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프라콘㈜ 한규범 회장

세상을 바꾼 도전, 대한민국 페트병 산업을 개척하다
한일프라콘㈜ 한규범 회장
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의 냉장고 앞에 서면 다양한 음료수가 담긴 각양각색의 페트병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페트병은 음료나 물, 맥주 등을 담거나 식용유, 간장, 식초 등의 보관용기로 사용되며, 샴푸, 로션 등 화장품 용기로도 종종 사용된다. 높은 내구성과 휴대성을 가진 페트병은 전 세계에서 연간 600만t이 생산되어 사용될 정도로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들의 생활에 커다란 혁신을 불러온 페트병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하고 보급시키는데 앞장선 인물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건설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내고 도로건설을 방해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의 결단은 완고했다. 지금은 11조원의 가치를 지니며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제1의 고속도로로 손꼽히며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공헌을 인정한다. 

한규범 회장도 이와 마찬가지다. 페트병을 국내에 처음 도입할 당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페트병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만들었고, 이에 그는 페트병 산업의 대부라고도 불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호 <월간 파워코리아>에서는 대한민국 페트병 산업을 개척한 선구자, 한일프라콘㈜의 한규범 회장을 만나보았다.

국내 최초 페트병 도입, 끈기와 열정으로 이룬 성공
식음료제품 용기로 우리에게 친숙한 페트병(PET)은 1976년 미국 듀퐁(Du-pont)사에서 처음 개발했다. 내구력과 내열성, 재생성이 뛰어나고, 염료나 이물질이 덜 섞여 있어 재활용하기에도 유용한 페트병은 무겁고 파손위험이 높다는 단점을 가진 유리병을 빠르게 대체하며 우리 생활 곳곳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빠른 경제성장을 일구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우리 민족에게 페트병의 보급이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페트병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기까지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 바로 한일프라콘㈜의 한규범 회장이다. 그는 1979년 세계 초유의 PET 식용유 용기를 개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플라스틱 용기의 우수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듀퐁社에서 페트병을 개발한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았으며, 설비와 단가 등의 문제로 본격적인 보급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한규범 회장이 플라스틱 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61년. 당시 플라스틱 소재의 병마개를 생산하던 친척의 사업을 떠맡아 운영하게 된 한 회장은 이후 국내 유명 제약회사의 병마개 납품을 시작으로 유수의 화장품 회사 서너 곳의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성장시켰다. 그러던 1979년, 인천 연안부두에 신축 중이던 C사의 식용유 공장 소식을 접한 그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고, 그길로 업체 담당자를 찾아가 페트병 도입을 설득하기에 이른다. “당시 C사는 경쟁업체를 넘어서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경쟁업체가 해당 분야의 선발주자이기도 했고, 이미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었죠. 연안부두 공장신축도 그러한 계획의 일환이기도 했고요.” 

소식을 뒤늦게 접한 탓에 한 회장이 찾아갔을 때에는 이미 기존 PE병 생산라인의 구축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던 상황. PET병 생산을 위해서는 기존 설비를 모조리 교체해야 하기에 이제와 도입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페트병의 뛰어난 투명성과 가벼움, 실용성 등의 차별화로 선발 제품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회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업체 수뇌부는 반신반의하며 기존의 PE병과 새로운 PET병을 병행 생산하기로 결정한다. 결과는 한 회장의 예상대로였다. 특유의 투명성으로 내용물이 깨끗하게 들여다보이는 새로운 PET 식용유는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기존의 불투명한 PE병은 얼마 후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전량 회수조치 된 것이다. PET 식용유의 인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인 페트병 붐으로 이어졌으며, C사는 오랜 숙원이었던 경쟁업체를 앞지른 것은 물론, 얼마 후 인수까지 하는 쾌거를 이뤘다.

페트병, 생활의 혁신이 되다
식용유 용기로서 첫 출발을 알린 페트병은 이후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며 80년대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이른다. 먼저 국민들의 ‘물 섭취 환경’을 크게 개선한 것이 첫 번째다. 우리 몸의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 없이 3주를 살 수 있어도, 물 없이는 3일 밖에 살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전후(戰後)의 극빈기를 지나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던 70년대. 전국 각지에 고속도로와 철도, 항구, 공장이 건설되고 있었지만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활환경은 비위생적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나 쉽고 간편하게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페트병의 등장은 국민들의 위생 상태를 크게 개선했다. 일례로 1979년 20대 남성의 평균키가 167.7cm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30여년이 지난 2007년에는 175cm까지 큰 것으로 증명된다. 

