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곳에서 감동인물 찾기 프로젝트’

장애인도 일할 권리 있다. 평생을 음지에서 그들 위한 활동 펼쳐

정덕환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에덴복지재단 이사장

복지에 대한 개념이 확산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장애인 관련 법안이 속속 나오고, 그 필요성에 대해선 다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YES'를 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크게 만족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바로 직접 장애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의 불편함을 눈으로 보고 관련 법안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무슨 일이든 관련 지식이 충분해야 하며, 장애 역시 경험이기 때문에 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과연 장애인들이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며, 그들을 위한 가장 시급한 정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조금 난해한 질문일 수 있다. 그래서 정덕환 회장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연습 중 부상으로 전신마비 판정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아

지금은 휠체어에 앉아 장애인 일자리 창출 이루는데 모든 것 걸어

정덕환 회장은 이미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전문가로 통한다. 세평 남짓의 조그만 단칸방에서 시작된 구멍가게를 1만 3천m²의 사회적 기업으로 우뚝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꿈 많은 국가대표 유도선수 시절 연습 중 불의의 사고로 경추 4, 5번의 골절로 인한 1급 전신마비 중증장애인이 됐다. 

선천적 장애가 아닌 후천적 장애였기 때문에 충격과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하지 않던 때라 그의 걱정은 더욱 심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이 곳 저 곳을 돌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것이 그 세평 남짓의 이화식품이다. 구멍가게에선 매달 작지만 값진 땀의 성과가 생기기 시작했고, 차곡차곡 모인 500여만원의 돈은 현재 에덴복지재단의 전신인 에덴복지원을 설립하는 자금으로 사용됐다. 이름은 그럴 듯 했지만 일하는 사람은 중증장애인 5명이 전부. 하지만 그 안에선 “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8년 파주로 이전한 에덴복지원은 점점 그 규모가 커지면서 에덴복지재단으로 명칭이 바뀌고, 2009년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을 받으며,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으로 자리하게 된다. 

2011년 4월엔 그의 호를 딴 다수고용사업장 ‘형원’이 개원을 하기도 했는데, 장애인 100명 이상을 고용, 이 중 60명 이상은 중증장애인이어야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친환경세제, LED사업 등 기존 장애인 시설에서 만들던 제품과는 수준이 다른 기술적 제품을 다뤄, 정 회장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에덴에서 이룬 희망, 이젠 대한민국을 무대로 희망의 불 밝힐 것

“직업재활이야말로 진정한 재활의 꽃입니다.” 정덕환 회장은 과거 이화식품부터 지금의 에덴복지재단과 형원을 태어나게 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복지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직업재활이 돼야함에 변함이 없었다. 

그저 나라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몇 푼의 돈을 주고, 일반 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혜택을 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그는 장애인들에게 진정한 삶을 주려면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즉, “일(1)이 없으면(0) 삶(3)도 없다(0)”라는 뜻으로 만든 1030 운동이 그의 신념을 대변하듯, 받기만하는 복지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 못한다며, 그들이 직접 일을 해 만든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을 수 있어야, 그들 스스로도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며,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뜻을 이제 자신이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든 장애인을 위해 펼치고 싶다는 정덕환 회장. 그의 능력은 이미 검증을 받아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장, 장애인복지대책위원회 위원,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촉진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직책을 수행함은 물론, 정부(보건복지부)와 함께 ‘2012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생산기반 확충의 해’를 선포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3월 16일에는 한직협 제4대 협회장의 주요 공약사항 및 ‘1030 비전’중 우선적으로 현안해결이 필요한 주요사안들에 대한 비전다짐과 함께 비전다짐실천대회를 진행함으로써 중증장애인에게 사회참여와 통합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뜻을 준비 중에 있다.

국가재정의 최소화! 장애인 정체성 확립! 국가 경쟁력 상승!

이 모든 것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때 가능해진다

본인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어려운지, 왜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그는 좀 더 넓은 활동이 가능한 자리에 올라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만들어 내고 싶은 뜻을 품고 있다. 

현재 국내 인구의 10%인 480만명의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까지 합하면 1,000만 달한다. 이 인원에 대한 일방적인 복지보다는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일자리를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복지정책이라고 정 회장은 강조했다. 또, 국가에서 장애인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과 직업훈련 및 직업재활 등의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국가재정을 줄이면서 장애인을 위한 최상의 복지정책 구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렇듯 정 회장은 장애인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는 정확이 알고, 지금까지 그 뜻을 굽힘없이 실천해 온 인물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숨은 곳에서 감동인물 찾기 프로젝트’가 바로 정덕환 회장과 같은 인물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 대한적십자사 서영훈 총재는 정덕환 회장을 두고 “음지의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들과의 소통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갔던 배짱과 능력을 이제 만인을 위해 사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그의 폭넓은 활동을 권유했지만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만들기 전까진 그저 에덴복지재단에 충실하겠다며 극구 사양해 왔다며, 더 이상 지켜만 보는 것은 국가적인 인력 낭비라며, 장애인을 위한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그 법을 구현하는데 정덕환 회장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뛰어난 장애인? NO! 그들을 위한 가슴이 뜨거울 뿐!

주변에선 정덕환 회장을 그저 장애인 중 대단한 사람으로 본다. 하지만 그는 대단한 장애인이 아닌 일을 가진 성실한 노동자다. 후천적 장애를 일로 극복했고, 그 즐거움을 많은 장애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 노력이 장애를 경험하지 않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움직이고 있다. 공감은 같은 경험에서 비롯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정덕환 회장은 지금까지 일군 결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