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랑 이종상 화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지난해 3월 25일, 충남 당진 신리성지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순교미술관에는 우리 역사 속 고유의 화풍이 집약된 장지기법을 담은 영정화 5점과 순교기록화 13점이 봉헌되며 병인순교 150주년의 깊은 의미를 더했다. 37세에 국내 최연소 화폐영정화가가 되었던 일랑 이종상 화백이 4년 간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이 순교성화들은 예술가의 이름으로 남긴 위대한 여정과 새로운 문화유산의 탄생을 보여주었다. 4.19혁명동지회 회원이자 건국포장을 받은 국가유공자 출신으로 일지기 문화영토론을 주창하며, 이후 동북공정을 예감하고 고구려벽화의 가치를 수호하며 독도진경화전으로 남북화합을 꾀했다. 또, 현역화가로서 최초로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화가학자라는 걸출한 족적을 남긴 일랑 화백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현재 흰물결아트센터에서 예술 애호가인 윤학 변호사가 개최한 랑우회 사제 삼대전을 보면 그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가늠이 된다. 일랑의 호 중 끝 자인 랑(浪)자에 우(友)자를 합쳐 지어진 랑우회는 그의 서울대학교 제자를 포함, 여러 대학으로 강의를 다니면서 인연을 맺은 제자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일랑을 존경하고 항상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단체를 유지하며 이번 전시 역시, 그의 제자들이 일랑의 팔순(傘壽)을 기념하며 사은(謝恩)의 뜻을 전하고자 윤학 변호사와 함께 무상(無償)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초대했다. 
2017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흰물결아트센터를 찾아 그의 흔적을 들여다보며 이번 신년호 일랑에 대한 기사를 정리한다. 

