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전통문화연구회 심종보 대표]
전통서각 아름다움 전승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감각 접목해
2010년 강원전통문화연구회 설립하고 교육 이어가

나무를 깎아 작품을 새기는 예술 분야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특히 우리 전통 예술인 서각은 전통 방식의 그림과 글씨 등 다양한 것을 나무에 새기는 예술의 한 갈래다. 또한 예로부터 내려오는 방식을 지키는 전통 서각에서부터 현대에 전승되어 작가마다 독특한 미감과 개성을 드러내는 현대서각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 역시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칼로 나무를 빚어내는 과정은 마치 수도자의 수련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숭고하면서도 경건한 것이기에 작가로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더 없이 소중한 예술이다.

장승과 사랑에 빠진 심 대표, 자신의 스타일로 재창조해
디자인 특허 등록 완료, 명인으로서 역할 다해
강원전통문화연구회를 맡고 있는 심종보 대표<서각 작가, 호는 단초(端樵)>는 어린 시절부터 산으로 들로 하염없이 쏘다니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리저리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그 중에서도 심 대표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였던 것은 바로 끝없이 펼쳐진 산의 능선이었다. 본능처럼 산에 이끌려 하염없이 산을 오르내리던 젊은 시절, 그는 어느 곳에선가 문득 운명처럼 골짜기에 홀로 서있는 장승 한 쌍을 맞닥뜨리게 된다.

예로부터 전통 문화의 하나로서 마을 어귀마다 수호신의 역할을 하며 꼿꼿이 서있는 한 쌍의 장승. 그 조형물이 주는 신비한 느낌과 한민족의 굳건한 심지를 대변하는 듯한 표정과 모양새는 자연을 벗 삼아 산책을 즐기던 심 대표 마음속에 한 줄기 파문을 던져놓았다. 심 대표는 “오랜 세월동안 한 자리에 있는 장승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며 닳고 닳아 윤곽마저 희미해졌고, 군데군데 이끼가 껴 있으면서도 내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편에 어떤 뿌듯함마저 느껴졌다”라고 말한다.

그 때부터 심 대표는 무작정 장승을 깎아 나가기 시작했다.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닥치는 대로 작업에만 열중했고, 전통 방식에 맞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지역 도서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민속자료를 이리저리 빌려가며 우리 방식에 대한 배움과 연구를 쉬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이름난 장승장이들을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배움을 구하고 작업을 지켜보았다. 그 결과, 심 대표는 2008년 솟대디자인 특허 등록, 2009년 장승디자인 특허 등록에 성공하였으며 전통서각∙전통장승 명인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전통 방식의 서각 연구하며 특색 있는 작품 만들어
휘고 굽어있지만 단단한 나무처럼, 새로운 예술 이어가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을 잠재우기에 그의 열정과 노력은 너무나도 강렬한 것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모조리 따라다녔고, 여러 스승들을 만나기 위해 30만원이 넘는 기름 값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기름 값이 1리터에 650원이었다고 하니 가히 그의 열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심 대표의 장승 작업은 나무 본래 모습을 존중하여 자신만의 특색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무가 휘고 굽어있으면서도 단단한 것을 골라, 단순히 반듯하고 결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굽이치고 휘몰아치는 여러 갈래의 상념 속에서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다.

장승을 오랜 기간 만들어내다 보니 심 대표는 어느덧 서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장인이 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전통 방식의 미학을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그이기에, 만들어내는 여러 작품들 속에는 그만의 고집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전통 방식의 서각 방법론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이어간 끝에 최근에 강원전통문화연구회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아 우리의 소중한 전통예술인 서각을 이어나가기 위한 행보에도 열심이다.

