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꽃을 보았지만 아무도 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9월 25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 홀에서는 중견작가 허희재 화가의 '2014 KIAF' 작품전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서양화에서는 다소 평범한 소재인 꽃을 모티프로 삼고 있는데, 작가는 끈질기게 꽃의 아름다움에 침잠해 들어 이윽고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을 화폭에 그대로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앞서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꽃을 부분 클로즈업한다는 것은 꽃 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꽃 속을 들여다보면 꽃의 몸이 보이고 살이 보이고 암술이 보이고 수술이 보이고 성기가 보인다. 꽃은 식물이다"고 말하며 "작가는 꽃을 통해 생명력과 욕망을 나타냈다"고 평론한 바 있다.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 오며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들을 탐구해 온 허희재 작가를 만나 그녀의 그림 인생 그 35년을 전해 듣는다.
낯설게 하기를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허희재 작가는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총 9차례의 개인전과 130회 이상의 초대 및 단체전을 치러낸 대한민국 대표 중견작가이다. 그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비롯해 목우회전, 여성미술대전, 환경미술대전, 금강미술대전, 형상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등에서 무려 40여회가 넘는 수상경력을 자랑하며, 2013년에는 올해의 작가상에 영광스러운 이름 석 자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 그녀는 한국미술협회 회원, 환경미술협회 회원, 대전구상작가 협회 회원, 대전국제미술 교류협회 회원, 그린아우라 회원, 안견기념사업회 회원, 아시아 미술가 협회 회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2014 하늘 동네 벽화 그리기 대회’의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됐다. 또한 금강일보에 칼럼을 연재하여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미술 전반의 상식을 전달하고 있다. “사람들은 꽃을 감상하면서 겉만 보고 그 안은 보려고 하지 않아요. 내적으로 더 들어다보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오묘함과 신성함을 느낄 수 있고, 생식기로서의 꽃의 역할도 알 수 가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작가라면 응당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본 것들을 확장하여 예술적 화두로 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로 추상화 같은 구상 작업에 몰두해 왔던 작가가 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어느덧 8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자신만의 심미안으로 꽃을 화폭에 담는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익히 정물화 속에 꽃을 감상하며 편안한 심리적 안정감과 미적 탐구의 만족감을 충족하기 마련이지만 그녀가 그려내는 꽃들은 오히려 감상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이른바 ‘낯설게 하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감상자의 이목을 압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낯설게 하기’를 완성하는 첫 번째 기법은 클로즈업이다. 작가는 자신이 들여다보는 렌즈를 과감하게 클로즈업하여 관찰함으로써 꽃의 미묘한 형상을 잡아내고, 그 미묘함 속에서 단편적인 꽃의 아름다움 그 이상의 차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낯설게 하기’의 두 번째 기법은 색의 변주에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꽃의 색감을 이질적으로 대체함으로써 감상자의 시선을 다시 한 번 환기 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연꽃은 청색이 아니지만 이지만 작가의 손에선 파랑색으로 칠해지기도 하죠. 배경을 검은 색으로 한 것 역시 자궁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인데, 결국 모든 소재는 제 손과 저만의 감성에 의해 다시 새로운 생명을 얻어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생식기를 형태적으로 표현하여 태초의 신비를 구현하다
허희재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사뭇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꽃잎 하나하나는 금방이라도 찢어져 버릴 듯이 한없이 얇고 투명하지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꽃의 전체는 너무도 강렬하고 묵직하다. 여백이 없는 꽃의 존재감은 너무도 남성적이지만, 그 형상은 너무도 육감적이고 풍만한 여성의 맨 몸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또한 여과 없이 들어난 꽃의 생식기는 온전히 식물의 것이자 동시에 동물의 것이고,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극단적으로 우주적이다. “여성으로서 여성성을 많이 담아내기 위해 꽃을 선택하게 됐죠. 하지만 제 작품 속에서 꽃은 식물이지만 식물에 한정되지 않고 동식물의 교차를 넘어서는 존재로 환경과 공간의 표현을 꽃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제 의도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꽃의 이미지를 빌려 여성의 몸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고 여성의 몸은 생명 잉태의 비밀을 밝히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푸른 색 역시 태초의 신비를 나타내기 위해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가는 꽃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추가하기도 하고 누락시키기도 하며 자신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몰입한 듯하다. “그림은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끝없이 자기 내면에 대해 성찰하게 되고, 누구도 보지 못한 세계의 이면에 대해 탐구하게 되거든요. 앞으로도 모든 소재에 대한 호기심이 끊임없기를 바라며 그저 묵묵히 작업에 임하려 합니다.”
