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나무라는 우주의 축소판의 내면을 경험하고 탐색하는 행위다

- 나무조각가 전항섭 작가

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피조물이지만, 지구상의 현존 최고령자이며 움직이지 않는 대신 환경에 반응하고 다른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주는 속성을 갖고 있다. 살아서는 생명체들의 엔트로피 중심에 있으며, 죽어서는 갈라지고 뒤틀리는 본성과 삶이 켜켜이 새겨진 결들로 남는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행위는 염습과 배냇 손길의 공존이다. 나무는 자신을 염하고 가르는 조각가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전항섭 작가가 보여주는 나무 속 심연의 만상들은 그렇게 언어로 담기 힘든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거친 목피 속 나무의 근원적 속성을 바라보다

서툰 장인은 연장을 탓한다고 한다. 그런데 명인일수록 붓과 칼을 엄정히 고른다고 한다. 같은 상황을 말하는 이 대조적인 문구는 솜씨와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의 팽팽하고 난해한 상황을 말해준다. 그래서 영적인 예술과 물리적인 공격성이 만난 조각에서는 원하는 질감을 찾기 위한 고행을 자처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한때 대리석과 화강석, 동판 작업에 천착하던 전항섭 작가도 그랬다. 원하는 선과 면과 양감을 만들기 위해서 지병인 폐결핵으로 고통 받았음에도 석공장에 들어가 정을 쥐고 돌을 쪼아야 했다. 더욱이 도움 없이 혼자 만들던 작법 때문에, 돌가루와 먼지는 작품과 작가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마침내 전 작가는 작품을 온전히 담아낼 작업재료를 찾아 나섰다. “나에게 맞는 재료가 무엇인지 늘 생각했다. 처음에는 소나무를 접하게 됐다. 우연히 부서진 한옥의 잔해를 얻어다 작업을 하다가 내게 맞는 기운과 교합이 있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무가 가지는 맛, 성질 등을 알게 됐다” 전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던 시기부터 동양학에 관심을 가졌다. 미학적 측면에서 동양학의 이론뿐 아니라 그 심상과 이미지를 옮기기 위한 연구를 하게 된 까닭이다. 고유의 단군신앙부터, 음양의 이론, 그리고 고전 성리학 중 우주 만물의 존재와 움직임, 근원을 탐구하고 퇴계의 이기일원론과 율곡의 이기이원론을 연구했다. 여기에서 유래한 정신적 맥락이 질료를 다룸에 있어서 물성을 넘어 나무의 근원적 속성을 탐구하게끔 했다. 그 결과, 대학원 논문의 주제와 새로운 작품의 이데아를 그려내게 됐다. “음양사상에 기초해서 조각 작품을 해보면 어떨까. 나무에서 나무 이면의 것을 보자” 전 작가는 그때부터 나무의 속성과 생명력, 구조성을 작품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우주와 인간의 교감, 구조와 배치로 담는 삼라만상

전 작가의 작품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작품의 배치이다. 유래가 깊은 건물일수록 베어 온 재료 나무의 지질과 속성, 결까지 보고, 풍수에서는 기둥을 세울 때 나무가 살던 고향과 자라난 방향대로 세운다. 역설적으로 이미 생명체로서는 삶을 잃었음에도, 나무는 그 후에도 삶의 가치를 더욱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우주와 인간의 교감을 담기에 나무는 가장 적절한 재료였다. 이러한 판단이 만물의 존재가치로 귀결되며, 전 작가의 작품에는 나무의 속성과 숨결이 담기기 시작한다. 많은 생명들에게 주고, 또 주며 죽어서도 무언가를 남기는 나무로부터 동양 사상에 몰두한 전 작가의 시선이 내면세계, 순환에 닿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했다. 첫 전시에서는 작품 자체보다는 감상을 위한 배치를, 두 번째 전시에서는 신성한 공간에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조형 이후에 부여하는 의미의 이면을, 그리고 세 번째 전시에서는 우주삼라만상과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조각으로 표현했다. 네 번째 전시에서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나무의 속성과 인간이 어떤 기억을 담고 살아가는지를 ‘보이지 않는 나무’라는 주제로써 표현했다. 전 작가는 전시회에서 “나무는 누군가의 집일 수도 있고, 삼라만상을 담은 우주의 축소판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정형적인 박스 형태의 작업, 공간의 들숨과 날숨 같은 문의 개념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또한 본다는 행위로서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게 하는 시도로, 작품 중간에 들어가서 밖에 위치한 다른 작품들을 보도록 배치한다. 문의 연작인 <시간의 문>, <빛의 문>, <소리의 문>을 제작하면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 나무이기에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를 관객과 함께 경험하자는 취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나무 - 생사와 대소의 세계가 공존하는 미지의 세계

