가졌다. (사)한국미술교육학회 이사이자 전북 군산시 선유도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술이론에도 해박한 그는 공주교육대, 공주대, 전주대 대학원 등에서 한국미술사, 동양화론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중국 상해, 싱가포르 등 해외 전시와 서울, 전주 등지에서의 전시 계획을 갖고 있는 김기나 작가는 새로운 산수화풍을 위한 조형적 실험을 지속하겠다고 피력했다. 그가 그려나갈 현대적이고 독특한 산수화가 아름다운 한국미를 담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될 날을 기다린다.

The world of 'wayu spirit' where reality and painting become one
Wayu landscape painter who makes us recover inner-self through nature
Artist Kina Kim

"Wayu is a spirit of reasoning"
Confucian scholars appreciated landscape paintings by 'lying on their back (wayu)'. One of representative scholars in late Joseon Dynasty Ik Lee said "Wayu means that the body is lying back while the spirit is appreciating and the spirit comes from heart and we can reach everywhere with it." 

A landscape painter and theorist in the Period of North and South Dynasties of China Byeong Jeong is known to travel the celebrated mountains throughout his life and appreciated landscape paintings he drew on the wall of his room by lying back in his late years. Wayu for Jeong was a spiritual liberation that can contemplate the world over one's physical limitation. In the same context, rising in the Korean art world is Kina Kim who has reinterpreted wayu in modern terms. Kim sees wayu as a spirit of reasoning. He said "People draw landscape paintings so that they can appreciate them in their own quarters as the paradise in the painting fills their desire for a perfect world." 

Kim was born in Namwon and grew up by watching cloud and mist, valleys and brooks of Jirisan Mountain. Kim said "Modern people lead a busy and tired life. If they learn to appreciate landscape paintings, they will ease the pressure and liven up their spirit like our ancestors did."

Actualizing modern landscape paintings over conventional ink-and-wash paintings
Kim was inspired by the style of Inmoon Lee who was as famous as Hongdo Kim in late Joseon Dynasty. But instead of traditional ink-and-wash paintings, Kim actualized modern landscape paintings based on the traditional elements. Especially, the village at the foot of a mountain and a pastoral scenery in his paintings shows 'wayu spirit' of coexistence. Kim uses the Korean five colors (blue, red, yellow, white, black) and Korean ink and color painting to create modern atmosphere in his works. Kim said "Landscape paintings need modern sense and angle. We need new idea and expression rather than continue the rigidity and outdatedness of traditional paintings."

Kim realized his unique style through simple semiabstraction instead of keeping traditional brush of mountains, valleys and rocks. The color effects and vividness of Korean paper against the spreads and depth of traditional landscape paintings in ink gives us freshness. Kim attracted a great attention especially from young people at his solo exhibition 'Wayu Landscape Paintings' held at Insa-dong last August. Kim thinks that the meaning of art works should be found from the audience and for this reason, he has held 4 solo exhibitions and participated in over 100 group and invitation exhibitions including '2015 Korean Art New Wind Exhibition' at KEPCO Arts Center Seoul in September and '2015 Asia Contemporary Art Show' in Hong Kong in October. Currently, Kim is serving as a board director of Korea Art Education Association and vice-principal of Seonyudo Middle School. Kim also gave lectures on art history of Korea and oriental paintings at Kongj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Kongju National University and Graduate School at Jeonju University. Meanwhile, Kim is planning to hold an exhibition in Seoul, Jeonju, Shanghai and Singap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