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역사를 함께해온

구하산방 

Guhasanbang Witness Korean Modern and Contemporary History

Hong, Soo-hi, President of Guhasanbang

최근 모 대학교는 서예문화예술학과의 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모 대학교 서예문화예술학과는 정통 서법을 연구하며 한국서단을 이끌어 왔고 한국서예사의 체계정립, 한글 서체의 다양화, 한국 금석문 연구 등 정통 서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업적을 남겨왔지만 2012년부터 정원 미달현상이 이어졌다. 문화 분야의 일자리가 심각하다는 것이 학교 측의 가장 큰 명분인데, 과연 우리나라의 전통 서법을 연구하고 계승·발전시켜나가는 것보다 학생들의 취업률 수치가 중요했던 것일까? 낡고 오래된 것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듯 헐고, 부수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는 사이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와 전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그렇다. 하지만 여기 인사동에는 우리나라 전통필방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급변하는 세월의 유속을 맨 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구하산방의 홍수희 대표를 만나 우리가 잃어버린 전통 문화와 그것을 향유하던 시대의 낭만에 대해 듣는다.

100년 넘게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곳

1913년에 처음 문을 연 구하산방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필방으로 홍수희 대표는 오늘날까지 2000여점의 서화재료들을 취급하며 100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명동과 시청 앞, 안국동을 옮겨 다니며 현재 인사동에 정착한 구하산방은 한국전쟁과 1.4후퇴 등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께하며 역사를 만들어 왔다. 예로부터 좋은 붓의 조건은 4가지로 첨(尖), 제(齊), 원(圓), 건(健) 즉 사덕이라 표현했는데, 이곳의 붓이 날카롭고 흩어지지 않으며, 굽은 털이 없이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고, 둥근 모양에 회전이 잘되며, 획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수명 또한 길어 그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아 왔다. “붓을 한 자루 매는데 무려 120번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좋은 재료에 필장의 혼이 함께 배여 있으니 훌륭한 붓이 탄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가격이 40만원이 넘는 ‘세광봉북학필’은 구하산방의 자랑하는 명품 붓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명품 중에 명품이라고 불리는 ‘죽필’이 임진왜란 이후 제작기법이 거의 끊겨 기술 전수가 단절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구하산방은 중국과 일본에서 판매와 생산을 모두 따로 부분별로 나눠서 하는데 비해 모든 과정을 한두 명의 장인이 재료 수집부터 생산, 판매까지 하고 있어 더욱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그래서 고종 황제와 순종 황제도 이곳의 서필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후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동양화나 서예를 하는 사람 중에 구하산방에 문지방을 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특히 이상범, 변관식, 김충현, 김응현, 천경자, 박수근, 이종상, 서세옥, 박노수 선생 등 국내 대표 예술가들은 이곳을 사랑방으로 여겼다. “운보 김기창 화백, 이당 김은호 화백 같은 분들은 어려울 적에 우리 집에서 재료를 챙겨주기도 하고, 도움도 많이 드렸는데 지금은 대가의 반열에 올라있어 제가 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방에서도 주말을 이용해 찾아오는 예술인들이 많아 시작한 일요일 영업은 현재까지도 고수되고 있다. 

값싼 중국산 문방재료가 들어찬 인사동의 현주소

현재 전통문화의 거리라고 불리는 인사동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문화정책 부재로 잡상인이 몰려와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골동품, 서화방 등의 설자리를 뺏고 있다. 특히 값싼 중국산 문방재료들이 인사동에 대거 유입되면서 전통제품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로인해 붓, 먹, 벼루를 만드는 장인의 수가 급격히 줄었고, 배우려고 나서는 사람 역시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과연 이곳이 외국인들에게 전통 문화의 거리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곳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홍수희 대표는 이러한 현실에 휘둘리지 않고 전통을 고수하며 소신 있게 고급 서화재료를 취급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점이 많다. 특히 붓 재료의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들여오거나 재료만 수입해 만들도록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학교 수업에서도 서예교육을 필수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여길 찾는 중고등학생도 참 많았는데 요즘에는 겨우 미대생이나 화가들 아니면 찾아오질 않죠. 서예교육은 우리 교육계가 그토록 강조하는 인성교육의 효과가 매우 큰데 입시위주로 교육 환경이 변화해 매우 씁쓸합니다.” 홍수희 대표는 디지털 세대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의 해법은 우리아이들에게 제대로 역사와 전통을 알려주어 자신의 뿌리를 알게 하고, 그 속에 닮긴 현인들의 가르침으로 인의예지를 갖추게 하는 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가오는 어린이날에는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인사동을 찾아가 디지털 게임기가 아니라 문방사우 한 세트를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Loved By Artists for Centuries 

Since its inception in 1913, Korea’s first traditional stationary store, Guhasanbang has dealt with about 2,000 calligraphy-related items, maintaining a 100-year history. Moving into Insa-dong, it has witnessed many sufferings in the Korean modern history such as the Korean War and Communist Military Occupation in January 4. It has been widely known that 4 conditions of evaluating a good brush-Cheom, Je, Won and Gyon, so-called four virtues. Brushes sold at Guhasanbang has a pointed end, orderly bristles. In addition, they are easy to revolve and has no trouble with long-term use. Thus, they are praised to meet all conditions as being an outstanding brush. “It takes 120 touches to produce a brush. Good ingredients and noble spirit of a master makes this distinguished brush. 

Segwangbongbukhakpil which is sold over 400,000 Won is the most high quality brush that Guhasanbang has made. Unfortunately, however, the manufacturing technique was almost cut off after Japanese Invasion of Korea in 1952. 

Unlike Japan and China, a couple of masters are involved in all procedures here from ingredient collection, production to sales at the shop, which laid the foundation for making quality products. Emperor Gojong and Sunjoun are known to use the products made at the shop. Against this backdrop, there were few among calligraphers or Eastern-style painters who have not used a brush made at this shop. Many famed artists such as Lee Sangbeon, Byun Gwansik, Kim Choonghyun, Kim Eunghyun, Cheon Gyungja, Park Soogeun, Lee Jongsang, Seo Seok and Park Nosoo were all its regular customers.

“When Kim Gichang and Kim Eunho were struggling, I gave them brushes and other items free of charge. Now that they became a master in their area, I am very proud.” Hong said. As many artists living outside Seoul visit the shop on weekends, it opens even on Sunday. 

Low-quality Chinese Ingredient Flood in Insa-dong 

In Insa-dong, many traditional stationary and antique shops are being replaced with hawkers due to lack of central or municipal governments’ appropriate culture policy. With cheep and low-quality Chinse calligraphic ingredients occupying the area, customers do not seek relatively expensive Korean products, which led to a vicious cycle of a drastic decrease in masters who has made brush, ink and ink stone. Even under these harsh circumstances, Hong adheres to tradition to provide customers with high quality products. However, he has many difficulties. Due to the lack of procurement of brush ingredients, he chose to import ingredients from China and make products in Korea. 

The more serious problem is that schools do not provide a compulsory calligraphy class. “Years ago, there were many middle and high school customers. These days, however, only art college students or painters come here. 

Teaching calligraphy is greatly effective at strengthening students’ personality. Today, schools descended to sending students to college. The solution of resolving various social problems caused by adolescents in a digitalized era lies with informing them with right history and noble tradition, and equipping them with benevolence on the basis of teachings of wise men in history. Instead of buying digital game consoles, how about taking your children to Insa-dong and present them a set of calligraphy items on the upcoming Children’s Day?