전 작가는 존재론적 가치와 인간 존재의 방법에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작품을 구상한다고 한다. 2000년 경 전 작가는 김종영 조각상을 받고 기념초대전을 진행하며 보다 실질적인 삶과 죽음에 대한 상념에 젖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삶의 의지는, 어머니와 동료의 부고로 인한 슬럼프를 극복하게 한 원동력이 되어, 그러한 삶과 죽음의 간극을 극복하게 해 주었다. 삶의 주체이자 죽음의 객체로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물소리를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한 마리의 물고기’로 상징화해 전시하며 작고 미천한 존재와 광활한 바다를 헤엄치는 생명력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다. 박달나무를 티벳 불교의 마니차 형태로, 실제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물소리가 나게끔 한 것도 존재의 의미에서 나온 발상이다. 최준 시인은 평론에서 이러한 전 작가를 “죽은 나무가 생전에 품었던 무늬와 형상을 꺼내어 이것이 나무의 실체였다고 보여주는 영매와 같다”고 했었다. 죽은 질료에서 삶을 찾는 것은 비단 나무만이 아니라 손을 통해 나무의 내재된 힘을 끌어내는 작가의 영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 작가는 인터뷰에서 대추나무와 소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다루면서 그 속살을 어루만지는 것이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전 작가가 현재 박달나무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로 ‘그 단단함 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서’라고 하는 이유를 짐작할 법하다. 전 작가의 새로운 표현 욕구는 이제 큰 작업(거대 우주)과 작은 작업(소우주)로 향해 있다. 문과 건축물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추상체들로 대조되는 작가의 완성된 피조물들이 공존하는 것은, 소재의 속성과 함께 호흡하는 작가의 도전정신 때문일 것이다. 마치, 온건한 광택을 담은 느티나무와 거친 데생 수채화를 3D로 형상화 한 듯한 박달나무 작품이 <나무속의 방> 연작에 공존하듯이.

전 항 섭 (全 項 燮)

198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87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現 한국조각가협회부이사장

개인전

2013  제 8회 「나무 속의 방」(아라아트센타)

2012  제 7회 전항섭 평면조각전(춘천 송암아트리움)

2004  제 6회 GALLERY FELICITA IN SEOUL

2003  제 5회 우성김종영조각상 수상기념전-한 마리의 물고기-(우성김종영미술관)

1998  제 4회 「보이지 않는 나무」(공평아트센타)

1996  제 3회 종로갤러리, 공평아트센타

1993  제 2회 금호갤러리

1988  제 1회 제 3갤러리

2인전

1990 박희선 ? 전항섭전(금호갤러리)

1985 제 2회 김종헌 ? 전항섭전(제 3갤러리)

1983 제 1회 김종헌 ? 전항섭전(제 3갤러리)

수상

2009 경기예술대상(경기도예술인총연합회)

2000 우성김종영조각상(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

1987,88 6,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초대 및 단체전 다수 

주요작품소장지

현대미술관, 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모란미술관, 금호미술관, 연세대학교 알렌관, 여의도 신송사옥, 서초동 대호빌딩, 춘천 조각공원, 고려대학교 인문관, 평창 알펜시아, 해인사 미타원(벽제)

Sculpture is an action to search and experience the inside of trees

- Wood sculptor Jeon Hang-sub

Trees are common things. However, they are the oldest. They respond to environment and have properties to affect other creatures. They are the center of entropy while alive, the remnants of textures on which splitting and twisting nature and life are engraved when died. The actions of cutting and treating trees are the same as coexistence of shrouding and birth. Trees are reborn by a sculptor's hands through separating, cleaning and shrouding the deceased. All things of the universe in the abyss of trees which Jeon shows contain various meanings that are difficult to express in words.

Looking at the underlying attributes within the rough barks of trees

A bad workman blames his tools. A master chooses his brush and knife carefully.

