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조형으로 만든 여러 토끼들의 인생 우화집

조각가 이준영 정재헌 기자l승인2016.03.17l수정2016.03.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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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조형으로 만든 여러 토끼들의 인생 우화집
“좌절로 웅크렸다 꿈, 희망과 사랑을 향해 뛰어오른 토끼라는 거울”
조각가 이준영 

토끼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규정하기 어려운 여러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전문 브리더들은 토끼를 일컬어 개와 고양이의 장점을 합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미키 마우스의 라이벌 벅스 바니는 토끼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는 신사, 혹은 풍자하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150년 전 호주의 그레이래빗들은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행위를 거부하고 폭주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절망을 밟고 희망을 향해 뛰어오르는 다양한 토끼들로부터 우리의 삶을 반추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조각가 이준영의 작품들을 살펴보자. 

작가 한 사람의 페르소나, 메타포를 넘어 ‘우리’를 포괄하는 토끼
사진작가, 만화가에게 피사체로 가장 사랑받는 것은 그들의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그들의 생활 습성과 닮은 데다 많이 키우다 보니 관찰할 기회도 많아서일 것이다. 조각가 이준영 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동물을 토끼라고 말한다. 성신여대 조소과에 재학 중, 충무로 전철역에서 어떤 할머니로부터 미니 토끼를 구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미니토끼라는 말이 요즘 삼시세끼를 통해 ‘장모치와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났던 것처럼 당시에는 ‘미니토끼’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그런지 토끼를 파신 할머니는 먹이와 토끼를 단돈 5천 원에 팔면서 하루에 먹이로 펠릿을 두 알씩만 먹이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미니토끼는 그렇게 살 수 있는 토끼가 아니었다. 단지 속아서 구입한 아기 토끼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가는  일반적인 토끼처럼 부쩍 커서 이 작가의 손안에 잡히지도 않는 토끼에게 많은 애착을 느꼈다. 동물계 먹이사슬의 하위권인 토끼는 잘 때도 귀를 세우고, 작은 소음에도 잠을 깨고,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숨고, 생존을 위해 먹을 수 있을 때 계속 먹고 만큼 먹고 끊임없이 배설하는 예민한 동물이다. 그런 토끼의 삶에서 작품활동과 아르바이트, 예술가로 평가받는데 신경이 곤두선 자신과의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성신여대 조소과 대학원에 진학하고부터는 토끼에 대한 동질감이 자존감으로 나타났다. “토끼를 의인화하면서 사자, 호랑이, 불독 같은 동물과 비슷하거나 더 크게, 더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겁 많은 토끼는 작가의 작품 속에서 점점 당당해졌고, 작가 개인의 페르소나였던 토끼는 주변 사람들로 확장되어 ‘우리’, ‘사람들’을 상징하게 되었다. 이 작가는 <나는 하트사슴이야>로 하트 잎사귀가 뿔에 열리는 사슴 같은 기타 동물들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토끼를 기르고 관찰한 경험이야말로 토끼의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반려동물이고 영화, 만화, 동물원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토끼는 귀, 꼬리, 실룩이는 생동감 있는 표정이 사람들의 뇌리에 확실히 인식된 동물이기에, 인간의 감정을 토끼에 치환하는 작업은 남녀노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기 충분했다고 이 작가는 덧붙였다.

좌절을 딛고 희망을 향해 뛰어오른 사랑의 전도사를 자처하다
이 작가의 작품은 토끼의 귀여움을 강조하거나, 과장하기보다는 배경과 어우러진 절제된 일러스트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양감과 한 가지 무채색, 원색으로 표현한 표정 없는 <좌절토끼> 시리즈에서는 앉거나 선 채 고개를 떨구고 좌절하는 2족 보행 인간의 좌절감에 대한 메타포가 확실하다. 그 쓸쓸한 뒷태에서 동료에게 위로하듯 어깨에 손을 얹고 말을 건네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연상되기에, 이 작가는 작품에 대해 일부러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관객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든 간에, 토끼의 절망에 연민을 느끼거나, 혹은 비슷한 고통을 극복할 계기로 삼거나 자유롭게 느끼면 된다. 직접 보고 느끼는 감정 그대로가 답이다.” 

시인이 몇 개의 단어에 문장을 압축하듯, 조각가는 한 편의 작품에 자신의 스토리를 담아 개개인에게 적합한 힐링 자유이용권을 주는 사람이다. 또한 작가는 경제적인 상황으로 어려웠던 시절, 힘들어 지치고,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고 싶은 마음을 좌절로 표현했듯 자신의 페르소나이자 사회관을 담은 토끼는 점점 더 다양한 인격과 개성을 담고 있다. 작년 12월 1달 간 사천 1호 미술관에서의 <메리 토끼마스! 해피 깡충>전에는 인간 군상에게 느낀 희망과 꿈, 애착에 대한 여러 오브제들도 준비해 두었다. 한 편의 우화를 담은 <토끼와 거북이의 사랑>, <히어로 러브 토끼>등 토끼의 희망과 감수성을 적극 표현한 것이다. 