최연소 및 2회 연속 화폐영정을 그린 국가표준영정 심의위원이자 남다른 역사의식의 화가
국내 최초의 인문학박사학위의 이 화백, 37세라는 최연소로 율곡 이이 영정을 그린데 이어 37년 후 모친 신사임당 최고액권 화폐영정까지 2회 연속으로 그려낸 세계 유일의 생존작가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일랑 이종상 화백은 미술사와 더불어 대한민국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24세의 최연소 국전 추천작가로 한국 화단에 인상적인 족적을 남긴 일랑 화백은 4.19혁명에 참여한 민주화운동가이자, 대한민국 건국포장으로 은관문화훈장 서훈의 영예를 갖고 있다. 또한 일랑 화백은 자생문화론의 기수로서 고구려문화지키기 운동과 연구로 민족의 정통영정화기법인 육리문, 북채기법에 대한 연구를 하는 동시에 민주화혁명의 의지를 화폭에 담은 1960년대를 거쳐, “재료기법으로 본 고구려벽화”논문 발표와 ‘쌍영총 벽화제작도’를 제작했고 1972년도에 <한국민족문화논총>의 33인 우수논문에 선정되었고 최초의 독도화가로서 독도문화심기운동을 40여 년간 이어오고 있다. 지금 서울 동북아역사재단 부설 독도체험관에 그의 자료와 작품이 전시되어있고,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에도 그의 자료가 유일한 생존작가로 전시되어 있다. 이처럼 남다른 역사의식과 뜨거운 예술혼에서 비롯된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일찍이 국전의 심사위원으로, 두 번의 화폐영정작가로, 국가표준영정의 심의위원으로 봉사하기도 한 일랑 화백은, 1997년에는 프랑스 문부성의 초청으로 파리 루브르 까루젤 홀에서 병인양요를 주제로 127만 명에 달하는 세계인들에게 한국 설치미술의 존재감을 알렸다. 빛과 공간을 매개로 진행한 ‘한지 배면조명법’의 조화로 루브르에서 생존작가 최초의 초대 개인전과 3회 앙코르전을 성사시킨 일랑 화백은, 루브르 박물관의 영구전시 혹은 작품판매 제안에 외규장각 조선의궤 도서와 직지심경 반환만을 조건으로 제시해 한국 예술가의 자존심을 보여주었다. 이후에도 일랑 화백은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경을 찍어낸 금속주조기술의 근간을 이룬 종이문화에는, 중국과 달리 유결한지의 독창성을 만드는 3대 2 황금비율의 결이 담겨 있음을 근거로 우리의 자주적 창조능력을 설파한다. 대학 시절 이희태 교수로부터 건축학을 수강한 일랑 화백은 한지가 햇빛과 달빛을 조명으로 양면 스크린문화가 발전한 것은 과학적 제지술의 결과며, 장지문에는 미닫이에서 여닫이로 다시 들닫이에서 떼닫이까지 5행을 활용한 우리 고유의 자랑스러운 건축의 가변적·설치성은 현대설치미술의 근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 진경론과 원형상을 창시하며 남북의 문화 동질성 회복을 위한 독도진경화 제작
일랑 화백은 밖으로는 중국 문호개방 전인 ‘죽의 장막’ 시절, 안으로는 군부 시절 60년대에 만주 집안(集安)과 북한 땅의 고구려벽화를 연구하다 사회주의 소시얼 리어리즘 작가로 모함 받아 남영분실에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당시의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고 1999년에는 아태평화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의 고분유적을 답사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해 4월에는 고구려고분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등재를 방해해 온 중국과 독도를 노리는 일본의 문화적 야욕을 경계하며 통탄하는 칼럼 <고구려 벽화 앞에 부끄럽다>을 기고한 바 있다. 이처럼 남다른 역사관으로 1960년대부터 문화영토론을 주창해 온 일랑 화백은, 독도문화심기운동으로 진경정신을 계승하며 현대 진경론과 원형상을 창시해 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다. 일랑 화백은 한국화에 있어서 ‘고구려문화지키기운동’ 본부장으로 활동했으며, ‘DOKDO’의 기본 풍경화인 독도 진경전 개최 및 현대 진경론을 주창하며 1977년부터 600여 점이 넘는 독도화를 남겼다. 
또한 2005년부터 전국 60인 독도문화의병대장으로 헌신한 끝에, 고려대 박물관 초대 독도전시에서 북한 만수대 창작사의 선우영 인민작가의 독도화를 후원하고 남북간의 문화교류 및 역사적 동질성을 찾는 남북 독도화 공동전시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더불어 학자로서 40여 년간 고구려 벽화의 학술적 근거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문화영토론, 유결한지의 창호문화와 세계에 유래가 없는 종이 바닥재인 장판문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설파해 온 일랑 화백은 우리 문화를 지키는 동시에 세계에 알리는 문화사절단 역할을 해 왔다. 일랑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교수로 전무후무하게 서울대학교 박물관장 보직을 맡아 연임 중에 ‘한강유역의 고구려문화’전과 ‘독도진경전’과 ‘발해전’ ‘오원 장승업전’ 등 다른 곳에서 엄두도 못내는 역사적인 기획전시를 하면서 대학 최초의 서울대학미술관을 삼성의 도움으로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의 설계로 건립하고 초대 관장직을 겸임하기도 했다. (사)문학의집(이사장 김후란)에서 시상하는 ‘가장문학적인 화가상’을 받을 만큼 작품 발표 외에도 <화실의 창을 열고>, <솔바람 먹내음>등의 수필을 저술한 문학적 미술이론가이기도 한 일랑 화백은 선비문화와 불교, 유교가 공존하는 종교 속에서 작가의 인품이 곧 화풍임을 나타내는 사군자서화 등을 예로 들며 후소론(後素論)의 회화윤리학의 가치도 주장해왔다.

