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작가_황금보리달항아리

여름은 보리의 계절이다. 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초봄 들판을 푸르게 물들였던 보리는 초여름의 소낙비 속에서 따스한 황금물결을 일렁이며 알알이 영근다. 우리 어린 시절의 고향 들판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였던 ‘보리’의 추억을 예술로 형상화시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이가 있다. 바로 보리도예공방의 김은진 작가이다.

따스함과 강인함 가진 보리, 독창적 작품세계를 이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학문당 서점 후문에서 시작되는 ‘에꼴 드 창동’ 골목에는 마산르네상스의 부활을 꿈꾸는 예술작가들이 저마다의 작품세계와 창작활동을 펼치는 공방과 갤러리가 가득하다. 좁고 낙후됐던 골목길은 예술의 손길을 받아 다시금 생기를 되찾고 있으며, 을씨년스러웠던 빈 건물들에는 하나 둘 사람의 온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그 골목길의 끝 모퉁이를 돌면 아늑한 찻집 같은 분위기의 ‘보리도예공방’을 만날 수 있다.

경남 남해가 고향인 도예가 김은진 작가의 호는 ‘보리’이다. 공방의 이름과 호에서 보듯 그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소재는 바로 ‘보리’이다. 김 작가는 “어릴 적 고향인 남해 들판을 가득 메운 보리를 보면서 왠지 마음이 끌리는 걸 느꼈어요. 이후 고등학교 때 도자기 전공을 결정하면서, 자라는 내내 마음 한 편을 차지하고 있던 보리에 대한 느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죠”라고 말했다. 김 작가에게 보리는 ‘따스함’이었다. 벼의 그것과는 다른 풍성한 느낌의 따스함과 한반도 어디서나 자라는 강인함, 모든 이들에게 평등한 사랑을 베푸는 보리는 ‘어머니’와 닮아있었다. 김은진 작가가 ‘달 항아리’에 유독 애착을 갖고 있는 까닭도 이와 비슷하다. 문씨 성을 가진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이름과 세련되고 매끈하기보다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정서가 그에게 따스하게 와 닿은 것이다. 이후 김은진 작가는 도자기를 전공하며 ‘보리’를 통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갔으며, 1992년 경남미술대전에서 ‘달 항아리’ 작품으로 입상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선물하고 싶어요”
예부터 배부른 항아리는 ‘다산다복’을 의미했다고 한다. 결혼하는 이에게 선물하면 자손이 번창하고, 집안에 두면 풍요롭게 산다는 것이다. 또한 황금색은 모든 색의 중심인 가장 완성된 색이면서,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색으로 인식된다. 복과 재물, 좋은 소식을 불러들이길 기원하는 ‘처녀항아리’와 따스함의 정서를 가진 ‘보리’, 장수와 행운을 가져오는 ‘황금색’을 담은 ‘보리 달항아리’ 작품은 인간의 내면과 소망, 자연의 위대함과 그 안에 담긴 위안에 대한 그의 투철한 작가정신의 산물이다. 그 안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추억의 공간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으며, 우리 민족의 애환, 언 땅에서도 싹을 틔우는 생명의 뜨거움을 담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19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에서 김은진 작가의 ‘황금보리 달항아리’가 대통령상인 통일대상을 수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치단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보리를 통해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를 다시 한민족으로 연결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곡선의 항아리에 스며든 공감과 향수의 정서가 평화통일의 상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미술협회이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경남미술대전 추천작가, 창원시문화재단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는 김은진 작가는 일반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오는 7월 창원세코에서 개최되는 경남국제아트페어 출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11월에는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들과 릴레이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공방에서는 토기 꽃병체험 프로그램과 보리그림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자치센터나 시청, 구청 등 공공시설에서의 전시회가 좀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사람들이 가진 소망들을 품 안에 가득 담아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작품 활동에 열정적으로 매진하겠다는 김은진 작가에게 파워코리아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A memory of ‘barley’ engraved on a moony jar
Artist Kim Eun-jin of Art GB (Barley Pottery Craft Workshop)

Barley’s warm and tenacious properties create a unique art world
Starting from the back door of the Korea’s oldest bookshop Hakmundang, there stand numerous galleries and art workshops on the alleys of Chang-dong Art Village in Masan. Once a glorious city center, the area had become and remained rather desolateuntil Mansan, former a city but now part of Changwon City, turned the area as such today. Letting your foot where it leads you through narrow path here and there, you can at time meet with Art GB (Barley Pottery Craft Workshop)run by artist Kim Eun-jin. Kim was born in Namhae, a city in southern part of Korea and she often prefers to use her nickname Boris (barley). As the sound of her nickname suggests, barley has been her unchanged subject for creation. “I grew up by seeing the barley field in my hometown and I was so drawn to it. The impression always remained in my heart and I sometime called it out when I studied pottery in high school.”Barley for Kim resembles the images of‘warmth’and ‘tenacity’ as well as ‘mother’. Her attachment to ‘moony jar’ also comes from this sentiment. It reminds her mother’s family name ‘Moon’ and her warm and smooth curves of the body. After majoring in pottery at university, she put herself at the door to being a professional artist by winning prizes at Gyeongsangnamdo Fine Arts Exhibition in 1991 and at another exhibition with her work ‘Moony Jar’ in 1994.

“I wish my works could give a hope and a little bit of comfort to people”
From olden times, jars have been perceived by people as to contain ‘abundance in offspring and luck’. So people put a jar or more here and there in their home. Gold, on the other hand, is the color that brings wealth and longevity. Kim poured the meanings, as well as their lost memory, joys and sorrows of Korean peole and the vitality of life, into her works ‘Virgin Jar’, ‘Barley’, ‘Barley Moony Jar’ and ‘Golden Barley Moon Jar’ which won the presidential prize at the 19th Korea Unification Fine Arts Exhibition last year. Barley means ‘solidarity’in the language of flowers and it might have played an advantageous role for Kimto win the prize.Also serving as a directing board of the Korean Fine Arts Association, a judge of the Grand Art Exhibition of Korea and being a Gyeongsangnamdo Fine Arts Exhibition recommended artist and a steering committee member of the Changwon Cultural Foundation, Kim’s passion and effort to be one step closer to people have been an ongoing project. For the moment, kim is preparing to display her works at the Gyeongnam International Art Fair in July this year and to hold a relay exhibition with fellow artists in the village in November this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