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CE(LOVE) | 50X50X110cm | 오브제 2016

조형의 내재된 의미 확장, 버려진 차량부품 속 식물의 민낯을 꽃피우다
“폐자동차 부품을 가공하여 만든 화분은 몸, 그 안의 식물은 표정을 띤 얼굴을 의미”
조각가 임정규 작가 / 한남대 겸임교수
공(空)과 무(無)의 동양적 사유를 철판 위 정갈한 수묵담채화로 나타낸 <산수(山水)>를 발표한 조각가 임정규 작가는, 최근 참을성 강한 철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는 정크아트 작업에 여념이 없다. 외모와 내면의 속성과 상관관계를 21세기 재활용 조각예술에서는 과연 어떻게 적용하는지, 마치 <마이 페어 레이디>의 주인공이 된 양, 폐차량 부품과 식물의 삶을 인물과 생명체의 표정으로 재탄생시키는 임 작가의 케이스를 통해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버려진 고철이 자라나는 식물의 분신 겸 요람이 되기까지의 사연
산업폐기물을 소재로 한 정크아트 분야의 인기 소재인 자동차 부품을 사용해 독창적인 발상을 표현하는 조각가 임정규 작가는, 지난 해 공주국제미술제에서 <욕망, 자연으로 가다>라는 테마로 평단과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한남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단국대 조형예술학박사과정을 이수한 임 작가는 인체조각과 구상 시리즈를 거쳐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조각으로 재해석해, 평면 위에 철로 표현한 저부조 입체형 수묵담채화를 표현하며 삼원법 중 근중원경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공업사에서 버려진 자동차 부품들을 보고 이들을 조합해 조형물을 제작하며 작품에 변화를 주게 된다. 임 작가의 시도에서 흥미로운 점은 부품들을 조합하면서 인물이나 식물, 동물의 생명체 외관을 구현함과 동시에, 이 작품을 하나의 화분 개념으로 제작하여 식물을 심고 기를 수도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임 작가는 원과 곡선을 닮은 부품을 조합한 <Family>, 양철 로봇을 닮은 <Face>등의 조각에서 의식적인 표정 자체를 나타내고 있지만, 항상 관객에게 판단의 여지를 남기는 편이다. 작품에 심을 수 있는 식물은 작품의 속성처럼 꼿꼿하기도 하고, 가날픈 덩굴의 형태로 자라기도 하고, 커튼처럼 늘어지기도 하는 각각의 성질을 갖고 있다. 작품을 식물의 요람이자 화분, 그리고 은유화한 작품의 연장선으로 여기는 임 작가는 화원을 다니며 식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작품과 조화를 시키지만, 지나치게 기하학적이거나, 미학적인 의미를 설명해야 할 만큼 삶 속에서 동떨어진 주제를 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택은 관객의 몫이며, 작품을 전시용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작품에 물을 주고 돌보며 ‘트롤잔디인형’처럼 시시각각 변해 가는 작품의 또 다른 의미를 즐길 수 있도록 실용예술적 표현주의를 채택한다.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미학적 접근 추구, 예술품으로 랜드마크 만들고파
임 작가의 일련의 작품 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공간은 작품의 얼굴 역할을 하며, 마치 비무장지대의 황량함 속에 버려진 철모 안에 수줍게 핀 꽃처럼 상반된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항상 생각이 정체되어 있지 않으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취향 때문인지, 그는 금속을 다루는 와중에도 색을 입히거나 인위적인 부식으로 컬러링을 하고 마감 처리를 할 때도 용접이 어려운 금속과 잘 되는 금속과의 조합을 생각한다고 한다. 화분이나 얼굴의 이미지를 떠올린 것은 프리즈마로 작품을 커팅하는 과정에서 유래했다. 자르다 구멍 난 작품을 폐기하려다 야생화를 담았더니 잘 어울려서, 이러한 성향이 작품 속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다. 폐기물의 부활과 생명의 경이로움이라는 주제는 일반인들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임 작가는 이러한 사조를 산업미술의 형태로 발전시킬 아이디어도 있다. 현재는 자동차 배기통과 드럼, 점화 플러그처럼 드러난 부분으로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는 엔진처럼 자동차의 더 깊숙한 부분으로 심화해 들어가고, 세단과 트럭, SUV등 다양한 차량들에서 재료를 취합하여 조각가의 손에서 새로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산업폐기물은 자연물과 정 반대 성질이면서도 인간의 입장에서는 소모당하고 버려지는 위치에 있기에, 이러한 역설은 임 작가의 조각에서의 조형성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진지한 성찰에서 나온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용접과 재가공이라는 과정을 거쳐 긍정적으로 부활한 폐재료 부품들에게 희망적인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는 철을 껍질로, 식물을 갓 태어난 생물에 비유한 <Nature Birth II>, 식물의 하늘을 향한 꼿꼿한 기질을 재료적 특성으로 강조한 <Sunflower>, <Tree>등이 있다. 앞으로도 작품 제작을 계속하여, 언젠가는 화가인 아버지의 미술관 바깥을 조각으로 채워 예술인 가정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는 임 작가는 8월 20일~26일까지 대전 KBS방송국 1층 로비에서 진행될 개인전을 준비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자리는 대전문화재단의 개인전 공모에 선정된 초대전 형식이며, 산업폐기물이 갖는 시대적 의미에 작가의 상상력, 감상자의 참여 가능성에 많은 감성을 할애한 12-15점의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소개될 것이라고 한다.

▲ 임정규 조각가

Expansion of sculpture’s inner meaning
Flowerpots made from scrapped cars
Im Jung-gyu, sculptor and adjunct professor at Hannam University

From scrapped cars to flowerpots
With his work ‘Desire Goes to Nature’, sculptor Im surprised both art critics and viewers at Gongju International Art Festival last year. Im majored in art education and obtained a master’s degree from Hannam University and a PhD in formative arts from Dankook University. Im usually made body sculptures and once reinterpreted Mongyudowondo, Ahn Gyeon’s famous Joseon Dynasty painting, as a sculpture. He started to turn his style to sculptures made of industrial waste when he saw a pile of scrapped cars at his friend’s workplace. Im uses the waste to create the figure of man, animals and plants in flowerpots and you can actually grow plants or flowers in the pots. Im sees the pots as an extension of the plants growing up towards various directions in various forms and avoids too much unrealistic elements in order for viewers to interpret his works without troubling their intelligence much. ‘Family’, for example, resembles circles and curves while ‘Face’ a tin robot. It is Im’s intention that people enjoy the pleasure of appreciating an art work and growing a plant at the same time with his work.

Making a landmark with sculptures
Seeing Im’s works, one might conjure up an image of an abandoned rusty helmet in the DMZ. Im takes a considerable amount of time to give an appropriate color and texture of the surface through corrosion and welding. His idea of plant and face was found at cutting the holed works he was about to throw away from which he tend to develop the subject ‘resurrection of waste and awe of life’ in a form of industrial arts. Im at the moment uses exhaust stacks, drums and igniter plugs for his works but plans to expand the parts to engines from various types of cars. Giving a new life to industrial waste for Im is a meaningful work as people can think about the things they once threw away when they come back in difference forms. In his work ‘Nature Birth II’, we might find the vitality of a just born plant and ‘Sunflower’ and ‘Tree’ the yearning to reach the sky. Currently, Im is preparing for a solo exhibition scheduled to be held at The KBS Daejeon on 20-26 August and he will display 12 to 15 works. When asked about future plan, Im said “My father also is an artist and is running a gallery at the moment. One day, I want to fill up the gallery garden with my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