두 번째는 재활용을 통한 자원과 비용 절감의 효과였다. 기존에 사용되던 유리병은 소량 발주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무거워 활용이 힘들었다. 재활용시 세척을 위해 사용하는 양잿물은 분해되지 않은 채 강으로 흘러들어가 수질오염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페트병은 공간 확보와 취급이 용이한 것은 물론, 재활용에도 많은 강점을 갖고 있어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에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다. “페트병 도입 초기, 여러 가지 불합리한 이유들을 들며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재활용이 어렵다는 거였죠. 이에 국내외를 넘나들며 모은 자료와 문헌들을 가지고 재활용 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오해와 편견을 풀고자 노력했습니다. 작은 업체, 미약한 개인의 힘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페트병이 국민들에게 가져올 커다란 혜택을 생각하면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아가 그는 환경부의 요구 아래 1992년 32개 업체와 페트용기협회를 결성해 10여 년간 회장을 역임했으며, 삼양사를 통해 연간 8천t의 폐 페트병을 재활용 할 수 있는 설비도 구축하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마개가 닫혀져 있어 압축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페트병에 구멍을 뚫으며 압축하는 기계를 개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등 재활용 운동을 앞장서 홍보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파”
지난 50여 년간 플라스틱 외길을 걸어오며, 단 한 차례도 눈을 돌린 적이 없다는 한규범 회장. 그는 사업이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는 5초만 눈을 감아도 사고가 납니다.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주시해야 하죠. 사업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정직과 원칙을 바탕으로, 소신 있게 자신이 가고자하는 길을 꿋꿋이 나아가야만 역사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페트병 제조의 길을 개척해온 사람으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던 것에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실패들도 겪었고, 어려움과 고난도 많았지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과 열정으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고 이겨내 온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현재 한일프라콘㈜은 플라스틱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실용적 측면과 미적 측면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재질 단일화의 실현을 통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물론, 미래에도 각광받을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의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기업은 나무와 같다. 기업은 하나의 기업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 사회, 국가와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국민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는 한일프라콘㈜의 진심이 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The pioneer of the Korean PET bottles industry
Chairman Han Gyu-Bum of Hanil Placon 
Thanks to the high durability and portability, PET bottles are widely used as containers to put something in. It is estimated to be produced 6 million tons a year globally. Introducing this month, Hanil Placon was the first company that introduced PET bottles to Korea and CEO Han Gyu-Bum is sometimes called as the God Father of the Korean PET bottles industry. <Power Korea> met Han.

A success comes from passion and tenacity
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a plastic resin and a form of polyester) was first developed by an American company Du-pont in 1976. It is mixed with less dye and foreign substance and has strong durability, thermal resistance and regenerative power. It also is light and recyclable. CEO Han not only is the one who first introduced PET bottles to Korea but also is the one who developed world’s first PET container for cooking oil in 1979 despite the issues on unit price and facilities that made it hard to be commercialized around that time. Han stepped his foot in the industry in 1961 by taking over the plastic lid manufacturing company run by his relatives. He started to supply the lids to renowned pharmaceutical firms in Korea and expanded the manufacturing scope to cosmetics containers, during which he came to know about a cooking oil factory being built on a harbor of Incheon in 1979. He made a journey to the factory to persuade the owner to use his PET containers but he found out that the factory almost finished installing PE (polyethylene) product line. Undaunted by this, Han explained the PET bottles’ excellent transparency, lightness and practicality that can surely make the bottles stand out in the market. Han’s persistent persuasion eventually brought an OK sign from the management and the bottles hit the market, as Han predicted, as housewives got surprised that they could see the contents in the bottles with their eyes. This also brought a huge success to the cooking oil company and it even took over its rival company at the end. 

PET has brought innovation to our daily lives
The success of PET in the form of cooking oil bottle in Korea was the very point that sparkled the boom of PET bottles in the 80s Korea. The first follower was a PET water bottle which has become absolutely common today. Its recycling effect also brought low production cost when compared to glass bottles which were heavy and must be produced in quantity. The sodium hydroxide used for cleaning the glass bottle also caused water pollution as it directly flows to rivers without the process of decomposition. 

“People at first were rather negative about PET bottles due to the difficulty in recycling. So I gathered materials and cases home and abroad and demonstrated the innovation and benefits it could bring to our lives” looked back Han. 

Han formed the Korea PET Containers Association with 32 related companies in 1992 on the order of the Ministry of Environment and served as the president for 10 years during which he introduced a facility that can recycle 8,000 tons of used PET bottles a year. He also solved the pressure issue of the bottles by developing a device that makes a hole on the bottles.

Contributing to economic development
Han has walked a single path with passion and conviction for the last 50 years. 

“We get an accident if we close our eyes even for 5 seconds when driving a car. We have to focus and see the direction we are heading. The same applies to business. Honest, principle, passion and conviction, I think, are the four core elements to make a success. I feel proud that I took part in contributing to Korea’s economic development despite I had to get through many hardships. On the occasion of having an interview with <Power Korea>, I particularly show my gratitude to my staff and employees who made it happen through closely working together.” 

Currently, Hanil Placon is developing new PET bottles and containers that can satisfy both practicality and aesthetic value as well as eco-friendliness. A company is like a tree. And the tree is part of environment as a whole and they affect each other. <Power Korea> hopes that Hanil Placon will keep playing its role to make a better living environment in Korea and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