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방

나의 작업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는 길은 결국은 우주 속의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행위이다. ...공간과 우주, 인간, 남과 여, 시지포스의 신화, 인생을 테마로 드로잉, 회화, 오브제를 사용한 꼴라쥬, 레디메이드를 이용한 인스탈레이션, 판화(동판화) 등 다양한 기법으로 작업해 오고 있다. <작가 노트 중>

‘붉은 방’, ‘부조리의 유희’ 작품 등으로 알려져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양화가 이영식 작가. 이 작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청백여류화가회와 신조미술협회 등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여러 전시에 참가하는 등 대구 대표 작가로 이름 올리고 있다. 그녀는 추상에서 구상으로 변화를 거치며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오는 한편, 그동안 대구와 부산 등지의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교육자였다. 담백한 성격의 이 작가는 “평소에 형식에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 한다” 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대구시와 인도 간 국제 교류전에서 스케일 큰 설치 작품을 선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전시는 대구 작가들과 인도 타고르 대학 교수들과의 교류전으로 실질적으로 인도를 대표 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은 당시에 이들은 물론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이 작가는 이 국제교류전에서 전시장 기둥을 중심으로 오방색을 입힌 고무신을 바닥에 원을 그리듯 여러 겹으로 세팅하거나, 십자 형태로 세팅해 늘리는 등 규모와 작품성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는 현대인들 특히 서민들의 삶을 표현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화에 대한 접근,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유 보여줘

이영식 작가는 지금까지 11회 개인전, 200여 회 단체전과 국내외 초대전에 자주 불리우며 중견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대표 작품은 ‘붉은 방’, ‘부조리의 유희’ 등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작품 전개는 존재로서의 나, 즉 우주 속에서 나를 찾는 것을 주제로 한 작품, 시지프스 신화를 주제로 한 현대인들의 불안과 초조, 시간과 공간을 푠현한 작품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전시 해오면서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

특히 ‘시지프스 신화 작품 시리즈’는 인간 실존의 문제에 대면해 온 결과로서 일련의 정신적 필연성을 지닌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 그림에는 무거운 바위 대신 자동차 핸들 같은 바퀴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떠있는 인물의 실루엣이 등장한다. 사방 벽면에 갇힌 채 돌아가는 바퀴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인간상들, 그 숙명을 반영하듯 애써 팔을 뻗친 공간에는 또 다른 벽들이 막고 있다. 또한 ‘시간과 공간 작품 시리즈’ 도 화단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장미진 미술평론가는 “이영식 작가는 화면의 평면 공간을 겹겹의 구조물로 입체화하면서 3차원, 나아가 4차원의 ‘심리적 블랙홀’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공간 변용과 아울러 작가는 최대한 물감의 마티에르를 억제하고 필선과 실루엣을 투명성을 통해 인간 몸체의 허깨비 같은 인상을 투영해낸다. 마지막으로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과 아크릴을 주재료로 하고 있지만, 변형되고 왜곡된 인체와 벽면에 색연필과 연필로 윤곽선을 강조하고 자연의 흔적들을 부가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우주적 토포스(장소)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탄탄히 다져진 학문과 다양한 소재로 자유롭게 표현.

우리나라에는 역량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이영식 작가는 잘 다듬어진 학문과 작업을 바탕으로 여러 소재를 응용한 작품을 밀도 있게 표현해 간다. 그녀는 어릴 때 그림을 무척 좋아 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자기와는 다른 방식의 그림을 표현하는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대학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런 점을 늘 기억에서 지울 수 없었던 그녀는 고민에 빠졌고, 더 나은 방식으로 작품을 표현 해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인지 이 작가는 미술을 하면서 누구보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높은 작가에 속한다. 대구카톨릭대(옛 효성여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 경성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 했고, 그 후 신라대, 경성대, 경북대, 대구카톨릭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일본 후쿠오카교육대학 대학원에서는 회화와 동판화를 전공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그녀는 일본 등지에서 전시전을 갖는 등 그동안 국내외로 두루두루 경험도 쌓았다. 자기 자신을 냉철히 알고, 오랜 시간 자신을 더 채찍질 하며 완성해 가는 성공자 처럼, 그녀 역시 많은 노력을 학문과 그림에 쏟아 부어 온 것이다.

엄마와 딸이 친구처럼 운영하는 ‘이도갤러리 카페’

한적한 골목의 카페. 실내에는 향긋한 커피 내음이 코를 자극하며 음악이 잔잔히 흐르며 테이블마다 놓인 꽃들은 늦가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친구끼리 마주 앉아 맘껏 수다를 떨어도 좋을 만한 정겨운 장소이다. 골동품 같은 세간들 사이로 그림들이 여럿 걸려 있다. 소품 같은 작품들도 올망졸망 보인다.

