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이숙일 작가/ 박물관 휴르 이사장

수행 중심의 대승불교와 토속적인 동양4국의 다문화 성향이 깃든 소승불교는 성문4과의 과정으로 출가와 깨달음, 열반의 경지로 탐욕을 버리는 나한 존자들의 가르침을 따른다. 석가여래의 요청에 따라 열반에 들지 않고 사람들의 수행을 도운 나한들은 석가여래의 직계제자 18인과 그들을 따른 500인 고승대덕 무리들로, 이들의 자취는 조선시대 이후로 500여 나한의 형상으로 봉인되었다. 화가 이숙일 작가는 이 강렬한 오백나한을 3년에 걸쳐 서양화로 표현해, 수행으로 불교 법도를 수호하며 미륵불의 재림을 기다리는 나한의 형상을 탱화로 표현하는 관례를 깨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거조암의 518인의 나한, 서양화의 색채로 첫 단장을 하고 국립민속박물관으로 향하다

불도에서 성문들이 깨닫는 네 단계인 수다원과(須陀洹果), 사다함과(斯陀含果), 아나함과(阿那含果), 아라한과(阿羅漢果) 중 마지막 단계인 아라한은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색계와 무색계의 경지에서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에 올 부처를 기다리며 중생들의 수행을 돕는 나한 존자들의 존재는, 출가가 미덕인 동북아 및 티벳 소승불교의 기반이다. 그리고 통일신라시대부터는 나한신앙으로 숭배하는 종교의 양상으로 발전하여, 17세기 이후로는 우리나라에도 나한상과 나한도가 봉인되어 모셔졌다. 이러한 나한상 중 국내 3대 나한으로 꼽히는 경북 영천시 은해사 거조암의 오백나한전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서양화 기법의 탱화로 표현한 화가 이숙일 작가에게, 삶의 고단함과 후두암 투병을 견뎌낼 수 있게 한 나한의 의미는 각별하다. ‘화심춘심전’ ‘삶속에 나툰 부처 나한전’을 열어 불교의 교리를 작품 속에서 표현하고 있는 이 작가는, 마치 수행 중인 불자와 같이 마음을 정결히 하고 붓을 잡으며 영적으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을 때 그림이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이 작가는 어디든 모든 곳에 깃들어 있는 것이 부처 나한이기에 그림도 수행이라고 생각하니 부처 나한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원래 탱화를 그리지 않았던 이 작가는 1996년 경 국보 제 14호인 영산전에 모셔진 거조암의 ‘삼보’라 불리는 오백나한상을 보고 10대 때부터 꾸준히 그려 온 그림의 목표를 강렬하게 깨달았으며, 이후 3년 간 거조암에 가지 않고 지하의 작업실에서 다채로운 나한을 그림으로 재현한다. 이 작가는 당시 현실 그대로가 아니라 참선으로 얻은 물아일체의 경지로 마음 속 나한을 표현하기를 원했는데, 서양의 물감으로 옷과 표정을 얻은 이 나한들의 본체들은 실제로도 이 작가의 생각처럼 2000년 대 들어와 개체불사로 채색단장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느 하나도 같은 표정과 생김새가 아닌 채색을 입힌 나한들은 3년에 걸쳐 518점이라는 다작으로 완성되었고, 미묘한 합일을 이루어 작품으로 승화한 이 작가의 깨달음은 이후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되며 그 사연이 앞으로도 널리 전해지게 되었다. 

