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같이

(사)세종미술협회 이태근 조각가
돌과 함께 추억 되짚는 독특한 작품세계 구축해
(사)세종미술협회 회장으로서 다양한 활동 이어가

돌로 조각을 만드는 작업은 쉬운 것이 아니다. 재료가 되는 돌이 대체로 크고 무거워 다루기 힘들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영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술이 매우 복잡하고 끈기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을 하는 작가들 중 작품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지방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경우는 더욱 생계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이에 작가라는 본업이 있으면서도 작품활동 외에 다양한 일을 함께 병행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이 현 미술계의 실정이다. 지난 2004년 출발한 (사)세종미술협회는 행정도시 세종시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모여 전시와 작업 활동을 이루어가고 있는 단체다. (사)세종미술협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독특한 매력의 돌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는 이태근 작가를 만나보았다.

돌과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는 이태근 작가
충청남도 예산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주변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 만한 곳도 없었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태근 작가는 어렸을 때 매우 숫기 없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학교에 있던 이승복 어린이 동상 앞에서 스케치를 하며 한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당시 목공일을 업으로 했던 둘째 형의 도구를 활용해 나무조각 등을 따라해 보기도 했다. 당시에 밥도 먹지 않고 골방에서 하루 종일 그 작업만 했을 정도이니 그가 미술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것은 필연적인 이치일 지도 모른다. 이 작가는 중학교에 입학해 미술부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미대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미술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대학교에서는 소조 작업을 위주로 진행해 왔던 이 작가이지만 대학원 때 돌 작업으로 유명한 이태리 유학파 1세대 조각가 유영교 선생님의 소조 작업을 도와드리러 갔다가 그는 처음으로 석조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처음 접해보는 거대한 돌덩이를 깎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 자체에서 이 작가는 큰 매력을 느꼈다. 재료 자체가 주는 자연스러움 덕분이었다. 이 작가는 “돌이라는 소재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둔탁하여 섬세한 작업을 하기 힘들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작업 과정에서 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체를 주로 다루고 삶의 매 순간 순간이 인생이 되는 인간의 삶에 관심이 많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돌을 이용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기억과 추억 담은 독창적 작품으로 주목
중국, 대만 등 해외 아트페어 참여해
그렇게 돌조각의 길에 들어선 채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 작가의 주요 작품들은 거의 대리석을 주요 소재로 하여 만들어졌다. 이 작가의 작품은 거창한 추상적 의미보다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인물 작품이 대다수다. ‘추억-여고시절’, ‘산들바람’, ‘해풍’ 등 다양한 색깔과 질감을 가진 이 작가의 작품들은 주로 과거의 기억들을 되짚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주로 인물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장난스러우면서도 깊은 감정이 엿보이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지는 매력이 있다.
이 작가는 “지금의 현대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저의 작품은 오히려 편하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비결일 것이다. 우리는 전국 각지의 불상들을 통해 눈이나 입꼬리 등의 미세한 표현에서 전해져 오는 미소를 많이 보아 왔다. 저의 작품은 전통적인 작품의 신체비례와는 다른 표현방식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독특하고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온 ‘꼬마’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바람’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기쁜 듯 보이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남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웃음이 보이는 등 인간사의 다채로운 표정을 모두 담은 이 작가의 작품은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미술계에서도 러브콜을 받아 현재까지 중국 베이징, 상하이, 대만 등에서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그 이름을 높인 바 있다. 이 작가는 특히 전시회를 찾는 관객들과 소통의 장을 여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을 사랑하는 동시에 관객을 존중하는 마음을 이어가고자 하는 그의 뜻은 특히 지역사회의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작가는 “전시를 보러 오시는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하다.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야 할 경우에도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사)세종미술협회 회장으로서 지역 기반 다져
지난 8월 2016 세종미술협회 아트페스티벌 개최
한편 이 작가는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작가들과 함께 (사)세종미술협회 회장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기관들이 이전하기 전에도 세종시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문화를 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고, 어느 정도 기관의 이전이 완료된 지금까지도 그 상황은 그리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지역 내 갤러리 시설이 미비하고 세종시 시민들이 좋은 전시회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세종미술협회는 지역 내 문화융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서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 작가는 “세종시는 현재 지역의 발전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도출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주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공연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적인 예술일 수밖에 없는 미술 전시장이 매우 부족할 뿐 아니라 그나마 있는 곳도 많지 않아서 제대로 규모를 갖춰서 전시를 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지역 작가들이 합심하여 새로운 문화의 전통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저희 세종미술협회의 가치다”라고 말한다.