대전교구 신리성지 순교성화로 1천여 년 전통의 문화근원의식과 정통회화기법 숨결 부활
지난 해 3월 25일, 천주교대전교구 유흥식 주교 집전으로 성스러운 봉헌미사와 함께 국내 최초로 당진 대전교구 다블리주교 기념관에 위치한 신리성지에 개관한 순교미술관에는 일랑 화백이 4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완성한 순교기록화 18점이 헌정되었다. 20여 년 전 애통하게 둘째 딸을 잃은 후 성령을 체험하고 혜화성당에서 영세를 받으며 천주교에 귀의한 일랑 화백은 이후 수많은 성미술을 봉헌하며 우리 민족과 종교의 예술관 사이의 접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랑 화백은 수많은 순교로 자생한 한국의 기독교문화의 가치가 무색하게 순교미술관이 단 한 곳도 없음이 안타까워, 김원 건축가에게 의뢰하여 지하 카타콤베처럼 설계된 순교미술관의 개관에 반드시 필요한 순교성화 봉헌을 자청하였다고 한다. 
역사성과 종교성과 예술성의 삼위일체에다 영성까지 요구되는 이번 봉헌은 우리의 정통 장지기법이 고구려 벽화, 고려 불화, 조선 민화로 이어지며 완성된 겹의 미학과 독창적인 회화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리하여 성 다블뤼 주교, 성 오메트르 신부, 성 위앵 신부, 성 황석두 루카, 성 손자선 토마스 영정화 5점, 1000호 크기의 신리성지 순교기록화 13점에는 병인순교 150주년의 고결한 의미를 되새김과 함께, 미술사관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후대를 위한 기록물이기도 한 한국화 연구가 집대성되어 있다. 한편 일랑 화백은 지난 30년간 천착해 온 ‘원형상’ 그림은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되어 큰 강을 이루는 ‘근원형상’에 대한 그림으로서, 우리 문화의 뿌리 찾기와 자생문화의 근본분석을 통해 민족문화를 계승할 정당성을 상징한다고 전한다. 우리 민족문화의 근원이 유목문화, 수렵문화, 농경문화에다 해양문화까지 고루 아우르며  전수되어 온 복합 다민족문화에서 유래되었다는 일랑 화백은 앞으로 남북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미술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원로 예술인의 소임에 여생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술계를 초월해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 되어 온 일랑 화백의 족적이 앞으로도 현대사를 밝게 빛내주기를 바란다.

▲ 원형상_그런뜻이(1994-동유화)75X75cm

“Lee is a living witness of Korean art and master of bank note portrait painting”
Lee Jong-sang, artist / honorary professor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 member of National Academy of Arts 

Lee surprised the Korean art world by completing a portrait of Yi I used for a bank note at the age of 37, the youngest in the field. Coincidentally, he completed a portrait of Yi I’s mother Sin Saimdang used for another bank note after 37 years. In fact, he made his debut at the National Art Exhibition aged 24 as a recommended artist after which he received Silver Certificate of Merit for participating in the 4.19 Revolution. He is also credited for valuing the cultural assets of Goguryeo, studying traditional portrait painting methods (Yookrimoon and Bukchae), publishing academic papers (‘Goguryeo Mural on Materials Side’ and ‘Twin Column Tomb Mural Shop Drawing’) which were listed in 33 excellent papers of ‘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in 1972, and becoming the first Dokdo artist whose works are housed in the Dokdo Museum Seoul and Dokdo Museum Ulleungdo. He served as a judge of the National Art Exhibition and an examiner of the National Standard for Portraits of Historical Figures. He held an installation exhibition by an invitation of the French Ministry of Culture in 1997 which attracted around 1.27 million viewers worldwide and 4 times invitational exhibitions themed on ‘Korean Paper Rear Lighting’ at the Louvre; he was offered a permanent display of the work but accepted only on the condition to return ‘The Joseon Uigwe’ and ‘Print Jikji’ back to Korea. He is an ardent spreader of excellence of Korean printing and paper technique which have unique 3:1 golden ratio and emphasizes that the variability and installation-friendliness of Korean paper doors are the foundation of modern installation art. His ‘Culture Land Theory’ brought him to an opportunity to study ancient tombs in North Korea on the invitation of the chairman of the Asia Pacific Peace Committee in 1999 and he also initiated ‘Jingyeong Theory’ and ‘Wonhyeongsang’. It is notable that he has drawn around 600 pictures relating to Dokdo since 1977 and is the one who organized the South-North Korea Joint Exhibition for Dokdo. He served as the director of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Museum and organized a number of big exhibitions themed on Goguryeo, Dokdo, Balhae and Jang Seung-eop. When the Museum of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 was completed on the design of Rem Koolhaas and by the support of Samsung Corporation, he served as the first chief curator. However, his versatility not only shined in art but also in essay; he wrote ‘Opening Windows of Atelier’ and ‘Pine Wind, Ink Smell’. On 25 March, Lee dedicated his 18 martyr’s paintings to the Martyr’s Museum located in Sin-ri Shrine, Hapdeok-eup, Dangjin, Chungcheongnam-do. He was baptized 20 years ago at Hyehwadong Catholic Church when he lost second daughter from which he has drawn numerous religious paintings. When asked about New Year’s plan, he said that he would keep promoting Korea’s valuable history and culture through art and spreading them to the world. 

Note: <Power Korea> “rewrites” the Korean article in English “concisely” for native English speakers and staff of foreign missions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