기자를 따뜻하게 맞아준 그녀의 작업실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작품을 만들자', '후대에 남는 작품을 만들자', '잃을 것 없는 것처럼 작품을 하자', '과감하게 하고 싶은 것, 눈치 없는 그림을 그리자'라는 네 줄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림을 향한 그녀의 식지 않는 열정과 예술을 향한 그녀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그는 남들과 다른 것을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예술적 상상을 한없이 풍요롭게 하고, 부와 명예를 염두하지 않고 예술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이 자꾸 궁금해지는 작가다.
허희재 작가는 다가오는 12월 대전국제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며, 몽골에서 여성작가 5명과 함께 할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Artist Heejae Huh.
Everybody looked at the flower but nobody saw the flower.
A veteran artist Heejae Huh's '2014 KIAF Exhibition' was successfully held at COEX Hall, Seoul for 5 days from 25 September. The motif of the works were about a flower which is a rather common subject in western painting but Huh tenaciously absorbed herself into it and successfully animated the mystique of the birth of life on the canvas. An art critic Chungwhan Go once has said "taking a close-up of a flower means to see the inner side of the flower and we can see the body, flesh, pistil, stamen, and genitals of the flower. A flower is a plant. Huh expressed vitality and desire through a flower." The Korea's top bilingual magazine Power Korea has met Huh, who has been passionately leading her career by continuously studying new subjects, and heard about the 35 years of her artistic life.
Maximizing the inner beauty through defamiliarization.
Huh majored in paintings at Sejong University's General Graduate School, and has held 9 solo exhibitions and more than 130 invitation or group exhibitions at home and abroad. Huh boasts her more than 40 colorful award winning careers from various art competitions including Korea Art Show, Mokuhae Art Show, Environmental Art Show, Kumgang Art Show, Figurative Art Show, Danwon Art Show, and Daejeon Art Show. She also put her honorable name on the Korea Artist Prize 2013. She is a member of Korea Fine Arts Association, Korea Environmental Art Organization, Daejeon Figurative Artist's Association, Daejeon International Art Exchange Association, Green Aura, Angeon Memorial Foundation, and Asia Artists Association. This year, she was appointed as a judge for '2014 Sky Village Wall Painting Show'. She is also serializing a column on Gumgang Daily to provide common sense in art for normal people.
Huh said "people tend not to see the inner side when seeing a flower. If they try, they can feel its profundity and sanctity, and can understand a flower as a genital. That is why it is artists' job to show the inner things which most people can not see." Huh used to focus on figurative works such as abstract painting but has been painting flowers for 8 years since then. But her experiment to express a flower, with her esthetic sense, on canvas has not yet finished. We feel a psychological stability and a satisfaction on our esthetic exploration when appreciating still-lifes, but Huh's flowers give the appreciators an embarrassment and a discomfort. Huh overwhelmingly attracts the appreciators' attention by deliberately using 'defamiliarization'. The first technique of defamiliarization is a close-up. Huh catches the delicate forms of a flower by a close-up and lead us in that delicateness to a level more than the beauty of a flower itself. The second technique is on the variation of colors. The normal color of a flower becomes disparate in order to refresh the appreciators's eyes. Huh said "a lotus flower is not blue but it can be so by the hand of an artist. The black background means a rebirth from a womb and eventually, every subject matters gain a new life by my hand and sensibility."
Realizing the mystery of the beginning by expressing a genital as a form.
If we see the works of Huh, we can find dual-aspect. Each petal is so thin and transparent as if it will get torn at any moment, but the whole flower that fills the canvas is so intense and heavy. The presence of the flower on the canvas is masculine but its form is sensual and buxom like the naked body of a woman. And the candidly exposed genital is both plant's and animal's in its entirety, and its symbol is immensely humane and extremely universal. Huh said "I chose a flower to express femininity. But the flower is not only a plant in my work but also an existence which crosses over the intersection between a plant and an animal. And this reflects my intension to express an environment and a space through a flower."
Huh uses a flower as a metaphor for a woman's body and the body is being used as a tool for revealing the secrets of carrying a new life. The frequent use of blue fills the canvas to express the mystery of the beginning. It seems that Huh sometimes adds a flower's natural shape and sometimes omits it to deliver her theme more clearly. Huh said "painting is a desire to fill the shortage. Because the desire makes me endlessly introspect my inner-self and study about the other side of the world which nobody has seen. I hope my curiosity on all subject matters are endless and I will carry on working."
4 phrases are hanging on the wall in her studio; 'let's create a work that cannot be bought', 'let's create an immortal work', 'let's work as if I have nothing to lose', and 'let's paint what I want to paint'. These phrases made me that I could feel her burning passion for art and her truthfulness.
She does her unique things, is not afraid of failure, is constantly challenging for something new, enriches her artistic imagination, and shows the power of art regardless wealth and fame, and this makes her works even more curious.
Huh is expected to participate in Daejeon International Art Fair in December, and is preparing to have an invitation exhibition with 5 Mongolian artists.
진경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