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빛과 나무 뒤로 투영되어 나타난 본연의 인간

“치유의 이미지인 숲속 나무 형상보다 그 이면의 그림자로부터 인간관계적 내면을 읽다” 정재헌 기자l승인2017.08.21l수정2017.08.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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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김은진 작가

그림자의 형상은 대상의 형체에 종속되지만 빛과 공간, 시간의 변화에도 시시각각 바뀐다.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모습이 ‘그림자’에 반영된다는 것은 인간이 몸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타자화와 대상화로 주체성과 존재를 설명하는 현상학적 실존주의의 단면이기도 하다. 나무를 모티브로 숲의 치유적 속성, 나무의 성장과 인간 생로병사의 유사점을 찾아내 시간의 흐름과 공간감을 표현하던 화가 김은진 작가는 최근 그러한 현상학적 관점에서 나무와 빛의 이면이 만들어 낸 ‘그림자’라는 주제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화폭에 담고 있다.

‘섀도(Shadow)’, 나무의 그림자에 깃든 인간의 여러 가지 내면의 이미지

세계를 물리적인 원소기호로 인식하는 것이 과학의 영역이라면, 자신의 몸과 기관을 이용해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체험하며 세상을 대상화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몸의 현상학’이다. 몸을 인식의 주체이자, 대상화가 가능한 소재로 끌어올린 현상학자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이 인간의 체험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 유기적인 조화와 체험을 토대로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잣대가 된다고 한다. 지난 2005년부터 인간의 삶과 나무의 사계변화 관계성에서 치유의 이미지를 찾아 풍경에 자아를 투영하던 화가 김은진 작가의 방법론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왔다. 숲 속 나무의 형상에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던 김 작가는 경험과 회상, 치유의 속성에서 차츰 나무를 매개로 형성되는 빛과 그림자와의 관계, 시시각각 바뀌는 그림자와 기억의 재해석을 시도하며 외부의 요소로 변하게 되는 인간 자아의 단면을 담게 된다. 숲 속의 나무 한 그루가 인간 군상들 사이 ‘나’의 존재를 암시하듯, 나와 나무는 별개의 개체이면서도 의식적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여기서 암시하는 존재의 관계성으로 인해 실존하는 주체를 다른 관점과 새로운 인식으로 지각하며 개체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과 의문으로 김 작가는 본연의 자신에 대해 좀 더 복잡하게 가지를 친 심경과 환경의 변화까지 반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을 기점으로 김 작가는 나무 형상이 아닌, 그 나무의 그림자에 생동감과 양감을 부여하며 인간상의 다른 이면을 표현하고 있다. 사물이 환경적 요소로도 바뀌는 것에 빗대는 과정에서, 나무는 작가 자신, 빛을 환경적 요소로 삼아 최종적으로 나온 것이 ‘섀도(Shadow)’ 시리즈이다. 
수채기법의 분채와 석채를 활용하고, 그림자의 반대편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빛을 형상화 한 금박과 은박을 씌우고, 덧칠해서 마띠에르를 느끼게 하는 기법으로 나무라는 오브제에서 내면의 그림자를 끌어올린 김 작가는 최근 들어 뿌리는 기법도 활용하며 그 변화의 재해석을 충실히 옮기고 있다. 환경적 요소, 눈에 보이는 형상보다 내면과 내포하는 의미를 보여주고자 그림자를 본래의 잿빛보다 형형색색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기억은 감각으로 입력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퇴적되지만, 내면과 소통하며 새로운 이미지가 완성되게 마련이다. 과학은 이것을 뇌의 기억작용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김 작가는 형상과 다른 이미지로 남아 있고 바뀌어 가는 모습에서 본연이자 궁극적인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나뭇가지의 뒤엉킨 형상과 나무의 그림자를 모티브로 삼았다. 메를로-퐁티가 <지각의 현상학>에서 설명했듯이 ‘눈을 통해 마음을 사로잡았던’ 풍경은 세상을 대상화하는 필터링을 거쳐 인식되는 것이다. 김 작가 역시 의식과 세계관,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의식과 관계성을 굳이 자신과 분리하지 않는 현상학적 관점에 따라, 유기체에 대한 인식의 원천이 바로 인간의 지각이라는 점을 붓과 색채로 설명해 낸 셈이다. 소셜 포지션에 따른 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와의 극명한 차이는 인간 사이의 간격에서도 나온다. 그렇기에 김 작가는 앞으로 그 그림자 안에서 또 하나, 그 이상의 그림자를 찾아내려 한다. 사물은 상황에 따라 여러 그림자를 갖고 있다. 거대한 건물이 만든 그림자 내부 공간에는 인공조명이 만든 그림자가 또 있으며, 이를 응시하는 인간은 거울로 반사된 다른 빛을 통한 새로운 그림자에 투영된 자신을 본다. 김 작가는 나무에 빗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하기 전부터 시간적 개념과 공간을 다루었는데, 이를 더욱 파고들어갈수록 보이는 경계와 내면과 외면의 개념까지, ‘나 혼자’만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것에서 파생된 또 다른 요소들을 찾게 된다고 한다. 마치, 평범한 옷차림과 눈빛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내면의 열정과 불꽃이 숨겨져 있듯 겉보기와 다른 이면을 본다는 관점에서 작품을 표현하는 김 작가는 내년부터는 ‘섀도우’에서 더 나아가 확장된 ‘섀도우 인 섀도우’의 개념으로 파고들게 될 것이라고 고백한다. 이러한 변화를 담은 ‘섀도우’ 시리즈 10여 점이 소개되는 김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8월 26일부터 9월 5일까지 안국동 갤러리 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 김은진Moment 한지에 채색112.1X162.2cm 2015

