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속초서각회 원행(圓行) 한도웅 대표
나무에 새겨진 음각(陰刻) 따라 인간 세계에 대한 성찰 담아내
현(現) 속초서각회 대표로서 지역 예술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나무는 무한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을 지나 우리 앞에 선 나무의 자취는 한낮 범인(凡人)의 생각만으로는 쉬이 짐작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글자 하나하나를 새김질 할 때마다 그 세월에 대해 존경심이 들고,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우리 조상의 얼을 나무에 담아 눈앞에 펼쳐놓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이며, 인생을 충만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의지를 담아 끊임없이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무릇 세상 만물은 그 모습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기에 그 자체로 하늘과 소통하며 머나먼 낙원에 대한 꿈을 꾸는 이 발걸음이 소중한 것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나무에 새겨진 음각(陰刻) 따라 내면의 멋과 깊이 성찰해
무형문화재 제16호 각자장, 소재 이창석 선생님께 가르침 받아
나무를 깎아 글자와 그림 등을 새기는 서각은 글자를 만드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나무가 주는 특유의 단단함과 결을 따라 파고드는 미학적 가치 덕분에 서각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름다움을 널리 전해오고 있다. 나무에 칼을 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잘못 길을 내더라도 당초 계획했던 것들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를 만지는 서각 작가들은 매 작품마다 공을 들이고 자신만의 필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다한다.
강원도 속초에서 서각을 하는 원행(圓行) 한도웅 작가는 수많은 조각법 가운데에서도 음각을 선택한 작가다. 글자를 남겨놓은 나머지 부분을 파내 글자를 드러나게 하는 양각, 음각과 양각을 혼합해 새기는 음양각, 테두리를 음각으로 파내고 바닥면을 평면으로 고르는 음평각 등과 달리 음각은 글자 부분을 서각칼로 직접 파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밖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렇듯 숨어있는 각에서도 한 작가는 내면의 멋을 발견하고 그 깊이에 매번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나무 만지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나무를 깎아 자그마한 목탁과 여러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보는 등 손재주가 남달라 주위 어른들로부터 칭찬도 많이 받았다. 이후 목조각으로 진출하였고, 그러던 중 한 작가는 무형문화재 제16호 각자장, 소재 이창석 선생님과의 인연이 닿게 되어 그 때부터 이창석 선생님 아래에서 올바른 전통서각의 각법을 익혔다고 한다.
한 작가는 "전통서각과 현대서각은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스타일 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전통서각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글자체를 그대로 잘 살려내서 나타내는 것이 중요한 작업 방식이라면, 현대서각은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무를 각을 하다가 잘못 나갔을 때 전통서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현대서각은 반대로 그 자리를 확 파내서 또 다른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통서각에, 그 중에서도 글자를 파내는 음각의 보이지 않는 내면과 각진 면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무 본연의 모습대로, 정해진 틀 깨는 작업 이어가
속초서각회 대표로서 지역 예술인들과 소통
서각 작가들 중 대다수가 글자가 잘 보이는 양각을 선택하는 반면, 한 작가는 전통서각 중 음각의 각법을 전문으로 자신의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음각을 단순하게만 생각하시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각을 올바르게 깎는 데에도 수없는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양각에서는 표현이 힘든 부분까지 음각에서 표현해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나무가 비틀어지면 비틀어진 대로, 갈라져 있으면 갈라진 대로 그 고유의 멋을 살려 다양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대다수의 서각 작품들이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의 틀에 맞춰 글자를 전개하게 되는데, 한 작가는 그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을 접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 작가는 힘든 순간들 속에서도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희열에 대해 생각하면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한다. 한 작가는 "저 역시 사람인지라 어느 날은 왜 이걸 하고 있나 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하던 작품을 잠시 멈추고 다른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 한 작품을 계속 하다가 지루해지면 또 다른 작품을 구상하여 새김질을 하다보면 한 달 후면 작품 두 세 개가 동시에 마무리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을 보니 이 일이 천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한 작가는 (사)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서각부문에서 우수상, (사)한국 각자협회 제 5, 6 회 대전에서 특선과 입선을 하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아 왔다. 그 뿐 아니라 1회의 개인전과 5회의 회원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대중에게 알리는 행보도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한 작가는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강원각자연구회 회원, 2012년 창립한 속초 손끝뜨락서각회 회장이자 속초서각회의 대표로서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기본이 흐트러지면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 기본을 철저하게 다지지 않으면 자만심이 생기고 작품 활동에 해가 되기 마련이다. 작품의 장단점은 만든 사람 스스로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만큼 더욱 부끄러움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지역 교육센터 서각 교육 통해 서각의 아름다움 전달

