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메 송연관 작가

수십 수백 년 폭풍우에 흔들리며 고운 결을 만들고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예쁜 속살 빚어낸 나무를 접할 때 심미안이 트이고 설렘이 밀려온다. 버려진 빨래판과 도마의 세월 속 메마름에 어머니의 정이 그립고 애달파지는 시간, 흑단빛 먹물이 흐르면 수천가닥 붓털 세워 먹선을 만들고 칼끝은 춤을 추며 골을 낸다. 고단했던 세월의 주름속 골에 희망의 빛 물들이며 나를 닮은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붓질과 칼질이 주는 깊은 멋
단단한 나무에 글을 새겨 세상을 비추는 아름다움 전해
송연관 작가가 처음 붓을 잡게 된 것은 스무 살 때 학교 서예 동아리를 통해서였다. 송 작가는 서예를 배우면서 붓과 먹이 주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힘찬 붓질에 흠뻑 빠졌다. 그 덕분에 송 작가는 서예 학원을 다니면서 완성한 작품들로 공모전에도 몇 차례 출품하는 등 붓질이 주는 매력에 취해 젊은 날을 보냈다. 그러던 그가 서각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히 방문했던 전시장에서 서각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송 작가는 “우리 전통의 예술은 그만의 형태가 주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다. 여백을 중시하고 은근한 멋을 통해 다양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전통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서예로 글씨를 써오면서 다소간 그런 면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품고 있을 때 서각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그 알 듯 말 듯 오묘한 메시지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만큼 단단한 나무에 글을 새겨 세상을 비추어내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송 작가는 서각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송 작가는 전통서각 작가인 동하 정근식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고, 또 현대서각 분야로 들어가서는 한국서각협회 이사장이자 서각명인이기도 한 백초 박민수 선생에게서 글씨를 배웠다. 전통서각과 현대서각은 칼을 잡는 법부터 글씨를 조형해 내는 방법까지 수많은 차이가 있기에 모든 분야를 통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송 작가는 전통서각과 현대서각 모두를 자유롭게 다루는 작가가 되었다.

도마와 빨래판 등 재료로 해 ‘어머니의 사랑’ 담은 작품 만들어
현대서각 특유의 조형미 작품에 녹여
전통서각은 양각과 음각, 음양각, 음평각, 책판각, 화서각 등 우리의 전통적인 서각 작법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서예와 달리 3차원의 공간에 작품이 구현된다는 차이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엄격한 방식으로 지켜지는 것은 정자체나 흘림체, 진흘림체 등 전통적인 방식의 글씨체를 많이 사용하여 깊은 아름다움이 배어나온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서각은 상대적으로 글씨체가 자유로울 뿐 아니라 색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글씨의 예술인 서각에 조형성을 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송 작가는 서각을 처음 배울 때 출퇴근하던 길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도마와 빨래판 등 나무로 된 생활 집기들을 가져와 작품을 만들었다. 전통적인 가정에서 흔하게 쓰였던 가사노동의 산물인 도마와 빨래판은 어머니들의 사랑을 상징하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깊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에 송 작가는 마음의 울림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이러한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송 작가는 “집사람이 6년 전 암수술을 하는 고생을 겪었고 고향에는 노모가 혼자 계시다. 어머니는 저희가 어린 시절부터 풀빵 장사, 옷 장사를 하면서 30년 넘게 우리를 키우셨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작업들이 대부분 가족의 사랑을 담은 내용들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 작가는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글 작품을 많이 만들고, 또한 내용에 맞는 나무를 고르기 위해서 노력한다. 보통 서각 작품에서 많이 사용되는 나무는 느티나무, 박달나무 등 목질이 단단한 나무들이 대부분이지만, 송 작가는 작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특수목을 사용해 그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일반 나무에 비해서 3배 정도는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하지만,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것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섬세한 표현으로 내면 갈고 닦는 것이 작가”
향후 후학 양성을 위해 노력할 것
이렇듯 작품 활동에 매진한 결과 송 작가는 2016년 국제각자예술공모대전 대상, 대한민국서각대전 서각부문 우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대한민국서각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은 미국산 향나무를 재료로 3면을 깎아낸 작품으로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글씨를 쓰는 기간만 한 달이 걸렸을 만큼 대단한 노력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또한 그는 국제각자예술공모대전에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한자문화권의 여러 작가들과 작품을 함께 만나며 신선한 자극을 얻었다고 전한다.
송 작가는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글 내용을 선정하고 어떤 글씨체로 쓸 것이냐를 정한 뒤 그것을 꾸준히 갈고 닦아야 부끄럽지 않게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 된다. 선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요약했다. 그는 또한 현재 일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여 시간과 체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10년 정도는 작품 활동을 지속한 후 후학양성을 위해 남은 시간을 바치고 싶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Art] Dumae Song Yeon-gwan
A master wood letter carver delivers charm of brushing and carving on wood

“I feel exhilarated by giving strokes of brush and deep carving”
Song grabbed a brush for the first time at the university calligraphy club he belonged to when he was 20 years old. He instantly fell in love with the beauty of ink and brush and boldly challenged a number of competitions. It was by chance that he came to know ‘seogak’ – wood letter carving. “I think the beauty of Korean art is at blank space and delicate tones. I was drawn to calligraphy yet felt the lack of that beauty every now and then. And this emptiness was filled when I came to know about seogak by chance” says Song. He was taught under the instruction of a traditional seogak master Dongha Jeong Geun-sik and another seogak master Baekcho Park Min-su, the latter being a master of modern seogak. The traditional and modern seogak is different in the way to handle the carving knife and in a number of other techniques and for this reason it is not easy to master both elements. Yet Song has become a seogak artist who can freely cross the border between the traditional and modern styles.   

Song turns chopping boards and washboards into works of seogak
If calligraphy is done on 2 dimensional papers, seogak is done 3 dimensionally. Like it is difficult to write certain letter types with perfection on papers, it is equally difficult to carve them onto woods as they are. When it comes to modern seogak, however, the carvers have more liberty to vary, or even create, the letter types and formativeness. Song noticed on his way to work the abandoned chopping boards and washboard on the side of the road. He brought them home one day and started to carve them into works of seogak. Back then, the two boards for many Koreans could mean mother’s unconditional love and devotion to her sons and daughters and Song delivered this sentiment to his works. “My mother earned bread and butter for the family by selling red bean bread and clothes for 30 years and she now lives alone at the home town. So the boards arouse me reminiscence and I sometimes get very emotional. So the two objects for me can mean the love of family.” It is also notable that Song uses special woods of the world instead of the commonly used sturdy zelkova and birch trees. Because they are special, they cost 3 times more than the normal woods but Song willingly pays the price in order to create unique works.  

Giving details to lines and curves
Song’s dexterity was well recognized by winning the grand prize at the 2016 International Wood Letter Competition and the runner-up prize at the Korea Seogak Competition. In the former competition, Song met a number of inspirational overseas seogak artists from China, Japan and Taiwan and for the latter competition he gave a special effort by using American juniper tree and carved the three sides of the wood. Writing the letter onto the juniper tree alone took 3 months. “I have to spend a certain amount of time to create a new work. I decide the meaning and the type of the letters first and then give details to the lines and curves. I can get a satisfactory work when all of these elements are nicely mixed and executed.” Meanwhile, Song is determined to push forward his creative zeal for 10 more years and then spend rest of his life in fostering talented young seogak artists. <Power Korea> sends a message of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