Depicting inner world of man through shadows of trees of a forest
Artist Kim Eun-jin

Inner world variety on the shadows of leaves
‘Phenomenology of Body’ is a theory that a man cognizes and experiences the world by using its body organs and objectifies the world to draw subjective judgments. The phenomenological French philosopher Maurice Merleau-Ponty is the one who raised our body as a cognitive and objectifiable material. He said that our experience is the barometer to draw independent judgments through human relationship and organic interaction. 

The method of an artist Kim Eun-jin is not much different from Ponty’s. She has used images drawn from the four seasonal human-tree relations since 2005 and shifted her findings onto canvas. Kim studied relations of lights and shadows formed by trees and of reinterpretation of the shadows and her personal memories. 

A tree in a forest implies ‘me’ among the public. It is a separate being yet within a group thus bound by a close correlation. From this year, Kim has been shifting her focus from forms of trees to vitality and volumes of them in order to express different inner side of man. And she introduced ‘Shadow’ series that takes the trees as the artist herself and the lights as environmental elements. 

Kim applied watercolor, bunchae, sukchae and gold and silver leaves in order to make the shadow of the inner world conspicuous. Recently, she is using spray method to give a change and reinterpretation and expressing the shadows in colors to depict the inner world and meanings. 

Memories fade as time goes by but they remain as forms and images which Kim uses as the motive to create shadows of trees. Like Ponty explained in his book ‘Phenomenology of Perception’, the captivated scenes by eyes are cognized through filtering that objectifies the world. And Kim explained that human cognition is the source for cognition on organism. 

Objects create different shadows. The shadow of a building outside has another or more shadows inside created by artificial lights and a man can see oneself reflected in the mirror through light. Kim’s study on time and space also led her to find different elements drawn from the zone defined as one’s own area. 

Kim says that she tries to see the inner world of people over appearance as a way to find motive for her works and she carefully plans to expand the scope of the shadow to ‘shadow within shadow’ from next year. 

If you are interested in Kim’s works, you had better pay a visit to her solo exhibition that will display 10 works of her ‘Shadow’ series from 26 August and 5 September at Gallery Dam in Anguk-dong, Seoul. 


정재헌 기자  jjh052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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