"아름다운 속초에 서각 마을 조성하고파" 
한 작가는 현재 속초시평생교육문화센터와 양양문화원 등 강원도 지역 내에 있는 교육센터에서 서각 분야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주 3회로 이뤄지는 그의 수업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회원들이 함께 모여서 전통서각의 아름다움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한 작가 역시 회원들이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24시간 열려 있는 속초 서각회 공방을 조성해 피곤하면 잠을 잘 수도 있고 샤워도 가능하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에게 배우는 회원들을 위해 한 작가가 직접 나무 깎는 서각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한 작가는 "처음 배우는 분들의 작품은 당연히 서툴지만 조금 더 다듬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회원 분들이 만든 작품으로 연말에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러한 행보가 지역 내 문화예술의 부흥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한 작가는 "강원 영동 지역은 지역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문화 관광 분야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서각 등의 전통예술을 관광산업에 직접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하며 속초에 나무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전통 서각 마을을 조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 작가는 전통서각 박물관이자 서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속초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있는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작업을 더욱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한 작가는 이와 함께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을 총 10편의 작품으로 작업 중이며, 현재 4편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이 완성되면 한 작가는 내년 말 정도 개인전을 준비할 예정이며, 그에 앞서 오는 8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교류전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며 지역의 발전을 위한 행보를 동시에 이어가고 있는 한 작가의 결실이 곧 맺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속초서각회 원행(圓行) 한도웅 대표

[Art] Wonhaeng Han Do-woong, President of Sokcho Wood Carvers Association 
Introspection about man-made world through concave carving
Trees have infinite vitality. An ordinary man cannot even attempt to guess the trace of the thousands of years of their standing. I feel respect and bow my head every moment I carve letters onto a dead tree for this reason. It is my biggest pleasure to put the spirit of our ancestors on a wood to see. All living things in the world are beautiful as they are and the foot path to reach the dreamy paradise is a communication with the sky. - artist's note - 

The pupil of Sojae Lee Chang-suk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No.16)
Wood carving creates each different beauty by whom it is carved. It is not easy to carve the wood with a knife as one mistake can ruin the whole design. It requires concentration for this reason. Based on Sokcho City, a wood carver Wonhaeng Han Do-woon is specialized in concave carving which the letters are to be carved. Han finds a great charm in concave carving and gives admiration to the depth it gives. Han loved touching wood since childhood. His dexterity naturally led him to carve a wood into a small wooden gong used by Buddhist monks and various other forms with which he received much praise from the elders around him. While exerting an effort in developing his wood carving skills, he met Sojae Lee Chang-suk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No.16) and deepened his skills under his instruction. "There's a big difference between traditional and modern wood carvings in terms of methods and styles. The former values high of realizing the traditional letter forms while the latter of making one's own design. One mistake requires the restart of the whole process in the former while it can be used as an opportunity to accidentally create something unique in the latter. Personally, I'm enthusiastic about the charm of the former" said Han. 

President of Sokcho Wood Carvers Association
Han uses a wood as it is whether twisted or cracked in order to create a variety of beauties in different shapes. "In fact, wood carving is a really hard job that I sometimes feel to put down the knives. Then I take a break to do things other than the carving but soon find myself actually carving yet another wood. I can't help thinking that it's my calling" said Han. His passion and achievement were well recognized by winning the runner up prize at the Korea Literary Painting Competition in the category of wood carving while a work was specially selected at the 5th Korea Wood Letter Carving Association Festival. So far, Han has held one solo exhibition and participated in 5 group exhibitions. He is a member of the Gangwon Wood Letter Carving Association and is serving as the president of the Sokcho Wood Carvers Association established in 2012. "Basic is the most important. The carver becomes too much conceited when ignoring it and cannot create great works. I want to make works which I should not be ashamed of myself" said Han. 

"I wish to create a wood carving village in Sokcho"
Han is in charge of wood carving at Sokcho Lifelong Learning Center and Yangyang Cultural Center. Men and women of all ages are eager to learn the beauty of wood carving from Han 3 times a week. Han opened his workshop for them to use 24 hours and even makes a carving knife for them. "No one expects much when first started but diligence and consistency surely give one to create a good work. I'm planning to hold an exhibition at the end of the year with the works of my students through which we can take part in activating regional culture" adding that "Tourism is very important source of income in Gangwon Province and wood carving experience can be a program to attract tourists to the region. So I wish to create a wood carving village in Sokcho." Currently, Han is working on completing the 10 series of 'Gyeongmongyogyeol', a book written by Yi I, and he is in the 4th series at the moment. When this is finished, Han plans to hold his second exhibition while participate in an exchange exhibition held in August this year in Japan. <Power Korea> sends a message of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