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조화’…불화의 예술적 도약을 이끌다
2代에 걸친 불화 계승, 손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
세종문화재연구소 정무훈 소장

종교에서 미술은 커다란 위치를 차지한다. 종교미술은 종교적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해주는가 하면, 그 장엄함과 예술성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각 종교문화권에서는 저마다의 독자적인 종교예술을 발달시켜왔으며, 이는 곧 역사이자 민족문화의 정수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불교예술 또한 그러하다. 국토 어디를 가더라도 불교문화의 유적을 접할 수 있으며, 그 흔적은 우리 민족문화의 저변에 넓게 퍼져있다.

불교예술의 꽃을 피운 30년 불모의 길
불교미술은 우리의 역사 그 자체나 다름없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어있는 문화재의 대부분이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미술품인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우리 문화를 올바르게 보존하고 전승하는 일은 등한시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뼈를 깎는 노력과 인고의 세월동안 불교미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장인의 존재는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가치로 다가오고 있다. 수십 년간 불화를 그려왔으며 현재에는 세종문화재연구소를 통해 기술 전승과 연구에 힘쓰고 있는 선재 정무훈 명인(문화재수리기능자 단청 제2306호)도 그 중 하나다.

정무훈 명인이 불교미술에 입문한 건 1985년. 50년 넘게 단청과 불화를 작업했던 선친 월천 정동근 화사의 영향으로 전통불화의 세계를 접한 그는 어려서부터 부친의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단청과 불화를 배우게 됐다고 한다. 그는 “선친께서는 어린 시절  불모 신범호스님의 제자 신봉구 스님께 단청기술을 배우신 후 50여 년간 화사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저 또한 그런 선친의 발자취를 따라 불교미술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결코 배움이 쉽지는 않았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화사였던 정동근 옹은 평소엔 온화한 성격의 아버지였지만, 불사를 할 때만큼은 한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호랑이처럼 엄한 스승이었다고 한다. 엄한 스승 아래서 불교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 경험을 고스란히 터득한 그는 이후 30년간 불교미술에 매진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정 명인의 불화는 전통과 현대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맞닿아 있다. 그는 “처음 전통불화를 배울 때는 원색을 쓰는 것에 대한 의문이 많았습니다. 조금 더 색을 부드럽게 쓰거나 다르게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야 왜 화려한 오색을 섞어가면서 사용하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오색은 각 방위를 뜻하기도 하고, 음양의 이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 안에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던거죠. 현재는 채도만 조금 떨어뜨리고 전통 방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과 기본기”
불화란 불교사상과 포교를 목적으로 그린 그림으로 불교의 철학적 이념과 교리체계의 현상을 묘사한 그림이다. 즉, 불교미술에는 일반적인 미의식 외에도 종교적인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단순히 심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종교적인 의미와 교리를 담는 것. 불교예술을 하는 이들이 미적인 감각에만 의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전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 명인은 “불화는 자기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닙니다. 불교 경전에 근거를 두고 제작해야하기에 경전 내용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림도 다르게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봉화 향적사의 후불탱화를 그리며 이러한 불교미술의 묘리를 다시 한 번 깨우쳤다고 한다.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그에게 쉽사리 불화를 맡길 수 없었던 주지스님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정한 규율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조건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명인은 “서로 종단이 다를지라도 그 본질은 경전에 있습니다. 경전의 내용에서 벗어나는 불화는 더 이상 불화라고 볼 수 없죠. 기본기가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전통불화와 현대불화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미술적인 감각을 더한 다양한 현대불화가 많이 나온다면 그 또한 훗날 전통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고려불화인 수월관음도 같은 경우 소더비 경매에서 1991년 당시 176만 달러(약 13억 원)에 낙찰된 바 있습니다. 이는 종교에 바탕을 두면서도 미술적 감각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수익을 위한 직업적인 불화에서 벗어나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며 변화해야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생각보다는 ‘본질’을 중시하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수용해 한국 불화의 미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라고 역설했다. 그가 지난 5월 7일, 갤러리를 오픈한 것도 변화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신평중앙길에 위치한 연화갤러리는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정 명인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무훈 명인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키워드는 ‘전승’이다. 전통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이가 줄어들고, 쉽고 편한 일을 찾아가는 세태 속에서 우리 전통문화는 점차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옛 것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전통의 소중한 가치를 보존하고, 새롭게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승’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미술에서 사용하는 재료’에 대한 체계를 확립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보급하고자 하고 있다. 잘못된 재료 사용으로 인한 문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올바른 문화재 복원과 불교미술의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서다. 100년, 200년이 지나서도 본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예술품,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치를 더하는 명작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이 정무훈 명인의 소망이다.

