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도자조형작가
내면세계 탐구하며 조화를 이루는 ‘관계의 미학’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꼽히는 도자기는 은은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품격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파되어 현재까지 계승․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형식의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한편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도자예술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도자기에 작가적 표현을 더한 도자조형이 있다. ‘달-그리움’, ‘소년’ 등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이기정 도자조형작가는 내면세계에 대한 치밀한 탐구를 통해 작품을 만들고 타인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낸 국내 대표 도자조형작가다.

흙의 매력에 빠져 ‘관계의 미학’으로 도자예술의 새로운 지평 열다
도자기의 고장 여주시 출신인 이기정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중학교 2학년 때는 툇마루 기둥을 뽑아 조각을 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미술에 대한 열정이 불타는 아이였다. 어려운 가정생활로 종이를 구하기 어려워 한 번 그린 종이에 반복해서 종이가 찢어질 때까지 그렸고, 그의 어머님이 시집올 때 가져온 삼베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 작가가 처음 선택한 것은 서양화 화가의 길이었다. 안양에서 몇 년 간 화실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도시생활을 계속해 오던 이 작가는 빈틈없는 도시의 일상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무렵, 도자 일을 하는 고향 친구를 만나러 여주에 들렀다가 우연한 기회에 ‘나도 이 친구처럼 흙으로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속적으로 흙이라는 재료와 인연을 맺어왔던 것 같습니다. 무형의 재료에서 절제된 형태의 도자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요. 도자의 창작 과정 자체가 만드는 사람의 정신을 담아내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작가에게 있어 작풍을 바꾸는 것도 대단한 모험일 텐데, 다루는 소재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결심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흙의 매력에 빠져 화가에서 도자조형작가로 변신한 이 작가는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고찰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미학’을 그의 작품에 담아내며 이제껏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자조형문화의 지평을 열고 있다.

창작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독창적 작품세계
“내면세계와 외부 환경의 조화를 담는 것이 예술”
우리나라에서 도자조형을 하는 작가들 중 이 작가처럼 큰 규모의 작품을 내놓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이 작가의 작품이 독창성을 가진 이유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마다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창작의 과정에서 쌓였던 생각과 감정, 환경의 영향을 덧붙이는, 한마디로 창작의 과정까지도 작품 안에 담아내는 ‘시간성’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도자조형이라는 형식의 특이점은 오로지 한 점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작업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작업에만 4~5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원하는 질감과 색을 얻기 위해서는 서너 번씩 재벌을 거치며 작품을 단련해야 한다. 그 과정은 말 그대로 자신을 몰입하는 과정이다.
“설사 아무도 봐주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작품은 곧 나 자신입니다. 내면적 세계를 얼마나 잘 끌어내 표현할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고, 작품의 회화성이라는 것은 결국 주변의 모든 여건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내면적 가치를 표출해내기 위해 이 작가는 매일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그 역시 모든 예술가들이 경계하는 ‘작가의 장벽(Writer's block)’을 종종 겪기도 하지만, 그 어렵고 고된 작업 속에서도 이따금 강가나 바닷가에 나가서 마음을 치유하고 돌아오면 금방 다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작품마다 원하는 색상을 내기 위해 불의 종류와 온도, 유약 등 여러 요소들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다른 종류의 흙을 섞어서 독특한 색을 표현하기도 하고, 흙에 다시 청동을 입히거나 불과 온도, 유약의 조절로 다양한 색을 내는 등 여러 여건들을 조합하여 작품을 만들어낸다.

관객과 소통하며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이 작가의 작품은 같은 표현방식 안에서도 보는 이에 따라 각각 다른 심상을 전달한다. 이 작가는 평소 “작품이 나의 내면이 되었을 때 관객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적 감각에만 치중한 작품은 단지 한 형태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받아들이는 방식을 존중하는 한편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전시회 때 항상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작품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작가와 관객, 관객과 작품이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창작자로서의 의도와 의미를 책자나 강연 등의 과정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그들과 직접 만나 호흡을 같이 하며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작가들이 직접 전시회에 나가 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람객들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시회에 구비된 책자 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역시 작가의 의도를 100%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반드시 제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곳에 직접 나가서 관람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것이 제 작품에 대한 일종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이 길이 항상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 작가의 모습을 보면, 그는 정말로 예술을 위해 태어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작가는 11월 개인전을 갖고 새로운 조형작품과 평면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열정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기정 작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Ceramist Kijung Lee
The aesthetic of relations that harmonizes while searching for inner world
True art is to communicate with audience
Opening a new prospect of ceramic art through aesthetic of relations
Born in the home of ceramic Yeoju City, Kijung Lee had an interest in art when he was a boy and it is said that he carved a work with the pillar of wooden porch when he was a second year student in the middle school. Because of his family's financial difficulty, he had to draw again and again in a paper until it was torn apart and he even drew on the hemp cloth his mother brought with her when marrying his father. Lee actually chose to be a western painting artist at frist. He ran an atelier in Anyang City for a few years but he was fed up with city life. Around that time, he visited his hometown to meet an old friend and was inspired by the friend's works made of clay. Lee said "looking back, I was constantly surrounded by clay. I thought how beautiful it was to make restrained form of ceramics from intangible materials. I think the process of making ceramics itself is a process of pouring one's spirit." Changing one's style can be a big challenge but changing material itself can be even more so. But Lee fell in love with the charm of clay and he poured aesthetic of relations, derived from a meditation on human spirit and relationships, into his works and is opening a new prospect of ceramic art. 

Unique art world that depicts the process of creation
Art is to express harmony between one's inner world and external environment
Not many Korean ceramic artists produce large scale works like Lee. The reason Lee's works have a uniqueness is because each work has its own style and feel. His art works contain Lee's thought, emotion and the effect of environment happening during the process of creation and it can be called as 'art of temporality'. Making ceramic means one can only produce one at a time and the artist has to pour everything he/she has. One work usually take 4 to 5 months and numerous coloring is required in order to gain a good texture and a hue. The process literally is a process of self-immersion. Lee said "even if nobody recognizes my works, they are still myself. Expressing one's inner world is most important and then the harmonizing it with external environment should be followed to make a good work." Everyday, Lee thinks really hard to express the value of his inner world. Like many other artists, he often experiences 'Writer's block' but, he can heal himself by going out to see a river or the sea. Lee makes many mistakes in order to find a compromise between the elements such as the kind and temperature of fire and enamel so that he can get desired color. He sometimes expresses with unique color by mixing up different clay and sometimes create various colors by dressing bronze on the clay and adjusting the temperature of fire and the amount of enamel. 

Seeing in the audience's point of view
The works of Lee give different appreciation according to each audience. Lee thinks a work can communicate with audience when it has the artist's inner world and the works that are focused on aesthetic sense are nothing but a shape. For this reason, Lee respects audience's point of view and try hard to communicate with them. Whenever he holds an exhibition, Lee keeps the exhibition hall till the end and has a time to talk with the audience because he wants to deliver his meaning and purpose directly to the audience rather than by a brochure or a lecture. Lee said "not many artists are present in the exhibition hall. This can make the audience find the artists intension through the brochure but it cannot contain 100% of the artists intention. This is the reason why I want to be present in the exhibition hall most of the time to communicate with them and I think it is a kind of my duty to do it for both my works and the audience." Lee said he never regrets for being an artist even though he has been through many turns and twists, and for this reason, it seems that Lee was born to be an artist. Meanwhile, Lee is planning to hold a solo exhibition in November and will introduce his formative works and plain works. Power Korea gives a bid hand to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