대구시 수성구 주택가 안의 <이도 갤러리 카페>. 카페는 이런 모습을 간직한 채 골목 안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이영식 작가가 딸과 함께 운영하는 작은 화랑 같은 카페다. 많지는 않지만 작가의 미술 작품들로 채워져 갤러리와 카페를 겸하고 있다. 운영 된지는 1년여가 된다. 실내 인테리어는 이 작가의 딸이 맡았다. 카페 입구에는 영어로 ‘아이 러브 유’ 와 ‘미투’ 가 낙서하듯 자유롭게 채색되어 담겨진 그림도 눈에 띈다. 이 작가는 좋아하던 소설가 최인호씨가 사망한 기사가 실린 신문지 위에 작가를 그리워하며 그린 작품이라면서 “최인호 작가의 부인과 딸이 ‘아이러브 유’ 라고 하니 최인호씨가 ‘미투’ 란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최인호씨 작품의 내용을 담아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 해 본 것이다” 고 설명을 곁들였다.

3층짜리 주택 맨 아래층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에는 오픈 당시 유명 작가와 지인들이 기증한 작품도 더러 있다. 대학에서 건축과를 졸업한 이 작가 딸의 작품인 인테리어에 미술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며 찾아오는 손님들의 작은 휴식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도 갤러리 카페> 주인장이기도 한 이 작가는 “앞으로는 환경 보호 차원에서 새 것이 아닌 버려지는 것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고 싶다” 는 작품에 대한 끝없는 열망을 내비쳤다. 여기에 그림 감상과 향긋한 커피도 음미하며 오감을 자극하는 문화 장소 <이도 갤러리 카페>도 있다. 작가의 열정이 담긴 작품을 감상하는 것 뿐 아니라, 차도 마시며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마음껏 풀어내 볼 수 있는 이쁜 카페에 한번 씩 찾아가 보는 것도 참 좋을 듯싶다.

▲ 인생

Unique approach to myth and existential expression
‘Red Room’ and ‘Play on Absurdity’

Artist Lee lives in Daegu City and runs 2℃ gallery cafe. She is a member of Chungbaek Female Artist Group and Shinzo Art Association and is actively participating in various art exhibitions with her style shifted from abstract to representational. She also has taught students at many art colleges in Daegu and Busan. Lee says “I like expressing freely without any boundary on the canvas.” Recently, she surprised the organizers of Daegu-India Exchange Art Exhibition with a large scale installation. Numerous representative Indian artists and professors of Tagore University and Daegu regional artists participated in the exhibition and Lee’s installment attracted a great attention. Lee installed five coloured rubber shoes in a repeated circle or cross shape centered around the pillars of the exhibition hall to show the true form of modern ordinary people.

Unique approach to myth and existential expression

Lee has held 11 solo exhibitions and 200 group and invitation exhibitions home and abroad. Her famous works include ‘Red Room’ and ‘Play on Absurdity’. Lee created numerous works with which she traveled to find herself in this vast universe and to express modern people’s anxiety relating to Sisyphus and time & space. Sisyphus series especially is a result of Lee’s thinking on existence. The work shows a silhouette of a man hanging narrowly on the car handle-like wheel. The man tries to escape from the wheel trapped in a many layered stone-walled room. Time & Space series on the other hand is highly praised by art critic Mijin Jang. She explains “Lee turns a plane space into a 3 dimensional space based on layers and maximizes psychological black hole in 4 dimension.” Lee transforms space, reduces the use of paint materials wile emphasizes silhouette in order to reflect phantom figure of a man. Although oil and acrylic are the main materials, transformed body is emphasized on the wall with coloured pencil to express cosmical place.

Knowledge and the use of various materials

Lee is particularly famous for using her knowledge and knowhow to express various materials. She liked painting since she was a child. One day, she saw her friend using different styles of painting and it was a refreshing jolt for her and she also had the same surprise when in university. With the desire to create something new like them, she decided to study about art intensively. Lee majored in find art and received both bachelor’s and master’s degrees from Catholic University of Daegu. She then obtained a PhD from Kyungsung University and served as a guest professor at Kyungsung University, Silla Universit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and Catholic University of Daegu. She also studied fine art and copperplate print in Graduate School of Art at Fukuoka University of Education, Japan. She poured a lot of her energy in art and held several exhibitions in Japan.

Running 2℃ gallery cafe with daughter

A cafe in a deserted alley. As I enter the cafe, a smell of coffee stimulates my nose with the music rippling through the flowers on each table. I think it good for a couple of friends exchange light talks. Some pictures are also hanging on the walls between antiques and props. 2℃ gallery cafe is quietly seated in an alley of a residential area in Suseong District, Daegu. She opened it a year ago and filled up the cafe with her works. The interior was done by her architecture majored daughter. At the entrance, there hanging a picture made of a newspaper article about a novelist Inho Choi(deceased) on which Lee wrote ‘I love you’ and ‘Me too’ like a scribble because the writer was Lee’s favorite novelist. Lee says “I and my daughter said ‘I love you’ and the novelist said ‘Me too’ and that was his last word. And I wanted to express my feeling on the picture.” 2℃ is on the ground floor of a three storey building. Some of famous artists and writers also donated their works for the cafe. It functions like a resting place for both residents and visitors. Lee says “I’m trying to use recycled materials for my next works for the protection of environment.” If you feel like to visit a gallery to appreciate art works over a tea or coffee, why not to pay a visit to 2℃? 

홍기인 기자  forum1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