20년 간 팔공산을 벗 삼아 ‘나는 나’를 되뇌며 부처가 된 내면의 정결한 힘을 담다

이 작가는 국립민속박물관과의 인연으로 이어진 518점의 나한 연작에 대해, 붓을 잡은 손에 석가여래가 깃든 듯, 단 한 장을 그리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하루에 3장을 그리기도 하는 신묘한 경지 속에서 모든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투병 중에 불교에 귀의해, 심자한 선생으로부터 참선과 수행을 배웠다. 이 작가의 나한부처는 법당이 아닌 마음속에 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 곧 부처가 될 존재이기에 ‘그림과 나는, 그림이 나고 내가 그림이다’를 읊으며 작가는 20년 간 팔공산에 살면서 작품으로 순수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서양예술로 비유하자면 고흐와 고갱의 중간 정도이며, 누드와 크로키화로도 인물화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 작가는 가족을 떠나 호젓한 곳에서 출가 아닌 출가 생활을 하고 있다. 천재적인 기인 화가들이 캔버스 앞에 앉을 때 그러하듯, 이 작가는 참선 후에는 물욕에서 자유로우며 그림을 그릴 때면 허기도, 번뇌도, 고통도 느끼지 않는 청정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 작가는 16나한을 비롯해 지난 20년 간 나한 시리즈는 꾸준히 계속하고 있으며, 프랑스 루브르에서 서울 인사동까지 속세의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는 나한의 경지를 두루 전해 왔다. 이 작가에 따르면 부처의 빈자리에는 맨 처음 10제자가 들어갔으며, 깨달음을 얻는 누구라도 부처가 된다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즉, 미사여구나 수식 없이 간결한 수행을 계속하며, 함께 하는 누군가와 어디서든 간에 부처를 경험하고, 속세에서 부처의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운명처럼 찾아와 삶의 일부가 된 나한처럼, 이 작가는 문화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딸 여송하 관장과 함께 대구 수성구에 휴르 박물관을 열어, 관세음보살을 칭하는 ‘관(觀)’의 새, 휴르새라 불리는 진귀한 부엉이를 소재로 한 예술품 1천여 점을 개방하고 있다. 욕심 없이 방대한 작업을 해 내는 이 작가에게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작은 욕심이 있다면, 젊었을 시절 그렸던 그림을 떠올리며 새로운 그림들을 그려 내는 것이다. 1996년 경 이 작가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빈진두로파라타, 갈낙가벌차를 비롯한 500여 명의 나한존자들처럼, 부처와 합일되어 마음을 비우고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교감하는 이 작가의 새로운 그림들 역시 누군가의 가슴 속에 크나큰 영감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 믿는다.

▲ 10호

“Delivering 518 works of Budda onto canvas!”
Lee Sook-il, artist and Head Director of Museum Hyur

Lee Sook-il, Head Director of Museum Hyur, is the artist who painted the 500 Buddha statues at Eunhae Temple in Yeongcheon City (National Treasure No.14) in the western style painting for the first time in Korea. The work is meaningful for Lee who overcame her fight against the laryngeal cancer: she expressed the teachings of Buddha through the work. Lee says that a work is complete when the artist clears one’s mind before grabbing the brush and being into the state of spiritual enlightenment. “Buddha is everywhere in everything. Painting for me is a spiritual training on which I understand the teachings of Buddha” says Lee. She saw the 500 Buddha statues at Eunhae Temple when she was a teen girl and brewed her plan to deliver them onto canvas one day. But she didn’t want to express the statues as they are. Rather, she wished to express the results of her spiritual training gained through meditation. It was 2000, when she clothed the work with western color and expression with each statue evoking different face and shape. During the 3 years of period, Lee created 518 paintings of Buddha and Lee’s enlightenment is housed at the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Lee became a Buddhist during the fight against the cancer. She learned meditation from her teacher Sim Ja-han. Lee explains that her Buddha is at her heart not at the temple. She often cites “Picture is me and me is picture”, the result of living and training herself for 20 years on Palgong Mountain. Lee says that she feels no hunger, trouble or pain when painting the Buddha series which she has carried on for the last 20 years. She delivered her realization expressed in the works from Insa-dong to The Louvre in Paris. She says that everybody can be a Buddha who is consistent in training oneself. In an effort to make contribution to the society with her talent in art, Lee and her daughter Yeo Song-ha opened Museum Hyur where 1,000 works of art themed on owl called ‘hyur’ symbolizing the Buddha are being open to the public. Lee is the head director and Yeo is the curator of the museum. If you are a lover of art, you are highly encouraged to pay a visit to the museum to see the works. 
Note: <Power Korea> “rewrites” the Korean article in English “concisely” for native English speakers and staff of foreign missions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