서각은 특히 여러 가지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동양화나 서예 등 전통예술의 형식이 2차원의 종이 안에서 머무르는 데 반해 그것을 3차원의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조각도 음각, 양각, 음양각, 음평각 등 깎는 방법이 많아 작법을 선택함에 따라 다양한 풍취를 자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 대표는 “서각을 하는 방식도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방식이 45도 각법을 위주로 형성되어 평면적인 부분을 다소 줄여나갔다면,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90도 각법을 사용하는 차이가 있다. 나무를 깎는 사람이라면 왜 특정한 칼을 선택해 사용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어떤 조각 방식을 선택했을 때 어느 나무를 선택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원주시 보문사, 백담사 등에서 빼어난 현판 작품 만날 수 있어
2010년 강원전통문화연구회 설립, 올해 명인전승아카데미 참여해
심 대표는 2009년에 전통목공예지도자 자격을 인증 받고, 고려대학 서예문인화 최고과정 전통서각을 강의하며 한국철도시설공단 강원본부에서 서각강사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2001년 20회 원주치악제 장승경연대회 대상, 2008년 26회 예술대제전 서각부문 금상/공예부문 은상, 2010년 제7회 동아국제미술대전 최우수상, 2012년 동아국제미술대전 우수지도자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작가다. 현재까지 50회 이상의 초대작가전 및 개인전에 참여한 경력을 갖는 베테랑 작가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그가 새긴 현판 작품은 화천군 곡운구곡 유적지 정자, 원주시 보문사, 백담사, 오세암 등 다양한 곳에서 그 곳을 찾는 여러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고 있다. 그토록 오랜 경력을 갖고 있으며 작가로서도 일가를 이룩한 그는 작품 활동과 함께 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도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10년 설립한 강원전통문화연구회다. 심 대표는 강원전통문화연구회에서 칼 쥐는 법에서부터 칼 가는 법, 각 나무의 특성에 맞는 칼을 고르는 법 등 지극히 기초적인 부분에서 시작해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전체적인 과정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매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그의 열정 덕분인지 강원전통문화연구회의 서각 수업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 입시를 앞둔 학생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한 데 모여 매일같이 연습에 매진한다. 심 대표는 “워낙 다양한 분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가르치려고 한다. 그간 연구회를 운영하다 보니 이제 저에게 배우고 공방을 운영하거나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뿌듯함을 느끼며 무엇보다 마음이 맞는 여러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한편, 심 대표는 올해부터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명인전승아카데미 ‘이수자 양성과정’에 전통서각명인아카데미로 참여하여 서각 분야의 길을 가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줄 예정이다.

“작가들의 꿈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필요해”
전통예술의 아름다움 전파하는 데 앞장서
심 대표는 “인간냄새 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는 소감을 전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내세우고 끝까지 몰아가는 대신, 그 자리에서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채우는 동시에 비워낸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장승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작가다운 말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국내 예술인들의 생활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점을 항상 안타까워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전통예술 안에서도 워낙 많은 분야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파악하기가 힘들고, 또 제도적 지원에는 절차상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도 심 대표는 꾸준히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모든 것에 정성을 기울이고 작품을 대할 때 작은 것은 작은 대로, 큰 것은 큰 대로, 모두 같은 마음으로 작업한다”는 심 대표. 그의 바람처럼 전통문화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면서 더불어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움으로 깊게 새겨져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단초(端樵) 심종보 작가> 
개인전 3회
전통서각명인(제13-1101-32호)
전통장승명인(제14-1103-26호)
한국미술협회 전통공예 서각분과 이사,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한국각자협회 상임이사, 초대작가, 강원지회장, 심사위원 역임
고려대학교 서예문인화 최고과정 출강
강원 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대한민국 영일만 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전국회룡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강원전통문화연구회 회장
원주서각회 회장
한국예술문화 명인전승아카데미 원장
한국예술문화 명인부문 전문위원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미촌길 31-6번지
010-3135-1433
cafe: http://cafe.daum.net/seim007

 

[Director Sim Jeong-bo of Gangwon Traditional Culture Research Society]
Sim establishes the society in 2010 to spread the beauty of Seogak (words carved on wood)