공예, 서양화, 한국화, 수채화, 문인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사)세종미술협회는 현재 약 40여 명의 작가들과 함께 세종시 지역 내에서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고자 단체 조각전 및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홍보동에서 열린 ‘2016 세종미술협회 아트페스티벌 (SAAF) ’에는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해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최민호 전 행복도시 건설청장,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등 다양한 내빈과 함께 많은 지역시민들이 방문하여 세종미술협회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작가는 “예술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엇을 표현하느냐보다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한 만큼, 설사 미술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세종미술협회의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사)세종미술협회 이끌어가며 미술의 저변 넓힐 것
이 작가는 향후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새로운 단계를 추진하고자 하는 꿈을 품고 있다. 조각은 다른 미술 분야에 비해 특히 육체노동이 많이 필요한 예술이라 늦은 나이까지 혼자 힘으로 작품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작가는 “저 개인적으로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면, 조금 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이 작가는 현재 조수를 구하거나 후학 양성을 하려고 해도 돌조각 분야는 상대적으로 조망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아 미술대 학생들 조차도 돌조각을 회피한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또한 세종미술협회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관객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시민들에게 좋은 전시를 많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돌조각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예술 분야는 먹고 사는 일 외에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협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작가들을 서포트하고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하며 지역 작가들을 위한 활동에도 몸소 나서는 이 작가의 미래가 찬란히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 (사)세종미술협회 이태근 조각가

[Art] Sculptor Lee Tae-keun of Sejong Fine Art Association (SFAA)
Unique style as a sculptor and leading the SFAA as the president

Stone is not an easy material to create art works. One might need physical strength and technique to treat this heavy object. In addition to it, many artists also have to deal with financial problems. For this reason, they often have the second or even third jobs. Artist Lee Tae-keun, a sculptor and the president of the SFAA, is no different from this. <Power Korea> met him. 

Talking about life with stone
Lee was born in a mountain village in Yesan County. Growing up in a lonely environment, Lee often used his second eldest brother’s carpentry tools to make things by carving wood pieces. Starting to see his artistic talent, Lee joined an art club when in middle school and moved onto an art college. Lee mainly focused on molding when in university but meeting Yu Young-gyo, the first generation sculptor who studied in Italy, opened his eye to see the charm of stonework. He was inspired by the raw material and the process of turning a huge lump into an artistic work. “Stone carving requires both physical strength and sensitive hand for it easily falls apart with just one miss hit. But I found the carving process similar to our life like we live each moment to complete each day.”

International exhibitions
Lee mainly uses marble to express details of a face with his main subject ‘memory’ shown, for example, in ‘Memory-Girl’s High School Days’, ‘Gentle Wind’ and ‘Sea Breeze’. One might feel comfortable by watching these works. “I pursue simplicity in form and express our virtuous heart through my works. They are somewhat different from traditional smile shown in many statues of the Buddha but you can certainly find a unique and modern charm in my works.” Lee’s representative series works ‘Little Kid’ and ‘Wind’ attracted a great attention in various art fairs held in Beijing, Shanghai and Taiwan. His engagement with viewers during exhibitions also contributes to raising public interest in art.

Art festival by the SFAA
Meanwhile, Lee is serving as the president of the Sejong Fine Art Association. As a new city, Sejong still lacks in number of art galleries. “There has been a significant advancement in culture and art in the city. However, many of the facilities are rather designed for performance or show and art galleries are still relatively small in number. To improve the situation, regional artists, regardless their area of specialty, gathered together to launch the SFAA and the association currently has 40 member artists. We regularly hold exhibitions and art festivals and 2016 Sejong Fine Art Association Art Festival, held last August, in particular invited numerous renowned regional figures including the mayor.”

Appreciating art with citizens 
Lee continues “There must be good exhibitions if we are to attract more citizens to galleries. And it is the role of the SFAA to find and support talented junior artists.” When asked about future plan, Lee said “Personally, I want to find talented young stone sculptors. It is rather unpopular area due to its heaviness and little marketability. But I will push it forward anyway. As the president of the SFAA, I want to open more art galleries in the city. The more galleries mean the more opportunity for artists and the more diversity for people to enjoy art according to their own t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