These two contrasting phrases explain the tight and abstruse conditions of the importance on skills and materials. Sculpture is where spiritual art and physical aggressiveness are met and many sculptors tend to put themselves into penance to find desired textures. Jeon, who delved into marble, granite and copper-plate, was no exception. He had to break the stones with a chisel in his hand to get lines, sides and sense of volume even though he suffered from chronicle TB. The stone dusts were the obstacle that blocked the sculptor to progress with his work Jeon finally started to find materials which can capture the work in its entirety. He said "I always thought of materials that would suit me. I learned pine trees at first. I picked up the ruins from a traditional Korean house by chance and worked on it and I found that there were some kind of spirits and sympathy that I could share. I started obscurely at first but then I started to understand about the tastes and characters of trees as time went by". He majored in sculpture and gained a degree and a post-graduate degree from Seoul National University. By the time he graduated, he showed an interest in oriental studies. He researched in order to materialize the theories and images of oriental studies from an aesthetic point of view. He studied Tan-gun religion (the founding father of the Korean nation), theory of yin & yang, the existence, movements and roots of all things in Neo-Confucianism, Lee-gi-il-one-ron (things exist together) by Teogye, and Lee-gi-lee-one-ron (things exist separately) by Ryulgok. The metal context derived from these theories made him search the underlying attributes of trees over materialism in the way of treating the substance. As a result, he came up with the ideas of his works and the theme of his post-graduate essay. "How about create a work based on the theory of yin and yang? Let's see the inside of trees" Geon thought. He started to graft properties, vitalities and structure of trees onto his works.

Mutual response between the universe and human, all creation in structure and disposition

One notable thing of Jeon's works is disposition of his work. The more the historical house, the more the people studied about the properties, textures of the trees when building a house. According to the theory of divination based on topography, when people put up a pole they considered the tree's hometown and put it up in accordance with the direction the tree grew up. Paradoxically, the tree lost her life already, yet the tree gains more recognition on her value. Trees are the most appropriate material to express mutual response between the universe and human. This judgement is concluded as a value of existence and Jeon's works contain the trees' properties and breathing. Jeon indulged in orientalism through trees which give herself again and again to other lives and leave something even when she dies, and it was only natural for Jeon to see his inner world. He focused on disposition of his work for audience to see in his first exhibition. He displayed his works in a sacred place in order to give the hidden side of meaning after installing in his second exhibition. He expressed the stories of people who live with all things in the universe through his sculptures in his third exhibition. In his fourth exhibition under the theme of 'Invisible Trees', he came back to human and expressed on 'what kind of memories human and the properties of trees are living with'. "Trees could be someone's house. They could be our styles of living in a microcosm of the universe that contain all things. Therefore, I expressed it as informally structured box styles and as a concept of doors like a apace inhales and breaths out" said Jeon. As an action of seeing inner side which are invisible, Jeon's works were displayed in a space where people can see the other works from the center. Jeon tried for audience to experience the different world to see what the inner side of trees can see while he was producing his door series 'The Doors of Time', 'The Doors of Light', and 'The Doors of Sound'.

Trees - the unknown world where life & death and small & large coexist

Jeon designs his works through contemplating on what kind of conditions he wants to make between the existential value and the method of human existence. He lost in thought while he was participating in an invitation exhibit when he was awarded a King Geongyoung Sculpture Prize in 2000. His will to solve the thirst on art became a driving force to overcome the slump he had when his mother and some of his colleagues passed away and eventually he could cope with the gaps between life and death. On thinking his mother as a subject of life and as a object of death and his life is no different from following her, he symbolized himself as a fish to express a mere creature and its vitality that swims in the vast sea. Making a birch tree to be rolling to make water sound, like Manisha in Tibetan Buddhism, was the ideas which came from the meaning of existence. The poet Choi Jun said in his review that "Jeon is like a medium who showed the true nature of trees through the patterns and forms which the dead trees brooded while they were alive." We can find a life not only from dead materials but also through the hands of an artist who conjures up the inner power. Jeon said that it is like probing an unknown world to stroke the inside flesh of the various trees such as jujube trees and pine trees. I might understand the reason Jeon is using birch trees at the moment as he wants to get into that hard parts of the trees. He is now planning to work on the big project (massive universe) and the small project (small universe). The reason his completed works, such as doors, architectures and relatively small conceptual objects, coexist is because of Jeon's indomitable spirit that is breathing with the true nature of materials. As if his work of birch tree is coexisting in his 'The Rooms of Trees' series like a subdued gloss of zelkova tree was embodied with a rough dessin watercolor through 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