토끼, ‘몸으로 말해요’에서 이제는 레터링(Lettering)으로 메시지를 전하다
이전까지 절망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웅크리고 앉은 접기(Folding) 자세를 택했다면, 2015년부터 이 작가는 개방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레터링(Lettering)을 택했다. 예를 들면 사랑의 기쁨으로 충만하여 말하는 ‘사랑해’는 절대적인 호소력을 갖는데, 이 작가는 <Love Making>에서 영구히 멈춘 자세로 관객을 만나는 토끼에게 관객을 설득할 도구를 하나 선물해 주었다. 토끼는 한창 ‘love’를 필기체로 적어가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영화 인트로에서 각 배급사의 마스코트들이 1차원의 벽, 3차원의 열린 공간을 활용하는 것처럼 이 토끼는 자유로운 존재다. “그동안 색감이 밝은 것은 희망의 블루, 정열의 레드 같은 원색 고유의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며, 좌절은 희망으로 향해 가는 도움닫기의 과정이다. 토끼의 접혀진 긴 다리는 바닥에서 궁리를 하고 뛰어오르라는 의미, 토끼가 앉아 있는 상자는 토끼와 함께 앉아서 문제 해결법을 고민하라는 공간인 셈이었다.” 토끼가 있는 공간, 토끼가 갖고 있는 사물은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한잔 기울이는 술잔이 격려의 의미이듯, 희망과 꿈,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주제를 위해 상징하는 오브제들이 토끼와 함께 하는 것이다. “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다양한 감정, 더 나은 삶을 향해가는 사람들을 위한 격려다. 인생의 새로운 접근방식,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상징하고 때로는 감정의 주체자로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토끼를 보면서 각자의 인생을 즐기고, 삶 속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길 바란다.” 그동안 개인전과 50여 차례를 넘는 단체전, 2000년 제 4회 홍익야외조각대전 대상 등 환경조각 부문에서 입상과 당선을 해 온 저력은 인간군상에 대한 이해, 공감에서 시작되는 작가의 이러한 따뜻한 시각 덕분이었을 것이다. 흙과 폴리코트, 철근과 씨름하며 상상 속의 친구들을 현실로 불러낸 이 작가의 작지만 끈질긴 소원, ‘지치지 않고 끝까지 작품을 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는 그 바람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루어지기를 응원해 본다. 

 

▲ 조각가 이준영

A fable of the rabbit made in a simple form
The missionary of love rising for dream and hope from despair
The rabbit sculptor Lee Jun-yeong

The rabbit who embraces the hearts of people
It is said that pets are most beloved subject for many photographers and cartoonists as many of them nowadays live with one or two. For sculptor Lee, rabbit is the one who inspired the most. She bought the rabbit by chance from an old woman around Chungmuro Subway Station when she was majoring in sculpture at Sungshin Women's University. She says "Mini rabbits (stays small til die) became popular for pet animal around that time and I bought the rabbit at KRW 5,000 including the food but I soon realized that there was no such thing as mini-rabbit but only baby rabbit." Nevertheless, Lee felt a great affection to the rabbit from baby to grown up. Belonging to the bottom of the food chain, rabbits fear many thing even for a little sound or a slight movement and Lee felt a sympathy to it as she herself were suffering from anxiety for being an artist. But this anxiety and sympathy rather developed into self esteem by the time she took a master's course in sculpture at the same university; she personified various animals such as rabbit, tiger, lion and bulldog in real or bigger size with confidence. The timid rabbit became bold and was the symbol of 'us' and 'people'. Lee says "Rabbits show lively expressions on face and body and this element can draw a great similarity and sympathy from people." 

The missionary of love rising for dream and hope from despair
Lee does not emphasize or exaggerate the cuteness of a rabbit but gives simplicity in a 3 dimensional form. In the series of 'Despaired Rabbit', Lee made the rabbit sitting or standing with the head down to express the despair we feel in our lives. One might cannot help putting his hand on the despondent shoulders of the rabbit to cheer him up when seeing it. Lee says "I don't want to push audience to feel something. If my work can arouse a sympathy, that is more effective than the explanatory words. It's the same like a poet hides a meaning behind a word." The series also is the avatar of Lee's frustration (due especially to financial difficulty) which she ardently wanted to overcome. In the exhibition 'Merry Rabbitmas! Happy Hopping' held at Sacheon Gallery 1 for one month in December last year, Lee told about our dream, hope and attachment through the rabbit. 'The Love of The Tortoise and The Hare' and 'The Hero Lovely Rabbit' in particular stimulated the sensitivity of the audience. 

Delivering a message through lettering
If Lee used a folding pose of the rabbit to express despair up until last year, she now takes lettering to openly express her thoughts. When we say "I love you", we feel a great force and affection. In the work 'Love Making', Lee expresses the pleasure of love by letting the rabbit write the world 'love' in lettering. Lee says "Blue means hope and red passion. These colourful images are the process of turning despair to hope. The folding legs of the rabbit means to rise one more time from the bottom and the rabbit sitting on a chair means to find a solution together. The space and things in which the rabbit is surrounded are the device for the rabbit to overcome failure and frustration." Lee added "Ultimately, I want to give an encouragement to people through my rabbit series. I ask them to pursue the beauty of life, enjoy their lives and be the protagonist of their own lives." Meanwhile, Lee has held more than 50 solo and group exhibitions so far and won the grand prize at The 4th Hongik Outdoor Sculpture Awards in 2000. 
 


정재헌 기자  jjh052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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