프로필
문화재수리기능인2036호(화공)
         “    7151호(모사공)
제8회문화재수리기능인협회전
특별상(전통문화학교장상)
불교세계편집위원역임
뉴스매거진신문사전통예술인상
현)(사)문화재수리기능인협회회원
현)세종문화재연구소소장
현)연화갤러리 관장
현)한국오색예술인협회사무국장

Leading Buddhist paintings through harmony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Two generations' love of Buddhist paintings that blossom from fingertips
Director Jeong Mu-hoon of Sejong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A 30 years of single path that blossomed Buddhist paintings
Buddhist art in a way is Korean art itself. Most national treasures are consisted of Buddhist art. The problem is that reserving and succeeding of the art is being ignored in this day and age. In this atmosphere, the patience and effort of an artist who has been keeping and succeeding the art is really meaningful. The Director Jeong Mu-hoon of Sejong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is the very person. He has painted Buddhist paintings for many years and is a certified technician (No.2306) of restoring cultural assets in the sector of 'Dancheong' (traditional multicolored paintwork on wooden buildings). 

He started to work in the field since 1985. He was heavily influenced from his father Jeong Dong-geun who worked in the field for more than 50 years. Jeong says "my father was a pupil of a monk Shin Bum-ho and learned Dancheong from another monk Shin Bong-gu and walked the single path for more than 50 years ever since. I then followed the same path like my father but the path was not that easy." His father had a pacific personality in daily life but was very strick when it comes to paintings. Under his father's deep understanding and skills about the art, Jeong has built his own art world: the harmony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Jeong says "I actually doubted about using primary color at first as I fancied using colors differently. But I realized why showy colors are used in the Buddhist paintings as time went by. Five colors contain the meanings of the five points of the compass and the law of yin and yang. Therefore, I follow the traditional method with a slight reduction in chroma."

"Substance and basics are most important"
Buddhist paintings are paintings drawn to spread its philosophy. Therefore, they contain its philosophy, theory and doctrine as well as esthetic values. This is the reason that Buddhist artists continuously study about Buddhist Scriptures. Jeong says "one cannot paint a Buddhist painting at one's will. It must be done based on the Buddhist Scriptures and therefore one must understand about the scriptures.

Otherwise, a painter will ended up with a different painting." Jeong understood this principle when he was working on the alter portrait of Buddha at Hyangjeok Temple in Bonghwa County as he had to follow the advice from the chief monk of the temple not to deviate from the set principle. Jeong says "the essence is at the Buddhist Scriptures no matter what sector you are from. It cannot be called as a Buddhist painting if it is out of the principle." In this respect, the division between traditional Buddhist paintings and modern ones are meaningless for Jeong. You can create a variety of modern Buddhist paintings as long as you stick to the scriptures and then the works can be tradition in the future. Jeong says "Suwol gwanumdo (a Buddhist painting in Goryeo Dynasty) was sold at $1.3M at Sotheby's in 1991.

This is because the work has a high esthetic value based on the Buddhist principles. This is the reason we have to create works for artistic value rather than for commercial purposes. Reflecting the trend of modern society based on the tradition will raise the status of the Korean Buddhist paintings."

Meanwhile, Jeong opened Yeonhwa Gallery on May 7 in Yangsan City so that more people can appreciate his works. Jeong also is focusing on passing down his skills. This is important for Jeong as less and less people get interested in the Buddhist paintings as they are busy to find easy and comfortable things. Jeong says "succeeding our tradition doesn't mean to carry out the tradition itself. It is to preserve and develop the tradition." Jeong plans to provide the right information about materials used in the Buddhist paintings so that the related artists can recover our valuable cultural assets according to the traditional principles. It is Jeong's hope to see new Buddhist paintings which will last more than hundreds of y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