Recreating Jangseung (Korean traditional totem pole at the village entrance) and obtaining design patents
Director Sim Jeong-bo of Gangwon Traditional Culture Research Society liked roaming around all over the fields and mountains around his town from his early age. Sim especially was drawn to the ridges of the mountains waving endlessly along the sky line. Strolling absent-mindedly up and down the mountains, Sim came to a stop right in front of a couple of Jangseung one day. And the couple instantly created a stir in his heart. He remembered "I was touched by the totem poles standing still for many years. The wood was worn out, the line obscure and the moss here and there. Nevertheless, They just stayed there and I felt some kind of pride in their endurance and consistency." Since that day, Sim started to carve wood into Jangseung day and night while collecting folk materials time to time. After about 2 years, Sim started to travel all over the nation to study Janseung in each region and create his own style of Jangseung and Sotdae (a pole signifying prayer for a good harvest). Thanks to his passion and effort, he obtained a design patent for Sotdae in 2008 and another for Jangseung in 2009. 

Creating unique style
To satisfy his desire to know everything about Jangseung, he has participated in almost all exhibitions and fairs relating to the totem poles and met numerous masters (teachers) no matter how much it would cost him. Sim's works are famous for their unique curved style like the river winds its way. And this style, with his long time career in the field, has made him a master in the field. If it is for the Jangseung made in the traditional way and esthetic value, Sim never cares for its troublesome process no matter how long it takes. Great technique and knowhow he achieved, Sim then tried to find a way of spreading the beauty of Seogak to the world and established Gangwon Traditional Culture Research Society in 2010. Seogak is a three-dimensional form of art applied with various carving methods such as intaglio, emboss, etc. Sim explained "The styles of Seogak differ from country to country. Korea, for example, prefers carving at a 45˚ angle while China and Japan at a 90˚ angle. But regardless the angles, good carvers know well about what kind of knives on what wood they have to use." 

Sim's works hanging on Bomun Temple in Wonju and Baekdam Temple in Inje
Establishment of Gangwon Traditional Culture Research Society in 2010 and participating in Master's Technique Transfer Academy

Sim obtained a certificate of Traditional Woodcraft Instructor in 2009 and is working as a Seogak instructor of Master's Course of Calligraphic Paintings at Korean University and at the Korea Rail Network Gangwon Headquarters. 

He also won numerous prizes including the grand prize at 20th Wonju Chiakje Jangseung Contest in 2001, gold and silver prizes in the Seogak and crafts category of 26th Folk Art Contest in 2008, the best prize and the best instructor prize at 7th Donga International Art Contest in 2010 and 2012 respectively. In terms of exhibitions, Sim has held and participated in more than 50 solo and group exhibitions. You can meet his works at Bomun Temple in Wonju and Baekdam Temple in Inje to name a few. Meanwhile, Sim is actively passing down his knowhow and skills to his pupils covering from choosing, grabbing and sharpening the knives to the whole carving procedure on a weekly basis at the Gangwon Traditional Culture Research Society. The pupils range from elementary school students to adults. Sim said "Some of my pupils are now running their own workshops and I feel really worth that more people are finding pleasure and happiness in Seogak." Meanwhile, Sim is participating in the 'Training Programme' of the Master's Technique Transfer Academy hosted by Yechong (The Federation of Korea Art & Cultural Organizations) as a Seogak instructor from this year.

Government support is needed to talented young wood carvers
Sim continued "I want to be a person who can accept things as they are rather than seeking the way to show off. This is very important for me to empty my mind to create my unique style." Meanwhile, Sim is regretful about the lack of government support to promising young wood carvers as most of them are experiencing financial difficulties. So he suggests to the government to bring up a simple yet effective support system as the complex procedure often made them give up on the benefit that they might otherwise can receive. Sim concluded "If you give 100% of your heart and physical effort to your work, whether it is big or small, the public will respond to the work with much praise." 

안정희 기자  honesty58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